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수급 불안 현실화…제주 농가 위기감 고조
제주지역 마늘 수확이 한창인 가운데 농가들은 1년 농사의 결실을 만끽하기는커녕 수급 불안에 대한 위기감에 휩싸인 모습이다. 최근 경기 침체로 마늘 소비가 줄어 전국적으로 지난해산 재고가 많이 남은 데다 올해 생산량마저 지난해를 웃돌 것으로 예상돼 가격 폭락과 판매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5월 초 도 전역에 쏟아진 폭우로 병충해 우려 등 작황에도 빨간불이 켜져 농민의 한숨만 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4월말 기준 지난해산 마늘 재고량은 1만3552t으로 평년(1만2620t)보다 약 7.4% 많은 수준이다. 아울러 올해 추정 생산량은 32만7000t 내외로 지난해(29만824t)보다 12.4%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이 중 도내 생산량은 1만9000t 정도로 예상되는데, 최근 내린 폭우로 인한 상품성 저하마저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 또한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 5대 도매시장(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 깐마늘 1㎏ 상품 기준 4월 평균 도매가격은 7925원으로 지난달(8159원)에 비해 약 2.8%(234원) 떨어졌으며, 지난해 4월(8646원) 보다는 8.3%(721원) 하락했다.
앞으로 햇마늘이 본격 출하하면 가격 하락 폭이 확대돼 마늘 산업 전반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 서부지역 마늘 주산지농협 관계자는 “올해 유례없는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면서 “수매를 시작해봐야 알겠지만, 생산 단수와 품질이 기대만 못 해 농가소득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근 지역농협 관계자도 “최근 내린 폭우가 제주 마늘에 악재로 작용했다”면서 “도내에서 주로 재배하는 남도종 마늘은 생육 마무리 단계에 큰비를 맞아 무름병 등 병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2일 대정농협(조합장 강성방)에서 ‘마늘수급 관련 현장간담회’가 열렸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는 강성방 조합장, 이한열 안덕농협 조합장, 고영찬 제주고산농협 조합장, 강우식 농협경제지주 제주본부 부본부장, 마늘생산자단체 관계자, 제주도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위 의원은 “농정당국과 생산자가 머리를 맞대 실현이 가능한 방안을 도출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생산적인 대화로 위기를 극복할 실마리를 찾자”고 당부했다.
생산자단체는 농협에 수매물량 확대와 신속한 수매단가 결정을 요구했다. 또 농정 당국에는 마늘가격 폭락으로 인한 농가와 농협의 손실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강경택 제주마늘생산자협의회장은 “소비침체와 생산량 증가로 현장에선 포전거래마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농협이 수매 물량 확대를 검토하는 동시에 수매단가를 신속히 결정해달라”고 말했다.
김대승 제주마늘생산자협의회 안덕면지회장은 “가격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에 농협이 수매량을 늘리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농정 당국이 이를 최소화할 수급안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마늘 주산지농협 조합장들은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도 식품산업과 관계자는 “농협 수매 등의 절차가 끝난 후 부족한 부분에 대해 행정이 나설 것”이라며 “당장 구체적인 지원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임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대서종·남도종 등 마늘 품종 특성을 고려해 정부 수매 시기를 구분해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정부 수매는 대서종 마늘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확이 빠른 남도종은 정부 수매에서 소외된다는 것.
강 조합장은 “정부가 마늘을 수매하는 시기는 남도종 마늘 수확과 농협 수매가 끝난 후”라며 “남도종에 대한 수매를 일찍 진행하면 제주마늘 수급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건의했다. 이에 위 의원은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