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블리자드 인수 무산 위기에…"집안 단속이나 잘해라" 불만 폭발
[IT동아 권택경 기자]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시도가 영국 규제 당국의 제동으로 사실상 무산 위기에 놓였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사 산하 게임 개발사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엑스박스 이용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영국 반독점 규제 기관인 경쟁시장청(CMA)은 앞선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CMA는 불허 이유로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경쟁 저하 우려’를 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미 클라우드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더 이상 경쟁력을 강화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CMA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게임 시장 점유율이 60~7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재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대적할 수 있는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다. 구글이 지난 2019년 스태디아를 출시하며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지지부진한 성과만 거두다 올해 1월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액티비전블리자드는 각각 CMA 결정에 유감을 표하고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항소로 CMA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많은 전문가가 이번 CMA의 승인 불허 결정을 ‘거래 종료’, 즉 인수 무산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 기업 TD코웬의 합병 차익거래 전략가인 에런 글릭은 “영국 당국의 반독점 결정에 대한 항소가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변하면서, 엑스박스 이용자들 사이에선 새 개발사 인수보다 기존 개발사에 대한 관리가 더 시급하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지난 2일 출시된 엑스박스 전용 퍼스트파티 게임인 ‘레드폴’이 처참한 완성도로 혹평을 면치 못하면서다.
퍼스트파티 게임은 콘솔 하드웨어 제작사와 그 자회사가 직접 출시하는 게임을 말한다. 레드폴을 개발한 아케인 스튜디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2020년 인수한 제니맥스 미디어의 베데스다 소프트웍스 산하 개발사다.
‘레드폴’은 이전에 호평을 받은 ‘디스아너드’, ‘프레이’, ‘데스루프’ 등 개발한 아케인 스튜디오의 작품이라는 점, 마이크로소프트 퍼스트파티로서 첫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 게임은 사실상 미완성작에 가까운 모습으로 출시됐다. 리뷰 점수 집계 사이트인 메타크리틱에 따르면 레드폴은 엑스박스 버전 기준으로 전체 62개 리뷰에서 평균 점수 56점을 받았다. 유저 평가는 그보다 더 낮은 3.2점을 기록 중이다.
게임기의 간판 역할을 하는 퍼스트파티 게임은 보통 전폭적 지원과 철저한 내부 검증을 거쳐 개발되고 출시된다. 이 때문에 퍼스트파티 게임이 레드폴 수준으로 완성도가 낮은 상태로 출시되는 일은 드물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퍼스트 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는 이유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21년 11월 출시한 포르자 호라이즌5 이후로 매체와 이용자 모두가 만족할 만한 대형 퍼스트파티 게임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해 12월 출시한 ‘헤일로 인피니트’는 출시 초기엔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형편없는 멀티플레이 운영과 유지 관리로 인해 최근 이용자들 사이에선 사실상 실패작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헤일로가 초창기부터 엑스박스를 상징하는 간판 작품이었던 데다, 이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전담 자회사까지 두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헤일로의 실패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퍼스트파티 관리 체계에 총체적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 중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사업을 총괄하는 필 스펜서 부사장은 레드폴 출시 후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팬들을 놀라게 하고 기쁘게 할 다양한 게임을 제공해야 하지만 충분히 그러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의 프로세스를 재검토했다”고 덧붙였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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