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은 노인성 질환 아니냐고? 젊다고 안심 말고 안압·안저 체크!

김태훈 기자 2023. 5. 1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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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환자 중 30대 이하 12.9%
시신경 쉽게 손상되는 고도근시
외상·합병증 등 발생 원인 다양
라식 수술 후 안약 사용도 ‘주의’
30대 여성이 동공을 통해 안저에 있는 망막과 시신경유두, 황반 등 안구 내 구조물을 촬영하는 안저검사를 받고 있다. 김안과병원 제공

30대 후반인 A씨는 한쪽 눈에 녹내장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다른 한쪽 눈은 그간 큰 이상이 없었지만 최근 심해진 근시를 교정하기 위해 라식 수술을 받고 나서 문제가 생겼다. 수술 후 염증을 막기 위해 사용한 스테로이드 계열 안약 때문에 안압이 높아진 것이다. 괜찮았던 한쪽 눈에서도 녹내장이 진행됐다는 진단을 받은 A씨는 서둘러 치료에 들어갔다.

녹내장은 노화 때문에 주로 생기는 눈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젊은 연령대에서도 발생 비율이 낮지 않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의 2018~2021년 통계를 보면 녹내장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2018년 90만4458명에서 2021년 107만3423명으로 3년 만에 18.7% 증가했다. 이 가운데 30대 이하 젊은 연령층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1년 기준 12.9%였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점차 좁아지다 말기에는 결국 시력을 상실하게 되는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한 3대 실명 질환에 들어간다. 보통 눈의 노화가 진행되면서 안압 상승 또한 함께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노인성 질환으로 여겨진다. 20~30대에 나타나는 녹내장은 고도근시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고도근시 환자는 안구의 앞뒤 길이가 정상 눈보다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눈을 지지하는 구조물들의 두께가 얇고, 힘도 약해서 시신경이 쉽게 손상될 수 있다. 또 고도근시일 경우 눈의 시각세포가 받아들인 자극을 전달하는 신경이 한곳으로 모이는 시신경유두의 모양도 다르다. 근시가 없는 눈은 이 시신경유두가 둥근 도넛 모양을 하고 있지만, 고도근시가 있는 눈은 타원형으로 찌그러져 있고 방향도 뒤틀려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시신경이 손상되어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그 밖에도 비교적 젊은 나이에 생기는 녹내장의 원인으로 몇 가지를 더 꼽을 수 있다. 선천 녹내장은 영·유아 시기부터 눈의 방수(눈의 각막과 수정체 사이 공간에서 순환하는 맑은 액체)를 배출하는 기능에 이상이 생겨 안압 조절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아 발생한다. 신생혈관 녹내장은 당뇨의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스테로이드 녹내장은 라식·라섹 등 시력교정술을 받은 후에나 포도막염 등의 안질환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 약물을 오래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다. 또 외상으로 눈을 다치면서 녹내장이 발생하기도 한다.

녹내장은 초기에 발견해서 꾸준히 잘 치료를 받으면 실명까지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젊더라도 주기적으로 안압·안저 검사 등 안과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녹내장학회에서는 연령별로 나눠 40세 미만은 2~4년에 한 번 검진을 받으라고 권고한다. 40~60세 연령대에서는 2~3년에 한 번, 60세 이상은 1~2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검진받기를 추천한다.

반대로 제때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면 실명 등 심각한 결과를 부를 수도 있는 질환이 바로 녹내장이다. 안압이 높아지면서 녹내장성 손상이 진행되거나, 안압은 정상 범위에 있어도 마찬가지로 시신경의 손상이 발견되는 예도 있다. 시야의 중심부 외에 주변부부터 손상이 서서히 이뤄지므로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안압 상승으로 통증이 심하면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지만 노화와 함께 서서히 진행될 경우 뒤늦게 알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녹내장의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 치료, 레이저 치료, 수술 치료가 대표적이다. 약물 치료는 많은 종류의 녹내장에서 먼저 쓰는 치료법으로, 안구에 직접 약물을 점안해 안압을 하강시키는 등의 효과가 나타나도록 한다. 레이저 치료는 레이저를 안구 안으로 쬐어서 내부 구조를 바꾸는 식으로 안압을 하강시키는 방법이다.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등의 상황에서 쓰이는데, 방수 배출이 원활치 않거나 추가로 더 안압을 낮춰야 하는 등의 이유가 있을 때는 수술 치료도 시행된다. 최근에는 최소 침습 녹내장 수술(MIGS)의 발달로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부작용이 적게 시행하는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종진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장은 “일반 건강검진에는 안저검사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녹내장 증상이 꽤 진행된 후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녹내장은 발견 시기와 대처 방법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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