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로 물든 신촌… ‘서울광장 퀴어축제 불허’ 규탄 행진 [밀착취재]
“우리가 여기에 있다. 무지개는 이어진다.”
두 단체는 행사 개최 90일 전인 지난달 3일 동시에 서울광장 사용을 신청했다. 이번 결정으로 2015년 이래 매년 서울광장서 열린 퀴어문화축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온라인으로 진행된 것을 제외하고, 올해 처음 서울광장에서 열리지 못하게 됐다.
◆“우리가 청년이다” 서울 10개 대학 구성원 모여 신촌 대학가 행진
이날 서울 10개 대학의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 및 성소수자 동아리 등은 신촌의 명물 ‘빨간 잠수경’ 앞에 모여 ‘서울퀴어문화퍼레이드(서울퀴퍼) 서울광장 사용 불허’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그들 위로 각 단체들의 깃발과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바람에 흩날렸다. 약 130명의 시민이 집회에 참석해 ‘누구의 회복이냐 우리가 청년이다’, ‘사용불허 웬말이냐 서울시는 각성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흔들며 지지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홍익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홍반사’도 “우리는 우연찮게 이 세상에 태어나 우연찮게 부여받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해달라는 목소리도 도둑 맞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을 마친 참가자들은 “차별행정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입구부터 연세로를 따라 맥도날드 연세대점까지 왕복 400m 거리를 한차례 행진했다. 행진을 마치고 다시 한자리에 모인 참석자들은 걸그룹 소녀시대의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를 함께 부르며 집회를 마쳤다.
“사랑해 널 이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서로를 보듬는 노랫말이 신촌 거리를 채웠다.
홀로 행진에 참석한 이들도 있었다. 신모(19)씨는 “SNS를 통해 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 사용) 불허 결정을 접하고 납득하기 어려워 왔다”며 “우리가 모인 이곳이 광장이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혐오에 맞서겠다”고 했다. 이모(22)씨는 “나는 성소수자 당사자는 아니지만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서울시 행정에 실망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광장 퀴어문화축제 ‘불허’…절차상 문제 있었나
서울시는 조례에 따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제6조)’에 따르면 서울광장 사용일이 중복된 경우 신고 순위에 따라 수리한다. 만약 신고 순위가 같으면 신고자끼리 협의해 조정하고,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광장운영위 의견을 들어 어느 행사를 개최할지 정한다.
하지만 조직위 측은 서울시가 절차를 위반한 채 편향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반발했다. 조직위는 “조례에 따른 적법한 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며 “조정 시 보통 유선과 대면으로 모두 의사를 물어보는데 이번에는 전화로만 묻고 곧바로 광장운영위에 상정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결에 참여하는 한 시의원은 광장운영위가 열리기 전부터 ‘청년 회복 콘서트가 열린다’고 인터뷰하기도 해 조직위 측에서는 부당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광장 사용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적법한 절차와 요건을 갖추면 사용료를 납부하고 서울시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중복신고 건에 대해서는 신고자들간 협의를 통해 조정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별다른 조율이 없이 광장운영위에 안건으로 상정됐다는 것이 조직위의 입장이다.
상담을 진행한 138명 대상 1471건의 상담이슈 분석 결과, 특히 성인기로 이행하는 10대 후반(17∼19세)의 경우 정신건강·심리문제(96건), 가족과의 갈등(72건)·탈가정(35건) 및 자해(22건)·자살위기(14건)가 두드러졌다.
조직위에 따르면 퀴어문화축제는 퀴어 청소년과 청년이 ‘진정한 나로 살겠다는 것’이 무엇인지 끝없이 고민하며, 서로가 서로를 환대하는 현장이다. 양편의 주장이 조정 절차를 통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점은 확인이 필요한 지점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그래도 7월 1일 서울퀴어퍼레이드는 반드시 열린다”며 “조직위는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개월 시한부' 암투병 고백한 오은영의 대장암...원인과 예방법은? [건강+]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속도위반 1만9651번+신호위반 1236번… ‘과태료 전국 1위’는 얼마 낼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발열·오한·근육통' 감기 아니었네… 일주일만에 459명 당한 '이 병' 확산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