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땐 “김치∼참치∼꽁치~히~” 마산 신신예식장 ‘무료예식’ 代 잇는다

정채빈 기자 2023. 5. 1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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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신예식장 백남문 대표가 12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신신예식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저희 예식장을 찾는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신다면, 저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의 신신예식장 백남문(53) 대표는 12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아버지 백낙삼 전 대표 별세 후에도 예식장 운영을 이어간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신예식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예비부부를 위한 예식장으로, 지난 55년간 부부 1만4000쌍의 결혼식이 열린 곳이다. 고 백낙삼 전 대표는 이들 부부에게 사진 촬영료 등 최소 비용만 받고 예식장과 예복 등을 빌려줘 식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왔다.

지난해 4월 고인이 지병으로 쓰러진 후부터는 그의 아들 남문씨가 어머니 최필순(83) 씨와 함께 예식장 운영을 맡고 있다. 남문씨는 “아버지가 생전 저에게 ‘너가 아니면 누가 하겠냐’라며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그 말씀에 따라 자연스럽게 제가 운영을 이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께서 예식장 운영을 맡으셨을 때는 제가 하던 일이 있어서 아버지께서 바쁘실 때 도와드리고 했는데, 이제는 완전히 예식장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례를 봐주시는 분이라던가 폐백실에서 도와주시던 분 등 이전부터 도움을 주셨던 분들도 여전히 함께 하고 계시다”고 덧붙였다.

신신예식장 백남문 대표(왼쪽)와 모친 최필순 씨./연합뉴스

남문씨는 고인의 운영방식처럼 사진 인화, 주례, 메이크업 등 꼭 필요한 비용만 받으며 예식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저희가 갖고 있는 것들은 다 무료로 제공해 드린다”며 “부부의 사정에 맞춰 20~30만원의 비용만 받고 식을 진행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영상학을 전공한 남문씨는 결혼사진을 촬영하는 데도 막힘이 없다. 그는 촬영을 하면서 고인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김치∼참치∼꽁치~”라는 사진 촬영 구호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는 이 구호에 부부들이 더 활짝 웃을 수 있도록 마지막에 “히~”라는 구호도 추가했다. 남문씨는 “이 구호가 일종의 전통이 됐다”며 “지금은 신랑, 신부가 저보다 먼저 (구호) 얘기를 꺼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이곳에는 많은 부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남문씨에 따르면 이달에만 전날까지 서울과 경남, 제주 등지에서 온 부부 9쌍의 결혼식이 열렸다. 이달 말까지는 6쌍의 결혼식이 예정돼 있다.

남문씨는 “대부분은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난 소식을 알고 계신데, 간혹 모르시고 오셔서 아버지를 찾으시는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아버지 소식을 전해드리는데 그러면 같이 안타까워해주신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 얼굴에 먹칠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기도 한다”며 “아버지께서 걸어온 길에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마음에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남문씨는 “여력이 되는 한 예식장을 최대한 발전시키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거의 60년이 된 건물에 예식장이 있다 보니 너무 오래됐고 공간도 협소하다”며 “손님을 모시는 데 부끄러움이 없도록 열심히 예식장을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했다. 끝으로 남문씨는 “언젠가는 저희 예식장을 이용하는 분들이 없어지는 날이 올 거다. 그 날이 오기 전까지 저희 예식장을 찾는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신다면, 저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고 백낙삼 신신예식장 전 대표./연합뉴스

한편 백 전 대표는 4월 28일 93세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신신예식장을 통한 선행으로 국민포장,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고, 2021년에는 LG 의인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생전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고 영화 ‘국제시장’의 사진사 역할로 얼굴을 비추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나처럼 돈이 없어 결혼 못 하고 애태우는 분들 결혼시켜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사진관을 한다고 생각하고 사진 값만 받으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 자리에 예식장을 꾸몄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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