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와 불륜” 의심…70대에 둔기 휘두른 80대 감형, 왜?

대전고법 형사1부는 살인미수로 기소된 A씨(82)의 항소심에서 1심보다 형량이 줄어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자신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하고 다른 노인에게 둔기를 휘두른 8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형사1부는 살인미수로 기소된 A씨(82)의 항소심에서 1심보다 형량이 줄어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당초 A씨가 1심에서 선고받은 형량은 징역 4년 6개월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데도 이를 반영하지 않은 1심은 잘못”이라며 “고령이고 우울 장애와 인지기능 장애를 앓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제시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19일 오후 1시 20분께 충남 당진의 한 마을 경로당에서 혼자 화투 놀이를 하던 B씨(79)에게 여러 차례 둔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았다.

경로당에 있던 사람들이 A씨를 제지해 미수에 그쳤으나, B씨는 전치 8주를 요하는 중상을 입었다. 신체 마비와 언어 장애 등 후유증도 동반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B씨가 자신의 아내와 불륜을 저질렀다고 의심하고 앙심을 품고 있다가 살해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당일 아침 경로당에 몰래 둔기를 숨겨놓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1심 재판부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막지 않았으면 살인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 살인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데, 둔기를 미리 준비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 보상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고, B씨 가족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가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하자 A씨는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단념했기 때문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제지로 범행이 멈췄다. 피해자는 여전히 후유증을 겪을 만큼 큰 상해를 입어 실형이 불가피하다”면서도 “2심에 이르러 B씨에게 6500만원을 주고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하면 1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