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피해 산 살린다며 산 나무까지 댕강‥알고보니 무차별 벌채
[뉴스데스크]
◀ 앵커 ▶
지난해 동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4천 헥타르의 산림이 사라졌습니다.
산을 다시 살리기 위해 지금 불에 탄 나무를 베어내고, 새로 나무를 심는 작업이 한창인데요.
그런데, 현장을 가보니 멀쩡한 나무들까지 마구 잘려 나가고 있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지, 이아라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작년 3월 강릉 옥계에서 시작된 산불.
순식간에 강릉과 동해안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습니다.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이웃집에 지른 불은 한 60대 남성의 방화에 축구장 5천 배가 넘는 산림이 사라졌습니다.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강릉시 옥계면의 한 야산.
이곳에서도 40년째 가꾸던 소나무들이 잿더미가 됐습니다.
산주는 산불 직후 완전히 탄 나무를 베어냈고, 살아남은 나무들은 남겨 뒀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강릉시가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긴급벌채를 한다며, 멀쩡한 40년산 나무 20여 그루를 베어버렸습니다.
밑동이 멀쩡해 보이는 소나무가 이 근처에서만 수십 그루 잘려 나갔습니다.
제가 올라설 수 있을 정도로 굵은, 수령이 꽤 되는 소나무인데요.
그리고 이 주변으로 이렇게 다시 가느다란 어린 소나무가 심어졌습니다.
또 다른 벌채된 나무를 살펴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산불피해를 입었지만 벌채할 이유가 없는 나무라고 지적합니다.
[전영만/임업 후계자] "벌채한 나무를 보면 위에 송진이 거의 올라와 있어요. 이런 나무는 살 확률이 한 80~90%는 되거든요."
일단 벌채지역이 정해지면 나무를 가리지 않고 베는 겁니다.
긴급벌채 지역인 곳으로 가봤습니다.
벌채 대상으로 분류됐던 나무들에 새잎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1년도 안 걸려 다시 살아난 겁니다.
[홍석환/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수관층을 형성하는 큰 나무들은 거의 100% 살아있고요."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4년 전 산불 피해를 입은 야산.
모두 벌채한 뒤 인공조림을 한 숲은 민둥산처럼 변한 반면 산주가 벌채에 동의하지 않아 그대로 둔 쪽은, 빽빽하게 숲을 이뤘습니다.
[홍석환/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자연 상태로 그대로 두면 이렇게 산불에 가장 강한 졸참나무 굴참나무 등 활엽수가 아주 지금 완전히 밀생하고 있죠. 눈에 보이는 것처럼‥"
주먹구구식 벌채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불탄 나무를 제대로 구분하는 기준이 없고, 더 근본적인 이유는 비용 문제입니다.
산림 피해는 보상금이 거의 없다 보니 산주가 불탄 나무뿐만 아니라 멀쩡한 나무까지 베어내 팔아야 벌목 비용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불피해 마을 주민] "저 위에 나무가 불에 안 탔는데도 이렇게 벌목하는 데가 있어요. 그런 데서 베어서 가는 것 같은데‥"
강릉시는 앞으로 살 가능성이 있는 나무들은 남겨두는 복원 계획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아라입니다.
영상취재: 양성주 (강원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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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양성주 (강원영동)
이아라 기자(ara@mbceg.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83138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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