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굽고 목 뻣뻣해지는 ‘강직성 척추염’…잘 때 허리 아파 자주 깨면 의심해봐야[의술인술]
척추 마디가 굳어지는 강직성 척추염은 류마티스 인자가 음성인 ‘혈청음성 척추관절병증’에서 가장 흔한 질환으로, 엉덩이의 천장관절과 척추관절을 특징적으로 침범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강직성 척추염(질병코드 M45)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7년 4만1797명에서 2021년 5만1106명으로 5년 새 22%가량 증가했다.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2.5배 많았으며, 특히 20~40대가 56%를 차지해 젊은 남성층에서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직성 척추염은 방치하면 등이 굽고 목이 뻣뻣해진다. 초기 대표적 증상은 엉덩이뼈 통증인데 간과하기 쉬워 병원을 찾을 때는 이미 염증이 흉추까지 침범한 경우가 많다. 강직된 부위는 회복이 어려워 조기에 발견해 치료해야 효과적이다.
본 교수팀은 앞서 8년간(2008~2015년) 병원을 내원해 강직성 척추염을 진단받은 환자 중 척추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검사한 117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는데, 남성 환자가 79%(920명), 평균 연령은 33(±10)세였다. 주목할 점은 47.2%가 진단 시 이미 흉추까지 침범돼 있었다. CT를 이용한 골밀도 측정법인 QCT 검사를 통해 진행한 강직성 척추염 환자 골밀도에 관한 또 다른 연구에선 척추가 강직되면 주변 척추체의 골밀도는 감소하고, 인대는 골화돼 외부 충격에 특히 더 약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강직이 시작된 환자는 보다 적절한 골다공증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직성 척추염은 일반적으로 척추를 침범하기 시작할 때 양쪽 엉덩이뼈가 번갈아 가면서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이 시기에 진단을 놓치면 흉추를 침범할 때까지 증상이 심하지 않아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강직성 척추염이 흉추를 침범하게 되면 가벼운 기침에도 흉통이 있고, 손으로 누를 때도 통증이 있다. 또한, 잠을 잘 때 허리가 아파서 깨는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한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이 있다면 강직성 척추염을 의심해 서둘러 진료를 받아 봐야 한다.
흉통이 있다고 하면 기본적으로 흉부 X선 검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이 검사만으로는 강직성 척추염의 흉추 침범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 폐의 공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CT 검사를 통해 흉추의 이상 여부를 확인해 강직성 척추염을 감별할 수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조기에 발견하면 약물치료와 운동요법 병행으로 척추 강직의 진행을 막을 수 있어 일상생활에 큰 무리가 없는 질환이다. 하지만 통증이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데다 진통제로 쉽게 가라앉기 때문에 초기에 진단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흉추까지 침범되는 등 척추 강직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게 되면 치료 효과를 낙관할 수 없는데, 한번 굳은 관절은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초기에 증상을 자각해 일찍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치료를 받으면 그 효과 덕에 척추 강직까지 진행되는 경우는 10%에 불과하지만 흉추까지 침범돼 발견하는 등 치료시기가 늦으면 효과가 많이 저하될 수 있다. 강직성 척추염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미루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해보길 권한다.
이상훈 강동경희대병원 교수 관절류마티스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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