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10배 커지는 희귀질환…11시간만에 이식수술 성공했다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3. 5. 1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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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성 간 질환자의 몸에서 12kg에 달하는 간을 떼어낸 이재근 교수
세브란스병원이 다낭성 간 질환자를 대상으로 전례없던 방식의 간 이식 수술을 실시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이식법은 간 정맥 등의 혈류를 차단한 뒤 기존의 간을 떼내고 생체 간을 혈관에 다시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수술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출혈량도 줄여 환자의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려 12kg에 달하는 간을 몸 속에 지니고 있었던 환자는 현재 건강을 되찾았다.

12일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이재근 이식외과 교수는 최근 다낭성 간 질환자의 생체 간 이식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희귀병의 일종인 다낭성 간 질환은 몸 속 노폐물이 물혹처럼 덩어리를 이룬 상태에서 간 전체에 20개이상 생긴 상태를 말한다. 건강한 성인의 간은 1.2~1.8kg정도지만 다낭성 간 질환자의 경우 간 무게가 최소 10kg이상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복수가 차고 복통, 구토, 호흡곤란, 소화불량 등이 유발된다.

그동안 다낭성 간 질환의 치료법으로는 물혹을 직접 터뜨리거나 채액을 빼내는 배액술이 흔히 실시됐다. 하지만 출혈이 심하게 일어나고 수술이 오래 걸린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됐다. 이에 이 교수는 간 정맥과 복대정맥(심장으로 이어지는 혈관)을 간에서 떼어내 혈류를 차단한 다음 기존 간을 제거하고 생체 간을 이식한 뒤 다시 혈관을 이어붙이는 방식의 수술을 세계 최초로 실시했다. 간이 10배이상 부풀면 주변 혈관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난도가 매우 높은 방법이지만 출혈량을 줄이고 소요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번 환자의 간 무게는 12.1kg로 체중의 25%에 달할 만큼 커져있었다. 그에 반해 수술에 걸린 시간은 11시간으로 다른 환자들보다 비교적 짧았고 수혈량도 200cc에 불과했다. 일본 게이오 의대에서 최근 간 무게가 10kg인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식 수술은 18시간이나 걸렸고, 수혈량도 4만8800cc에 달했다. 이와 비교했을 때 이 교수는 소요시간을 40% 줄이고, 수혈량을 99.6%가량 낮춘 셈이다.

이 교수는 “다낭성 간 질환은 국내 케이스가 적어 수술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환자의 부담은 낮추면서 수술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는데, 여러 의료진의 협진과 환자·보호자의 믿음 덕분에 이번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환자는 지난해 12월 퇴원했고 최근 검진에서 이식된 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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