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로 ‘쓱’ 보니 구속이 5㎞ 껑충… SSG 기대주들의 보이지 않는 사투

김태우 기자 2023. 5. 1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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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욱은 바이오메커닉스 프로그램을 통해 투구 밸런스를 수정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SG는 당초 1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 외국인 좌완 커크 맥카티가 출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맥카티는 이날 마운드에 없었다. 왼손 중지에 물집이 잡혔고, 이것이 염증으로 이어지면서 치료가 필요했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대체 선발이 필요했다. 2군에서 마땅히 올라올 만한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김원형 SSG 감독의 선택은 우완 이건욱(28)이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불펜 투수 중 선발 경험이 있었다. 고교 시절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은 선발 유망주인 이건욱은 2020년에는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와 6승을 거두기도 했다. 올해 선발로 준비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구위가 올라왔다는 보고가 있었다. 단순히 오래 던지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올해 불펜으로 완전히 전향한 이건욱은 퓨처스리그(2군)에서 구위가 뚜렷한 상승세 그래프를 그리고 있었다. 김 감독은 “4이닝만 던져줬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사실 뒤에서는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다”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건욱은 이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어느 정도 다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4이닝 동안 안타 5개를 맞고 3실점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김 감독이 원했던 ‘4이닝’을 막아줬다. 사실상의 불펜데이에 최민준까지 목의 담 증상으로 나서지 못할 상황이라 이건욱이 4이닝을 막아주지 못하면 경기를 던져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이건욱이 꿋꿋하게 던졌고, 팀도 상대 외국인 선발 숀 앤더슨을 꺾고 이길 수 있었다.

이건욱은 3회부터 구속이 뚝 떨어졌다. 선발로 준비를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평균 구속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그러나 힘이 있던 1회에는 시속 140㎞대 중반의 묵직한 공을 던졌다. 이건욱은 SSG 내에서도 패스트볼의 구위는 최상급 평가를 받는다. 회전을 잘 주고 여기에 수직무브먼트도 좋아 타자들이 공의 밑등을 때리는 경우가 많다. 흔히 “공이 차고 들어온다”는 선수다. 그런데 구속과 중심이동이 좋아지니 KIA 타자들도 쉽게 장타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 기대주로 평가받는 윤태현 또한 밸런스 조정을 거치고 있다 ⓒSSG랜더스

이건욱의 패스트볼 구위 향상 비결은 선수의 노력도 있겠지만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은 점도 무시할 수 없다. SSG는 강화SSS퓨처스필드에 바이오메커닉스 관련 장비를 설치하고 선수들의 동작 분석을 하고 있다. 눈으로 잘 잡기 어려운 세세한 동작들이 센서와 카메라로 이뤄진 종합적인 장비를 통해 낱낱이 다 드러난다. 이 분석으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더 좋은 방법과 결론을 도출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건욱은 올해 첫 수강생 축에 속한다.

바이오메커닉스 분석 결과 이건욱은 왼쪽 축발의 브레이킹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김성용 SSG 단장은 “투구폼을 보면 가속하는 부분과 디딜 때의 밸런스가 예전과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그냥 몸이 포수 쪽으로 나갔다. 투구시 상‧하체 분리는 기본적으로 반대 작용이다. 상체는 뒤로 가고, 하체는 거기에 맞춰 나가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게 잘 안 됐다”면서 “밸런스가 잡힌 뒤 1루 쪽으로의 회전이 좋아졌다. 그러면서 구속이 4~5㎞가 늘었다. 선수도 투구시 (밸런스가) 1루 쪽으로 가는 느낌을 처음 받는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이나 조웅천 투수코치도 이건욱의 패스트볼 구위에는 이견 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조 코치는 “타자들이 느끼는 체감적인 구위가 좋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패스트볼의 제구와 슬라이더의 구속 향상이라는 과제를 주며 2군에 다시 보내기는 했지만, 이 문제만 보완된다면 1이닝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기대했다. SSG로서는 하나의 불펜 옵션 가능성을 다시 확인한 셈이 됐다.

이건욱 외에도 바이오메커닉스 프로그램을 통해 교정에 들어간 선수들이 있다. 밸런스가 흐트러진 윤태현과 정성곤, 그리고 스리쿼터형으로 팔을 내린 이원준이 현재 교정을 거치고 있다. 이들은 퓨처스리그 경기에는 나가지 않고 투구 밸런스 수정과 보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각자 문제점이 있었고 천천히 수정해나가는 과정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SSG 기대주들이 달라진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설 날이 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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