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딱지에 숨죽인 50년...'납북 귀환 어부' 전원 무죄
[앵커]
조업 도중 북한에 끌려갔다 돌아왔지만, 간첩으로 몰려 옥살이를 했던 '납북 귀환 어부'들에게 50년 만에 다시 열린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검찰은 당시 수사가 잘못됐다고 인정하며 무죄를 선고해달라면서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지 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납북 귀환 어부라 불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오징어나 조기를 잡다가 북한 경비정에 강제로 끌려갔고 길게는 1년여 만에 고향에 돌아온 어부들입니다.
동해안에서는 60~70년대 북한에 끌려간 대양호, 승운호 선원들이 대표적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돌아온 이후였습니다.
경찰과 검찰, 군 수용소에 끌려갔고, 불법 구금과 폭행, 고문과 가혹 행위를 당했습니다.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수산업법 위반 혐의였는데 모진 폭행 이후 옥살이를 해야 했고 간첩 주홍 글씨가 새겨졌습니다.
취업과 주거이전 제한은 물론 가족들까지 긴 세월 감시와 사찰을 받았습니다.
[전태관 / 승운호 선원 : 여기를 맞아서 걷지를 못했습니다. 얼마나 맞았는지. 오죽했으면 제가 죽여달라고 제가 얘기했습니다.]
사건 발생 50년 만에 납북 귀환 어부들이 스스로 나섰습니다.
당시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재심을 요청한 겁니다.
수사 기록조차 제대로 남지 않아 어렵사리 열린 재판.
결과는 이미 돌아가신 12명을 포함해 재심 신청인 32명 모두 무죄.
무죄 판결에 앞서 검찰 스스로 과거 수사는 잘못됐다고 고백했습니다.
검찰은 "불법 구금 상태에서 조사받은 사실이 인정되고 신문 조서는 위법 수집 증거였다"며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내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 "이번 재판으로 피고인들의 무고함이 확인돼 명예가 회복되고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춘삼 /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 대표 :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다들 인내하고 감내해서 오늘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이영란 / 승운호 선장 이진형 딸 : 오늘 너무 감개무량하고요.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눈을 못 감고 돌아가셨어요. 아버지 이제는 눈 감으셔도 됩니다….]
앞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역시 승운호 선원 등 납북귀환어부 160명에 대한 진실 규명을 결정했습니다.
납북 이후 붙어버린 간첩 딱지에 숨죽이며 살던 납북 귀환 어부들.
검찰의 사과와 법원의 무죄 결정은 50년 기다림 이후 찾아온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YTN 지환입니다.
촬영기자: 홍도영
그래픽: 이은선
YTN 지환 (haj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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