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의 기후변화 실험의 결말
③날씨 바꾸는 기계와 태양지구공학
안녕하세요? 스페셜콘텐츠부 기후변화팀에서 일하는 남종영 기자입니다. 지난 5일 어린이날부터 여러분께 뽀로로와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뽀로로 마을에 내린 ‘폭설’ 얘길 해볼까 해요.
뽀로로 마을에 며칠째 폭설이 내리고 있어요. 길이 사라지고 문이 안 열릴 정도예요. 뽀로로와 친구들이 에디네 집에 가봤어요. 그런데, 에디네 집 주변으로 햇볕이 내리쬐고, 에디는 선글라스를 끼고 일광욕을 하고 있네요.
발명가 에디가 인공위성을 띄워 날씨를 조정한 거죠. 뽀로로와 친구들도 따뜻한 햇빛이 보고 싶다고 하자, 에디가 날씨 기계를 조정했고 뽀롱뽀롱섬에 쌓인 눈이 녹아 사라졌어요.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무더워지고 숲은 말라버렸지요. 북극곰 포비는 너무 더워서 꼼짝 못했고요.
친구들은 다시 에디에게 가서 부탁했어요. “비 좀 내리게 할까?” 에디가 다이얼을 돌리니, 신기하게 비가 내렸어요. 하지만 비는 그치지 않았고, 세상은 물바다가 됐어요. 뽀로로와 친구들은 배를 타고 헤매야 했지요.
<뽀롱뽀롱 뽀로로> 시즌 7에 나오는 ‘날씨가 이상해’ 이야기예요. 저는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이 작품이 범상치 않다고 느껴졌어요. 악에 물든 세상을 하느님이 벌한 ‘노아의 방주’ 신화에 기대고 있는 데다 최근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나오고 있는 기후공학에 대한 비판적 알레고리를 담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죠.
에디는 기술지상주의자?
최근 기후위기를 기술로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이를테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잡아서 해저에 파묻어 격리하는 기술이나 사막에서 해초를 길러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기술 같은 거예요. 큰손들의 투자금도 몰리고, 미래에 도전하는 청년들도 몰리고 있죠.
이러한 기후테크 중에서도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아이디어가 있어요. 비행기를 타고 성층권으로 올라가서 에어로졸을 뿌려 구름을 만드는 거예요. 유황 입자를 살포하면 구름이 만들어지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 구름은 태양에너지를 반사해 지구 온도를 낮춰줘요. 어려운 말로 ‘태양지구공학’이라고 하죠.
사실 이 아이디어는 자연에서 빌린 거예요.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 직후 전 지구적으로 맑은 날이 사라졌어요. 지속되는 흐린 날씨 때문에 유럽의 대기근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고요.
화산이 지구를 식힐 수 있다면, 인간도 지구를 식힐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아이디어에서 미국의 기후 스타트업 ‘메이크선셋’은 이미 미국-멕시코 국경 지역 등에서 비행기 대신 풍선을 날리는 방식으로 두 차례 실험을 했다고 밝혔어요. 이 회사는 성층권에 방출된 유황 1g당 이산화탄소 1t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죠.
하지만 부작용을 염려한 멕시코 정부는 지난 1월 이 실험을 금지했어요. 태양지구공학을 다루거나 이를 규제하는 국제협약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죠.
유명한 과학저널리스트 엘리자베스 콜버트가 2021년 쓴 <화이트 스카이>에도 태양지구공학이 나와요. 그는 인간이 지구를 움직이는 여러 과학기술을 비판적으로 소개했는데, 제목인 ‘화이트 스카이’는 태양지구공학의 부작용이죠.
성층권에 태양 반사 입자를 뿌리면 하늘이 뿌옇게 된대요. 콜버트는 말하지요. “빨리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앞으로 우리의 자손들은 하얀 하늘 밑에서 살게 될까요?
뭐라도 해야 한다 vs 그래도 해선 안 될 게 있다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태도에는 저는 크게 두 가지 입장이 있다고 봐요.
하나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아무리 급해도 해선 안 될 게 있다’는 입장이죠.
두 입장이 가장 선명하게 갈리는 게 원자력 발전이지요. 이를테면, 국내에서 두꺼운 젊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6도의 멸종> 저자이자 과학 저널리스트인 마크 라이너스는 대표적인 기후운동가이자 ‘원전 주창론자’예요. 기후위기가 매우 시급하기 때문에 모든 솔루션을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죠. 반면, 주류 기후∙환경 운동은 사고 위험과 피해 규모에 비쳐 기후위기 방지 효과가 작다며 원전에 대해 부정적이고요.
풍력발전소도 마찬가지예요. 풍력발전소를 확충해야 한다는 데 모두 찬성하지만, 발전소 입지를 정할 때 첨예하게 부딪치는 포인트가 바로 철새예요. 얼마간의 철새들 죽음은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과 최대한 조심스럽게 설치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부딪히지요. 환경운동 내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에 열심인 사람들과 야생보전에 열심인 사람들은 미묘하게 갈려요.
그나저나 뽀로로와 친구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태양지구공학을 이용해 날씨를 바꿨던 친구들은 결국 바닷속에 빠진 기계의 작동이 멈추고 나서야 평화를 되찾습니다. 눈 덮인 하얀 마을로 되돌아간 거예요.
※이번 회를 끝으로 뽀로로와 기후변화 시리즈를 마칩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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