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국회의원은 짬 내서 코인 하면 안 되나요?

이성훈 기자 2023. 5. 1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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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 중 코인 거래?…김남국 의원의 수상한 행동

△ [단독] 김남국, 상임위 중 위믹스 매매?…"국회법 징계 사유" (2023.5.11 SBS 8뉴스)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188375 ]

△ [단독] 김남국 "휴게실 · 화장실서 거래"…윤리감찰 지시 (2023.5.12 SBS 8뉴스)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189727 ]


지난해 11월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태원 참사 현안 보고와 질의를 위한 회의였던 만큼 국회 출입기자들도 회의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지켜봤습니다. 참사 당일 경찰이 마약 수사에 집중하느라 사고에 대비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이에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는데, 김남국 의원도 참석해 질의했습니다.
 
"국민들이 봤을 때는 경찰이 사전에 교통이나 경비 이런 안전과 관련된 것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이 전 부 다 마약 수사와 관련된 부분에 집중하다 보니 안전과 관련된 부분, 이런 부분에 소홀한 것 아니냐라는 이런 질문을 하는 겁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 마지막 질의 中 (2022.11.7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김 의원의 마지막 질의가 끝난 시간은 오후 6시 41분. 그런데 이로부터 불과 5분 뒤인 오후 6시 46분에 김 의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가상화폐 지갑에 '위믹스' 코인 매매 흔적이 기록됩니다. 김 의원이 한때 수십억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던 걸로 알려진 바로 그 코인입니다. 해당 지갑을 분석한 결과 김 의원은 4분 가까이 위믹스를 매도·매수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주식과 달리 코인은 24시간 거래가 가능합니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거래할 수 있습니다. 가상자산 전문가 변창호 씨에 따르면 김 의원이 매매에 이용한 클레이스왑(KLAYswap)은 '탈중앙화 거래소'입니다. 탈중앙화 거래소는 중개자가 없이도 직거래가 가능한데, 클레이스왑은 시장가 매매만 가능하고 예약 주문 기능도 없습니다. 김 의원이 상임위 중에 실시간으로 코인을 매매했다는 근거입니다.

지난해 5월 9일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김 의원이 코인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인사청문회는 오전 10시 시작됐지만, 여야가 자료제출에 이어 '검수완박' 용어를 두고 대립하면서 오전 11시 37분에 정회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이 6건의 가상화폐 거래 기록이 확인됐습니다. 청문회는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고, 청문회가 끝나기 직전인 10일 새벽 3시 15분부터 2분 동안에도 3차례 거래 흔적이 남았습니다. 당시 김 의원은 한 장관 딸의 학업 관련 의혹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이 모 교수'를 친인척 관계의 이모로 해석해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김 의원의 의사 일정 중 코인 거래는 올해도 계속됐습니다. 지난 3월 22일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중에도 위믹스 코인 거래 내역이 발견됐습니다. 오전 10시 17분에 시작한 소위는 오후 6시 12분에 끝났는데, 오후 2시 32분부터 4분 넘게 거래를 한 걸로 보입니다.

일하다가 잠깐 거래한 건데?…"국회법상 징계 사유"


김 의원이 상임위 중 코인 거래를 했다는 SBS 보도 직후 '일하다가 잠깐 짬 내서 투자한 게 잘못이냐'는 항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국회의원도 투자할 자유가 있는데 기자가 억지로 흠집을 내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습니다. 김 의원이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면 경고 정도로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 기관입니다. 국민이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해 선택한 국민의 일꾼입니다. 그런 국회의원이 의정 활동 중에 사적인 투자에 시간을 쓴 사안입니다.

이와 비슷한 일이 지난달에도 있었습니다.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제주 지역의 각종 현안을 점검하는 제주도의회 도정질문 본회의장에서 현길호 민주당 도의원이 주식 거래를 하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겁니다. 현 의원은 도정질문 첫날인 4월 11일 동료 의원이 오영훈 제주지사를 상대로 첫 질문을 이어가는 도중 휴대전화로 주식 거래를 했습니다. 곧바로 현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법률가 출신 국회의원들에게 이런 행동이 허용 가능한지 물었습니다. 열이면 열 '매우 부적절하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국회의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데 이걸 위배했다는 겁니다.
 
국회의원윤리강령 [제정 1991.02.07]
1. 우리는 국민의 대표자로서 인격과 식견을 함양하고 예절을 지킴으로써 국회의원의 품위를 유지하며, 국민의 의사를 충실히 대변한다.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 [일부개정 2017.03.02 국회규칙 제200호]
제1조(윤리강령준수)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윤리강령을 성실히 준수하여야 한다.
제2조(품위유지)
국회의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국회의원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윤리강령이나 윤리실천규범을 위반하면 징계가 가능합니다. 상임위 중 국회의원의 사적 투자 행위, 법이 금지하고 있는 겁니다.

민주당, 윤리감찰 착수…"국회의원의 '1분 1초' 의미 되새겨야"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SBS 보도 다음 날인 오늘(12일) 해당 의혹에 대해 윤리감찰을 긴급 지시했습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김 의원이 국회 상임위 중 가상화폐 거래를 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선출직 공직자이자 당의 국회의원으로서 품위 손상 여부 등에 대한 윤리감찰을 긴급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 자체 진상조사팀원인 김한규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상임위 도중 거래 의혹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행동은 다 징계를 하게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는 겁니다.

적지 않은 의원이 김 의원의 행동을 '부끄럽다'다고 표현했습니다. 동료 의원이긴 해도 마냥 감싸주기에는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의미일 겁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회의원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1분 1초'의 의미가 얼마가 무거운지 다시금 되새기길 바랍니다.

이성훈 기자sunghoo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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