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간첩이 아닙니다” 50년 만에 무죄 선고에도 검찰 등 아무도 사과하지 않아
피해자들 “오늘 결과 계기로 더 많은 분이 용기 내시길”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수십 년간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고통 속에서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살았다.” “지난 과거보다 중요한 건 오늘 이 상황이 무죄 판결로 종결되는 것.” “이젠 마음의 짐을 덜고 편히 살 수 있도록 50년의 한을 풀어줘서 고맙다.”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단 납북귀환 어부 피해자들은 12일 열린 재심 사건 결심 공판 최후진술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동해안 납북귀환어부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 대표인 김춘삼씨(67)를 포함한 이들 피해자 32명은 지난 1971년 동해바다에서 오징어잡이 조업 중 납북됐다가 이듬해인 1972년 9월 속초항으로 귀환했다.
천신만고 끝에 고향으로 왔지만 김씨에게 돌아온 것은 수사기관의 불법 구금과 고문, 구타였다.
당시 수사기관은 김씨 등 납북귀환어부들에게 무리하고 강압적인 수사를 벌였다. 조작되거나 폭력적인 조사로 인해 받아낸 강제 자백이 담긴 조서가 그대로 공소사실로 인용됐다.
이로인해 김씨를 포함한 납북어부귀환 피해자들은 간첩으로 몰렸고, 반공법‧국가보안법‧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해야했다.
옥살이를 하고 나온 납북귀환어부 피해자들은 이후에도 정보기관으로부터 불법적인 감시에 시달렸다.
어린 나이에 ‘사상범’이 돼 버린 김씨는 “옥살이를 하고 나와 생계 때문에 다시 배를 탔다”며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선장을 통해 내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정보기관에 보고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이들에 대한 불법 수사 등이 드러나면서 지난 3월31일에는 재심 재판이 열렸다.
그러나 춘천지검이 ‘기록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일 연기를 요청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재판에는 전국에서 춘천을 찾아온 피해자들과 그의 가족들이 참석했으나 재판은 단 10분만에 끝났다.
이후 43일만에 열린 이 사건 재심 두 번째 재판.
이날 재판에는 재심 신청인 32명 중 숨진 12명을 제외한 생존자 20명과 가족 등이 참석했다.
재판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은 불법 구금 상태에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 질문 조서는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 증거 능력이 부정되고, 이를 기초로 한 피고인의 법정 진술 역시 임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반공법 위반 등 이 사건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달라”며 “이번 재심 재판을 통해 피고인의 무고함이 확인돼 명예가 회복되고 피고인과 그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구속영장이 발부돼 집행되기도 전에 불법체포, 감금 상태에서 피의자 신문 등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인들의 수사기관 진술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이기 때문에 증거 능력이 없다”고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순간만을 손꼽아 기다린 납북귀환어부들과 유족들은 법정에서 조용히 박수를 쳤고, 법정 밖에 나와서는 만세를 부르며 환하게 웃었다. 한쪽에서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는 딸들도 있었다.
이날 딸과 함께 법정을 찾은 피해자 중 최고령인 강원 고성에서 온 김영택씨(93)는 “처벌을 받은 이후에도 감시를 당하며 지냈다. 그동안 많이 억울했는데 이제라도 무죄 판결이 내려져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김춘삼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 대표는 “억울함을 풀어준 모든 분들게 감사드린다”며 “과거의 상처와 아픔을 아직도 꺼내기 어려워 하시는 분들이 많아 오늘 결과를 계기로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실시한 전수조사에 따르면 지난 1968년부터 1973년까지 속초, 고성 등 동해안 일대에서 조업 중 납북되는 피해를 겪은 어부만 1000여명에 가깝다.
그러나 이중 재심 등 명예회복을 신청한 어부는 100여명에 불과하다.
leej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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