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정진상·김용, 술값 내 앞으로 달아놔… 부담돼 뇌물 받기 시작”

조성민 2023. 5. 1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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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에 준 뇌물 중 1000만원, 제가 썼을 수도…정진상은 100%”
정씨 변호인 “진술 신빙성이 떨어진다” 지적에…유씨 “모든 공무원 반드시 녹음하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술값이 부담돼 민간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기 시작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김씨에게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1억9000만원의 뇌물 중 1000만원은 정확히 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바꿨다.

유씨는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씨의 뇌물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초 뇌물 수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유씨는 2013년 설 무렵인 1월 혹은 2월 남욱씨가 요구하지 않은 2000만원을 가져와 이를 받았다고 말했다. 남씨로부터 받은 첫 뇌물이라고 했다. 이는 검찰이 2021년 10월 유씨를 기소할 당시 공소장에 담은 뇌물 3억5200만원과는 별도다. 유씨가 2013년 3월 먼저 금품을 요구해 그 다음달부터 돈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 당시 검찰 조사 결과였지만, 이보다 앞선 시점에 남씨가 스스로 돈을 가져와 받았다는 것이다.

유씨는 “정진상과 김용은 술만 먹으면 제 앞으로 술값을 달아놔 2010년에만 4000∼6000만원이 돼 굉장히 부담이 됐다”며 “김용은 공사 설립하면 돈 좀 만들 수 있냐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등 다들 돈이 필요하다고도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그럼 한 번 만들어 볼게요’라고 했고 ‘그래도 남욱이 변호사니 제일 낫지 않나’ 싶었지만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며 “근데 본인이 가져왔길래 그냥 받았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검찰 수사에서 이 2000만원을 1000만원씩 각각 정씨와 김씨에게 줬다고 진술했는데, 이날 공판에서 김씨에게 준 사실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물러섰다. 뇌물수수 혐의 액수는 정씨가 2억4000만원, 김씨가 1억9000만원인데 김씨의 공소사실이 흔들릴 여지가 생긴 셈이다.

유씨는 “정진상에게 준 것은 100% 얘기할 수 있는데 김용은 줬다는 게 80%, 아닌 게 20% 정도”라며 “김용 아니면 제가 썼을 텐데 김용 사무실에 가서 1000만원을 여러 차례 전달한 적이 있어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수사뿐 아니라 김씨 뇌물 재판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진술해왔던 부분이며, 다소 불분명한 부분은 재주신문 과정 등을 통해 명확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그 이전에도 민간업자가 아닌 고(故) 유한기 전 공사 개발본부장에게 1억원을 빌리는 등으로 마련한 돈을 정씨에게 줬다고 주장했다. 정씨에게 ‘떡값’으로 약 50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고, 한 철거업자가 정씨의 술값을 대납한 9000만원을 대신 변제해줬다고 했다. 정씨가 이 철거업자에게 술값 대신 성남시 일감을 주기로 약속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자신이 변제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428억 약속·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씨 변호인은 유씨가 2012년 남씨에게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안 만들어 주면 이재명 시장 임기가 끝날 때까지 2년 기다려서 이재명이 되지 않기를 바라거나 아니면 6년 더 기다려라’고 말했다는 검찰 조사 내용을 소개하면서 “증인은 이 대표 편이 아니라 남욱 편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씨가 이 대표 낙선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한 것 아니냐고도 몰아세웠다. 유씨는 해당 발언은 인정하면서도 “이분법으로 가를 만한 내용이 아닌 정무적인 내용으로, 이재명 시장의 뜻을 관철하면서 가장 부드럽게 사태가 나빠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참모의 역할”이라고 반박했다.

유씨는 정씨 변호인이 진술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자 “모든 공무원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녹음하고 기록해 놔야 한다는 것”이라며 “처음부터 다 털어놨으면 이런 말을 듣지도 않았을 텐데 불행히도 저는 정진상과 김용처럼 감추고 숨기려 했다”고 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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