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성 의원, 간호법 찬성해놓고 '간호조무사 학력 상향법' 발의 왜 했나"

정심교 기자 2023. 5. 1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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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 양성기관들, 국회서 '응시 자격' 입장 밝히며 항의
김희영(왼쪽) 고등학교간호교육협회장이 12일 기자회견 전, 국회 소통관에서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에게 "간호법 제정안에 서명한 이종성 의원이 어떻게 다른 법안을 발의할 수가 있는가?"라며 하소연하고 있다. 이종성 의원은 간호법 제정안을 공동 발의했지만 간호조무사의 요구를 수용해 이들의 응시 학력 요건을 상향하자는 취지의 의료법 개정안을 12일 발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호조무사는 간호법 제정안을 반대하는 대표적인 단체다. /사진=김희영 회장 측

'간호조무사의 자격'을 두고 대한간호조무사협회와 간호조무사 양성기관 간의 갈등이 극에 치닫는 가운데, 간호조무사 양성기관과 전문대 간호학부 측이 12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학력 요건을 상향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들 양성기관 수장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지난 11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간호조무사의 학력 요건을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을 발의한 데 대해 같은 당 소속 최연숙 의원에게 항의 메시지를 전달해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국직업계고 간호교육교장협의회 ▶한국전문대학간호학부(과)장협의회 ▶고등학교간호교육협회 등 세 곳이 주최한 것으로, 이들은 한결같이 "전문대의 간호조무과 설치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법에서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자격을 '특성화고등학교 간호 관련과 졸업자'와 '사설 간호학원 수료자'로 제한했다"며 "간호조무사의 응시 자격을 고졸로 제한한 건 국민의 평등권을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간호조무사를 제외하고는 어느 법률에서도 응시자격 요건으로 학력의 상한선을 제한하지 않는 데다, '이와 같은 수준 이상의 학력'으로 명시해 학력의 하한만 규정하고 있다"며 "국가기술자격증 320종은 다양한 양성기관을 통해 취득할 수 있는데, 유독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하려 하는 사람에게 특성화고등학교와 간호학원이라는 자격요건을 강제해 선택권을 박탈하는 차별을 시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희영 고등학교간호교육협의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간호조무사 학력 요건이 '고졸 이하'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간호조무사 자격 기준'을 변경해야 한다고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기관과 단체는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로, 간호법의 해당 조항이 '고졸 이하'로 돼 있어 이를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하지만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자를 규정한 해당 법조문의 제5조 어디에도 '고졸 이하'라는 말은 없다"고 못 박았다.
정연(발언자) 전국직업계고 간호교육교장협의회장이 12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전문대 내 간호조무과 개설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주최 측
국힘 이종성 의원, 간호조무사 의견 수용한 의료법 개정안 발의
간호조무사 양성체계에 대한 논란의 시초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3월 경기도 평택시의 국제대학교(전문대)가 법제처로부터 유권해석을 받은 후 '간호조무과'를 개설하고 신입생 40명을 받았다. 당시 의료법에선 간호조무사의 자격 요건이 '고졸 이상'(특성화고교 간호 관련학과 졸업 이상)이었는데, 이 법을 근거로 전문대학인 국제대에서 간호조무과를 신설한 것이었다. 당시 '간호조무사는 고졸자의 직무 영역'이라고 당연시해온 사회적 분위기에서 무심코 '고졸 이상'이라는 조항을 둔 보건복지부의 허를 찌른 것이었다.

이에 '의료법'과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칙'에 존재하지 않는 양성과정이라는 이유로 2012년 당시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의 '심판대'에 올랐다. 보건복지부는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를 받아 '간호인력 개편안'을 발표하고 여러 차례 TF 회의를 거쳐 '이상'을 삭제하는 법 개정을 발의했고, 이를 둘러싼 대학 측과 간호조무사협회, 특성화고, 간호학원 등의 공방이 수년간 치열하게 이뤄졌다. 2015년 12월 의료법 일부가 개정됐다. 개정된 의료법 제80조에선 간호조무사 자격(양성기준)으로 '고등학교 졸업 학력 인정자로서 학원의 간호조무사 교습 과정을 이수한 사람'이라고 못 박았다.

또 간호조무사 양성기관을 ▶특성화고등학교 ▶평생교육시설 ▶학원 ▶국공립 간호조무사양성소 등, 네 종류로 규정했다. 여기엔 '전문대학'이 없다. 결국 전문대학 내 간호조무과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곽지연 간호조무사협회장은 "간호조무사는 국가시험 응시 자격에 고졸 학력으로 제한돼 있다. '간호 특성화고'를 졸업하거나, '고졸자로 간호학원을 수료한 자'만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을 응시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간호조무사를 제외한 모든 직종은 자격(면허)시험 응시 자격에 대해 '고졸(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으로 규정해 학력 상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곽 회장은 "간호조무사의 응시 자격을 제한하면 국민이 전문대에서 양성된 간호조무사의 질 좋은 간호 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차단된다"며 "간호조무사의 학력 제한 차별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이행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전문대에 간호조무과를 개설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특성화고와 간호학원 등 간호조무사 양성기관 측은 전문대에 간호조무과를 개설해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김희영 회장은 "혹여라도 전문대에 간호조무과가 개설되면 학벌 위주의 우리 사회에서 고졸 출신 간호조무사의 취업이 절대적으로 불리해질 것은 물론, 대졸자와 고졸자 간 학력 차별, 학력 과잉, 교육비 부담 증가 등의 문제가 생길 게 불 보듯 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발의한 법안 가운데 하나가 간호법안이다. 이 의원은 지난 11일 간호조무사의 학력 요건을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사진=의안정보시스템 사이트 캡처.

이들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현행 의료법상에서 간호조무사의 학력 요건을 개정하자는 법안이 11일 발의됐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은 "간호조무사 응시요건의 학력 상한선을 폐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을 이날 대표로 발의했다.

이 개정안 원안에는 "현행 의료법 제80조는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 자격을 고졸 학력으로 제한하는 '학력 상한선'을 두고 있어 우수한 간호조무사 인력 수급을 가로막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 지망생의 배울 권리 등을 제한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며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요건 중 학력 상한선을 폐지해 간호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과 국민건강에 이바지하고자 한다(안 제60조의3, 안 제60조의4, 안 제80조)"고 언급됐다. 앞서 이종성 의원은 간호조무사의 학력 요건을 의료법에서 그대로 가져온 간호법 제정안을 공동 발의했지만, 간호조무사의 요구를 수용해 이들의 응시 학력 요건을 상향하자는 취지의 의료법 개정안을 11일 발의한 상태다.

한편 이들 양성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고등학교간호교육협회에서 특성화고 졸업 후 간호조무사로서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112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업계고 간호과 교육과정으로 간호조무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충분하다"는 응답이 전체의 91.3%로 나타났다. 또 "전문대에 '간호조무과'를 개설하면 진학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80%가 "없다"라고 응답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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