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푸틴, 브릭스 화상 참석' 남아공 제안 거절"
사실 확인시 제재 가능성…랜드화 사상 최저치 기록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러시아가 오는 8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 주최국인 남아공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화상 참석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에 대한 무기 제공 의혹까지 받는 남아공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는 양상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최근 나레디 판도르 남아공 외무장관이 제안한 푸틴 대통령의 브릭스 정상회의 화상 참석을 거부했다고 현지 주간지 메일앤가디언(M&G)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국 간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남아공 입국시 방안을 검토할 부처간 위원회를 구성하기 직전 판도르 장관이 이같은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남아공 정부는 다음 달 방문할 예정인 라브로프 장관에게 부처 간 위원회가 고려한 선택지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M&G는 덧붙였다.
남아공 정부와 집권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발부를 이유로 오는 8월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을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푸틴이 실제 8월 22∼24일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을 강행할 경우 올해 브릭스 의장국인 남아공은 난처할 수밖에 없다.
ICC의 설립 협정인 로마규정 당사국으로서 남아공은 푸틴 대통령 입국 시 그에 대한 ICC의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ICC는 지난 3월 17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킨 전쟁범죄에 관여했다며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ICC 탈퇴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가 하루도 안 돼 "그럴 계획이 없다"며 정정한 것은 그만큼 깊은 고뇌의 방증으로 풀이된다.
남아공은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유지되던 옛 소련 시절부터 ANC를 지원했던 러시아와 공고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유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규탄하는 결의 채택에 기권한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이런 우호 관계가 사상 최악의 전력난으로 경제 위기에 처한 남아공의 발목을 잡는 듯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에는 현지 주재 미국 대사가 남아공이 러시아 화물선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했다며 남아공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남아공 대통령실은 미국 대사의 발언이 양국 간 협력과 파트너십 정신을 훼손한다며 실망감을 보이면서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이 직접 "해당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며 "늦지 않게 확인된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수습에 나섰으나 사실로 확인되면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어서다.
아울러 작년에만 남아공에 4천억 랜드(약 28조원) 상당의 혜택을 준 미국의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 대상국에서 내년부터 제외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남아공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날 직접 현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무기 공급을 허가한 적이 없다며 수습에 나섰으나 여파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남아공 군비통제위원장인 몬딜 군구벨레 장관은 이날 현지 '702라디오'에서 이같이 밝히고 만약 무기가 전달됐다면 불법이자 부적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아공 화폐 랜드화의 가치는 이날 장 중 한때 달러당 19.3614랜드에 거래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 세운 달러당 19.3508랜드의 역대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에 대한 무기 공급 의혹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남아공 제제를 고려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재 대상인 러시아 선박이 남아공 항구에 정박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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