“미 디폴트 땐 세계 경제 위기”…IMF도 JP모건도 ‘경고장’
JP모건, 현재 ‘전시 상황실’ 가동 중…21일부터 매일 회의 소집 예정
백악관 경제자문위 “3개월 지속 땐 증시 45% 폭락·GDP 6.1% 감소”
미국 연방정부가 다음달 1일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과 JP모건체이스 은행이 디폴트가 미국과 세계경제에 미칠 위험성을 경고했다.
줄리 코잭 IMF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만약 미국이 디폴트에 빠진다면 차입비용 증가 가능성을 포함해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모든 당사자가 시급히 이 사안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디폴트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에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 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해 ‘전시 상황실’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디폴트에 가까워질수록 주가 불안정과 국채금리 급등으로 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건은 현재 전시 상황실 회의를 매주 열고 있다. 오는 21일부터는 회의를 매일 소집하고, 이후에도 디폴트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회의를 하루 3회까지 늘릴 방침이라고 다이먼 CEO는 전했다. 다이먼 CEO는 디폴트가 발생하면 “계약, 담보물 등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틀림없이 전 세계 고객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협상을 통한 합의를 촉구했다.
앞서 미 의회는 2021년 12월 법정 부채한도를 31조3810억달러로 증액했으나 지난 1월19일 부채 상한인 31조4000억달러에 도달했다. 이에 미 재무부는 연방 공무원 퇴직·장애인 연금 신규 납부를 유예하는 등 특별 조치를 통해 디폴트를 피했다. 그러나 이달 중으로 극적 타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미 정부는 6월1일 사상 초유의 디폴트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지난 3일 보고서에서 디폴트가 현실화해 3개월 동안 지속될 경우 증시가 45% 폭락하고, 국내총생산(GDP)은 6.1% 감소하며, 최대 83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보고서는 디폴트가 단기간만 지속돼도 일자리가 약 50만개 사라지고, 실업률이 0.3%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정부가 차입할 수 있는 돈의 규모를 제한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1939년 처음으로 부채 한도 제도를 도입했다. 부채 한도가 거의 해마다 늘어나면서 1939년 약 450억달러였던 부채 한도는 현재 31조4000억달러까지 상향됐다. 미 의회는 1960년 이후 지금까지 78차례 국가의 부채 한도를 상향조정했다.
부채 한도 증액을 둘러싼 정부와 의회의 기싸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0년 버락 오바마 정부가 의회에 2조4000억달러 규모의 부채 한도 증액을 요청했으나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바 있다. 디폴트 시한을 이틀 남겨두고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으나 3대 신용평가사 S&P가 미국 국채등급을 사상 최초로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해 미국 경제의 신뢰도가 타격을 받았다. 2013년 이후 의회가 부채 한도 증액을 유예한 것만도 7차례 이른다. 다만 1979년 ‘기술적 디폴트’에 빠졌을 때를 제외하고 미국 정부가 실제로 디폴트에 빠진 적은 없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날 부채 한도 상향과 관련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 간 회동이 12일에서 다음주로 연기됐다고 전했다. 양측은 지난 9일 해법을 찾기 위해 만났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NYT는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회동이 연기된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면서 “백악관 고위 관리들과 의회 보좌관들 간 사전 회동이 이틀간 진행됐으며, 양측 모두 부채 한도를 상향해 디폴트를 피하기 위한 길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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