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전관이 예우받으려면
2010년 8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찾았습니다. 북한에 불법 입국했다가 체포된 미국인의 석방을 위해서였죠. 그의 노력 덕에 억류됐던 미국인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올해 99세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장수하고 있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사실 재직 시절에는 인기가 바닥이었습니다.
하지만 퇴임 후 가난한 이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 운동을 하고, 세계 곳곳에서 인권 수호와 분쟁 해결에 앞장서 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이라는 애칭을 얻지요.
미국인들은 그를 두고 처음부터 전직 대통령이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고 할 정도입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활발한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귀거래사 이후 유유자적하며 지내는 것도 아니고, 어정쩡한 위치에서 본의 아니게 정쟁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 스스로의 공과 사 때문도 있겠지만 정치권에서 전직 대통령을 앞세워 친OO계, 반OO계로 결집하거나, 전직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정치세력화 시도로 갖다 붙이고, 또 의심하며 어떻게든 현 정치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거든요.
국민 통합을 위해 일하긴커녕 정쟁의 촉매제로 있는 겁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흘 뒤 청계천을 찾기로 했고 사면 복권 뒤 1년여 동안 칩거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달 대구 동화사로 첫 외출을 했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은 평산마을에 책방을 열었죠.
이들 전직 대통령 3인의 행보는 정치 갈등의 불씨가 돼선 안 됩니다. 국민 통합의 밀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정치권이 그들을 놔줘야 합니다. 또한 전직 대통령 스스로도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키우려해선 안 됩니다.
물론 자신을 따르던 사람들을 정치권에 연결해줘 보은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더 큰 그림을 봐야합니다.
몇몇 자신을 따르던 이들을 챙겨 그 몇몇에게만 좋은 전직 대통령으로 남으시겠습니까 아니면 한국의 극심한 진영대결을 치유한 국민 통합에 기여했다고 역사에 길이 남는 전직 대통령이 되시겠습니까.
선택해 주십시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전관이 예우받으려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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