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유기식물' 구조 활동…"여기는 '공덕동 식물유치원'입니다"

문별님 작가 2023. 5. 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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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릿지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실내 활동이 늘자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도 늘었습니다. 


식집사 반려식물이라는 말까지 생기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 과정에서 버려지는 식물도 늘고 있다는 겁니다. 


도심 속에서 유기된 식물을 구조해 다시 자리를 찾아주는 곳. 


공덕동 식물 유치원을 운영하는 백수혜 작가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어서 오세요. 


얼마 전에 책 여기는 공덕동 식물 유치원입니다를 내셨습니다. 


이게 어떤 내용인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백수혜 / 작가 

네 '여기는 공덕동 식물 유치원입니다'라는 책은 2021년 제가 공덕동으로 이사해서 건너편 재개발 단지에 버려진 식물들을 구조하고 새로운 집으로 분양을 보내면서 생긴 에피소드들 그리고 제가 느낀 점을 담은 책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한마디로 유기식물 구조 프로젝트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요. 


어떻게 이런 활동을 시작하게 되셨습니까?


백수혜 / 작가 

제가 이사 간 공덕동 주택에 바로 건너편이 재개발 단지 공사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의 지역이었어요. 


가까운 역을 가려다 보니까 그 길목을 자주 지나치게 됐는데 버려진 의자나 탁자, 그릇 이런 것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쓸 만한 물건이 많아서 죽기도 하고 두리번거리면서 산책을 많이 했었는데 어느 날 식물이 버려져 있는 걸 보게 되었어요. 


시멘트 바닥에서 덩그러니 버려져 있는 식물을 보니까 얘는 바로 죽을 것 같아서 집에 데려가야겠다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 순간 초록 시아라는 것이 생겼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한 번 식물을 구조하고 나서 보니까 쓰레기장 틈틈이 곳곳에 버려진 식물들이 있어서 구조하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초록 시야가 눈 떴다. 


식물에 눈이 가게 된 건데 그러면 이렇게 구조한 식물들은 어떻게 됩니까?


백수혜 / 작가 

제가 구조한 바로 직후에는 젖은 신문지를 감싸주거나 뿌리가 촉촉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요. 


집에 데려와서 상태가 좀 괜찮아 보이는 친구들은 바로 화분에 심어주고요. 


좀 상태가 안 좋다 싶은 친구들은 물에 담아주고 있어요. 


그러고 나면 한 일주일에서 2주일 사이에는 애들이 다시 생글생글하게 올라오거든요.


그때 저는 '이제 졸업을 할 준비가 되었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예쁘게 졸업 사진을 찍어주고 sns에 사진을 올려서 사람들한테 이런 '이런 사연을 가진 식물이다'라고 말씀드려요. 


그래서 메시지가 오면 식물들을 졸업 보낼 수 있게 되어서 관심 있는 분들한테 분양 보내는 그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한때 버려졌던 식물들이 제자리를 다시 찾게 되는 과정, 이게 졸업식이라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식물을 구조하는 데 있어서 어떤 원칙 같은 것도 있을까요?


백수혜 / 작가 

제가 식물을 구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버려진 식물인지 확인을 하는 건데요. 


재개발 단지에 가끔은 늦게 이사 가시는 이주민 분들도 있고 해서 유기된 건지 아니면 그냥 방치돼서 냅두고 있는 건지를 잘 확인해야 돼요.

그런 식물이 버려졌다는 게 확실해지면 식물을 구조하는데요. 


대부분의 경우 깨진 화분이나 아니면 뿌리채 뽑혀서 있는 식물들이 유기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런 식물들을 구조하는 게 중요하고 그다음으로는 아스팔트나 벽돌, 그런 시멘트 그런 틈 사이에 있는 식물들은 구조하지 않고 있어요. 


아무래도 이제 구조하다가 뿌리가 다쳐서 죽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하거든요. 


이제 그런 것들과 함께 제가 큰 식물이나 담장 너머에 있는 식물 같은 경우에는 구조하고 싶어도 불법으로 들어가서 할 수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만큼 즐겁게 하자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면서 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 식물 유치원이라는 이름도 참 재미가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이름을 짓게 됐습니까?


백수혜 / 작가 

저는 사실 작명에 소질이 별로 없어서 처음에는 '식물 구조대' 아니면 '육묘장'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는데 제 친한 윤규진 사진 작가님이라고 유치원 해보는 거 어떠냐고 말씀을 해 주시는 거예요. 


아무래도 제가 구조한 식물들이 조그맣기도 하고 와서 새싹을 내미는 게 어린이들이 새싹처럼 자라는 유치원이랑 이미지가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제가 살고 있는 동네인 공덕동을 합쳐서 '공덕동 식물 유치원'이라는 이름을 짓게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군요. 


그런데 이 유기동물을 구조하는 활동은 사실 참 많은데 유기 식물은 이 명칭부터 조금 낯선 느낌이 있습니다. 


이 식물을 구조한다는 것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백수혜 / 작가 

식물을 구조한다는 건 아무래도 작고 소중한 생명을 더 많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느끼는 그런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예전에는 사람만 하더라도 존중받지 못하던 시대가 있었잖아요. 


인종이라든지 성별 아니면 계급 등의 이유로 그랬는데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사람이나 동물만큼까지는 아니겠지만 식물들도 자꾸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는 거를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몰랐는데 식물학에서 잡초라는 분류는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알고 보면 우리가 잡초로 치부했던 식물들이 하나하나 다 이름도 있고 알고 보면 또 약효나 효능이 있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쓰임이 있는 거라는 걸 알아주고 그런 소중한 마음을 갖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되신 후로 어떤 삶이나 가치관에도 영향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백수혜 / 작가 

저 같은 경우만 해도 저도 좀 학교 대학교도 늦게 갔고 정상적으로 이제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일반적인 직장인, 직업인 이런 것도 아니고 프리랜서 예술인으로도 활동하는 불안한 마음도 있고 어떻게 이게 잘 살아가는 것인가 내가 꽃 피우지 못하는 날이 오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이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식물들을 보니까 얘네는 뭐 유기된 지도 이렇게 그런 거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고 누가 물을 안 준다고 해서 불평을 하거나 비가 안 온다고 해서 슬퍼하거나 그러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어 나도 나만의 속도를 가지고 가면 괜찮겠다 이게 꼭 피우는 살만이 중요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수혜 / 작가 

한 번은 이제 구조하지 않았던 꽃기린이라는 식물이 있었는데 그 식물이 처음에는 죽은 줄 알고 구조를 하지 않았었거든요. 


근데 며칠 후에 다시 다른 식물들을 구조하려고 가보니까 새싹을 내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겉으로 보기만 했을 때는 죽었다고 생각한 그 식물도 나름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구나' 그런 걸 느껴서 제 스스로에게도 너무 재촉하거나 발맞춰 가지 못한다고 조바심 내지 않고 조금 다독일 수 있고, 시간과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도 참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식물을 키운다는 일의 매력은 어떤 걸까요?


백수혜 / 작가 

아무래도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이제 날씨나 계절 이런 거에 따라서 자라는 속도도 다르고 변화하는 모습이 달라서요. 


따뜻한 날씨일 때에는 식물이 새싹도 내고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이 딱 보이는데, 또 겨울이나 이런 추운 날씨가 왔을 때는 천천히 자라고 얘가 죽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성장하지 않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거든요.


그러다 보면 이제 변화하는 것도 재미가 있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뭐 그렇게 딱히 잘해준 것도 없는데 얘네는 혼자서 잘 자라는구나 그런 걸 보면서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책을 읽고 이렇게 식물 구조에 동참하고 싶은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조언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백수혜 / 작가 

제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버려진 식물인지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것뿐만 아니라 가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얘가 죽은 거 아닌가 데리고 오면 비실비실한 경우도 되게 많아 못 클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 정도의 상태이기도 한데 인내심을 가지면 어느새 새싹을 또 튀어내더라고요. 


그런 것이 참 중요하다고 느끼고요. 


또 하나는 어쩔 때는 식물을 구조해 와도 살려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아무래도 어쩔 수 없는 그런 경우들이 생기는데, 그런 거에 너무 실망하거나 속상해하지 않고, 내가 다음 식물은 더 잘 기를 수 있는 그런 경험이라는 걸음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시고 또 다음 식물을 들이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으신 말씀도 있으실까요?


올해부터 졸업식의 형태가 바뀌었는데요. 


식물 유치원에서 졸업을 준비된 친구들을 한 분 한 분 만나서 건네드리고 택배로 보내드리고 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올해는 지원 사업에 선정이 되면서 제가 갖고 있는 미술 작업실에서 한 달에 한 번 졸업식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 달에는 5월 31일부터 진행되는 신도림역 안의 신도림 생활문화센터에서 졸업식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관심 있으신 분들은 와주셨으면 좋겠고요. 


또 언제나 식물 유치원에 관심을 주시고 지지해 주시고 구조된 식물들을 데려가 주시는 그런 분들이 계신 덕분에 항상 운영이 되는 것 같아 감사드린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특히 작고 소중한 걸 우리가 흔히 가르쳐서 새싹이라고 하잖아요. 


식물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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