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팔고 월급 묶고 다 내놨다…한전‧가스公 '40조' 자구안 추진
與, 최대 적자 책임론 압박…정승일 한전 사의 표명
오는 15일 당정협의, 인상폭 최종 결정…의결 후 즉시 적용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12일 약 40조원에 달하는 비용 절감 자구책을 발표했다. 알짜 부동산 등 자산매각과 함께 임금 동결 등을 통해 요금 인상에 앞서 자구노력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 이후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로 인해 올해 1분기에 한전은 6조2천억원, 가스공사는 3조원가량 손실을 기록했다. 대규모 적자 사태 관련 책임 차원에서 여권의 압박을 받아온 정승일 한전 사장은 자구안 발표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이날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향후 자구안을 공개했다.
한전은 오는 2026년까지 약 25조원 이상 재무개선 등 자구책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비상경영체제 돌입에 따라 향후 5년 간 20조1천억원의 재정건전화 계획에 5조6천억원을 추가해 오는 2026년까지 총 25조원 이상 재무개선을 이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안정적인 전력공급 및 안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전력설비 건설의 시기와 규모를 추가로 이연·조정(1조3천억원)하고 업무추진비 등 일상적인 경상경비도 최대한 절감(1조2천억원)할 예정이다.
한전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매각도 진행된다. 기존 재정건전화 계획상 매각대상 44개소(전력그룹사 포함) 이외에도 '매각가능한 모든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원칙 하에 수도권 대표 자산인 여의도 소재 남서울본부 매각을 추진한다.
강남 핵심 교통 요충지에 입지한 한전 아트센터 및 10개 사옥의 임대를 우선 추진하고 추가적인 임대자산도 지속 발굴할 계획이다.
조직·인력 재배치도 진행한다. 전력수요 증가와 에너지 신산업 확대 등에 따른 필수 증가 소요인력 1600여명을 디지털화와 사업소 재편, 업무 광역화 등 통해 재배치 인력을 확보해 자체적으로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유지해온 행정구역 기준의 지역본부(15개) 및 지사(234개) 구성을 주요 거점 도시 중심으로 조정하고 지역 단위 통합업무센터 운영을 통한 단계적인 업무 광역화도 추진한다.
임원들의 성과급과 올해 임금 인상분도 반납한다. 한전과 전력그룹사는 2직급 이상 임직원의 임금 인상분을 전부 반납하고, 한전은 추가로 3직급 직원의 임금 인상분의 50%를 반납하기로 했다. 다만 노동 조합원인 직원의 동참은 노조와의 합의가 필요한 만큼 한전은 노조도 동참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가스공사도 임금 동결과 자산 매각을 골자로 한 자구안을 추진한다.
기존의 자구노력에 국내 가스 수급 안정에 직접 영향이 없는 사업비를 이연·축소해 총 15조4천억원 규모의 경영 혁신안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과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자회사인 가스기술공사를 포함해 2급 이상 임직원의 올해 임금 인상분 전부를 반납할 예정이다. 성과급은 경영평가 결과가 확정되는 다음달쯤 1급 이상은 전액, 2급 직원은 50% 반납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노동조합원인 직원의 동참은 노동조합과의 합의가 필요한 만큼 이날 가스공사는 노동조합도 동참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유인 공급관리소 단계적 무인화 전환의 경우, 지난달 스마트화된 관리소 16곳을 무인화하고 80여명을 재배치하면서 약 5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이외 가스공사는 프로농구단 운영 효율화를 통해 운영비를 전년 대비 20% 절감할 방침이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한전과 가스공사는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약 32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한전의 올해 1분기 6조2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초 5조원 안팎으로 관측됐지만, 이를 1조원 이상 넘은 수치다.
가스공사 역시 미수금이 지난해 말 대비 3조원가량 증가해 총 11조6천억원에 달했다. 에너지 위기 사태로 LNG(액화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올랐지만, 정부가 올해 1분기 가스요금을 동결하면서 미수금은 지난해 말 8조6천억원에서 3조원 정도 늘어난 셈이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이날 오전 자구안 관련 논의를 위한 화상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여당 내부에선 대규모 적자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정 사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진 가운데 자구안 발표 직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저는 오늘 자로 한전 사장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당분간 한국전력의 경영진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전력 판매가격이 전력 구입가격에 현저히 미달하고 있어 요금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전력의 안정적 공급 차질 등 국가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며 "전기요금 적기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전기‧가스요금은 오는 14일 고위당정협의와 15일 당정협의 등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약 7원가량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당초 2분기에 적용될 요금 인상안이 한 달 이상 늦어진 점을 고려해 정부는 당정협의에서 결정된 직후부터 인상된 요금을 적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에너지 업계에선 한전의 천문학적인 적자 해소와 에너지 절약 사전 시그널 등을 위해 최소한 두 자릿수 이상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냉방비 폭탄'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8만원 택시요금 안 내고 달아난 '먹튀' 승객들…잇따라 검거
- 뺨 때리고, 담뱃불로 지지고…무서운 10대 여중생들 실형
- 30년 부양해온 父, 술 취해 폭행 살해 후 감형…이유는?
- 하늘에서 떨어진 이상한 액체?…공사장서 날아온 '콘크리트 액'
- 이별하자는 전 여친 폭행·감금…알고보니 전에도 '데이트 폭력'
- 홍준표 "권력 꽁무니 쫓는 하이에나"…하태경 "재명수호 그만"
- '김남국 코인 논란' 위믹스 발행한 위메이드 대표 피소
- "기시다, 군사강국 원한다" 타임 보도에 日정부 반발…日네티즌 "맞잖아?"[이슈시개]
-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한일 협의…'검증' 실질적으로 가능할까?[정다운의 뉴스톡]
- 뺨 20대·씹던 껌 머리카락에…가혹행위 저지른 10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