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일·호주는 중국과 고위급 대화, 한국은 손 놨나
미국과 중국의 외교 1인자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회담을 가졌다. 두 사람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지난 10~11일 만나 양국 관계와 대만·우크라이나 문제 등 현안을 놓고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정찰풍선 논란으로 미 국무장관 방중이 취소된 지 3개월 만에 관계 회복에 나선 것이다. 호주도 11일 통상장관 방중으로 중국과 무역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역시 지난해 11월 중·일 정상회담 후 조용히 중국과 고위급 접촉을 이어오고 있다. 독일·프랑스는 각각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정상 방중을 통해 코로나19 종식 이후 ‘중국 리오프닝’에 본격 대비한 지 오래다.
하지만 주요국 중 예외가 있으니 바로 한국이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잠깐 만난 후 반년 동안 고위급 회담이 없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미국·일본과의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최선봉에 섰고, 그것을 최대 외교 성과로 과시하기에 여념이 없다. 대중국 관계는 아예 손을 놓은 것인지 묻고 싶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국을 총동원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영리하게 ‘이중 플레이’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담은 워싱턴선언 발표 전후 한·미가 보여준 태도 차이가 단적인 예다. 미국은 이 선언이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며 사전에 중국에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외려 윤 대통령은 방미 후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외교부와 주중대사관은 중국 관영매체와 싸우고 있다.
일본·호주·독일·프랑스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이 중국과의 관계도 관리하려고 하는 것은 그들이 중국과 가치를 공유해서가 아니다. 그게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은 7개월 연속 감소하고, 5월10일 현재 무역수지 적자는 294억달러를 넘었다. ‘1위 교역국’ 중국에서 다른 나라보다도 수출이 곤두박질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방일부터 오는 19~21일 G7 정상회의까지 두 번의 한·미 회담, 세 번의 한·일 회담, 한 번의 한·미·일 회담을 한다. 그러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촉진하는 최전선에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한·중관계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피해는 한국 시민들이 감당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데올로기와 신냉전 외교에 사로잡혀 국익을 훼손하는 대외정책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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