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기우, 아이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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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빛이 나는 거라서 깜깜한 밤에도 볼 수 있는 거야 무수히 많은 보석 같은 것들이 검은 하늘에 잔뜩 뿌려져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거야. 너희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구나. 아름다운 밤하늘을.' 무시무시한 괴물들로부터 아이들을 겨우 구하고 아빠는 첫 권에서 숨을 거둔다.
아빠가 아무리 애를 태워도, 결국 남은 세상과 미래는 아이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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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주일우의 뒹굴뒹굴 만화심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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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어버이날이 지나갔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 부모님도 모시는 입장이면 제법 분주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이런 분주한 마음의 기원은 어디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부모님과 나, 그리고 나와 아이들이 뭔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여 있다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무엇으로 연결돼 있는 것일까? 영국에 살 때, 길 가던 외국인 친구는 유아차 안의 아이 얼굴만 보고 내 아이라는 것을 쉽게 알았다고 했다. 아이와 닮은 것은 빼도 박도 못할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지. 더 분명하게 운명적인 끈을 느낄 때가 있다. 녀석이 날 닮아 못난 행동을 할 때.
나는 아이가 자유롭게 크기를 원했다. 헛된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게 아이에게 쉬운 일이던가. 믿는 구석 없으니 만사에 회의적인 눈길을 보내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부모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에 맞닥뜨리기 십상이다. 대한민국 학부모라면 공부 잘하는 아이를 원할 텐데, 공부를 열심히 할 동기를 만들어주긴 어렵다. 내게서 이어진 게으른 성정까지 더해지면 답이 안 나온다. 아내는 아직도 아이가 어려워하고 따를 수 있는 국가나 종교와 같은 전통적인 제도에 대한 존경을 심어주지 못한 것을 아직도 후회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쿨하고 멋진 어른으로 키울 수 있는 걸까?
지구 전체가 물에 잠겨 육지는 하나도 없는 세상에서 사는 지구인 이야기를 담은 만화 <심해수>. 설정은 크게 새롭지 않지만 첫 권에 담긴 아빠와 아들의 대화에 끌려 아홉 권을 단숨에 봤다. 물에 잠긴, 옛 문명의 흔적에서 필요한 것을 찾으러 간 아빠는 곁에 선 아들이 걱정스럽다. “앞에 날카로운 유리가 있어.” “알아요, 아빠. 나도 보고 있어요.” 알긴 뭘 안다고. 보탬이 될 만한 것들을 하나라도 더 가져가려는데, 아들은 시큰둥하다. “지금은 쓸모없다 생각해도 언젠간 반드시 쓸 때가 오는 법이야… 넌 더 많이 배워야 해.” “또 잔소리~!”
<심해수>의 세상은 물에 잠겼을 뿐만 아니라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들이 바다에 가득하다. 주로 괴물들이 활동하는 밤에 아이들은 갑판 아래서 지내야 한다. 대낮에도 안심할 수는 없는 일. 세상을 보고 싶은 아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왜 아빠 마음대로 정하는 거야! 나도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 만큼 컸어!” “규칙은 우리 가족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거야.” “아빠는 언제까지 우리를 어린애 취급할 거야?”
늘 티격태격하지만, 사실 아빠의 속마음은 이렇다. ‘별은 빛이 나는 거라서 깜깜한 밤에도 볼 수 있는 거야… 무수히 많은 보석 같은 것들이 검은 하늘에 잔뜩 뿌려져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거야. 너희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구나. 아름다운 밤하늘을.’ 무시무시한 괴물들로부터 아이들을 겨우 구하고 아빠는 첫 권에서 숨을 거둔다.
아빠가 아무리 애를 태워도, 결국 남은 세상과 미래는 아이들의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빠는 걱정을 놓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괴물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전사로, 또 인류와 괴물을 화해시키는 존재로 큰다. 수많은 싸움과 죽음, 그리고 슬픔 위에서 미래의 시간이 열린다. ‘나는 그것이 늘 무서웠다. 내가 너희를 지켜내지 못할까 봐… 나는 늘 두려웠다’는 아빠의 고백은, 늘 기우다.
만화애호가
종이나 디지털로 출판되어 지금도 볼 수 있는 국내외 만화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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