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릉을 '한국판 보스턴 모델'로···"2년 뒤 입주기업 150곳 확대"

김윤수 기자 2023. 5. 1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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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K바이오 전진기지···외형 성장 넘어 '스케일업'
KIST 연구소기업 '시프트바이오'
2년만에 美와 신약임상 협약 성과
홍릉, 연구소·대학·병원 등 집결
규모로는 세계 톱5 수준 클러스터
'투자금 절반 美 자본'도 고려할만
[서울경제]

홍릉강소연구개발특구(홍릉강소특구) 입주 기업인 시프트바이오는 세포가 분비하는 작은 주머니인 ‘엑소좀’을 약물 전달체로 활용하는 신약 후보 물질로 미국에서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연구소 기업으로 출발한 지 2년 만인 지난해 미국 엑소좀 생산 공정 개발사 루스터바이오와 신약 후보 물질 임상 시료를 위한 전략적 협약을 맺었다. 현지 병원들과 협력해 내년 본격적인 임상에 들어간다는 계획도 세웠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프트바이오 창업자들이 의과학자이기 때문에 미국 현지 네트워크가 있고 KIST가 보스턴 다나파버암연구소와 관련 기술을 함께 연구해왔기 때문에 현지 기업·병원과의 협력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국내 스타트업이 단기간에 글로벌 무대에 진출한 모범 사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IST가 12일 ‘한국판 보스턴 랩센트럴’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유력 후보지로 홍릉강소특구가 꼽힌다. 서울에 위치해 있어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쉬운 것은 물론 KIST를 비롯한 연구기관과 대학은 물론 임상실험을 할 수 있는 병원을 모두 갖췄을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어서다.

미국 현지에 해외 진출을 위한 거점을 구축하는 등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경우 홍릉강소특구는 보스턴 못지 않은 바이오 클러스터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홍릉강소특구를 운영하는 KIST는 2025년까지 ‘보스턴 모델’을 본격 도입해 시프트바이오처럼 글로벌 진출 역량을 지닌 바이오 스타트업들을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종호(앞줄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2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강소특구 서울바이오허브를 방문해 입주기업인 해머앤아머의 '웨어러블 수술로봇 프로세스'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과기정통부

◇출연연·대학·병원 집결, 보스턴 벤치마킹에 최적=홍릉강소특구는 세계 주요국에 맞먹는 규모로 입주 기업이 밀집했을 뿐 아니라 송도·오송 등 다른 지역의 바이오 클러스터와 비교해 연구개발(R&D), 상용화 시너지를 위한 대학·병원과도 가까운 도심형 클러스터라는 장점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매사추세츠공대(MIT)·하버드대와 대형 병원이 있는 보스턴과 유사한 조건이다.

KIST·고등과학원(KIAS)·한국국방연구원 등 연구기관과 고려대·경희대·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대학, 고대의료원·경희의료원·원자력의학원 등 연구 인프라도 밀집해 있다. 이곳에서 R&D에 참여하는 박사급 인력만 7000여 명, 대학생은 12만여 명에 달한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 같은 입지적 장점을 활용해 보스턴 모델을 국내에서 실현하기 위해 2020년 8월 홍릉을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했다. 2년여 만인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프트바이오 같은 기업 356곳이 입주했다. 글로벌 제약사를 포함해 1000개사 이상이 입주한 보스턴 랩센트럴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약 450개사가 입주한 프랑스 메디센, 360개사가 입주한 고베 바이오메디컬 이노베이션센터(KBIC)와 맞먹는다. 홍릉강소특구 내 R&D 관련 종사자는 1528명, 연 매출은 총 696억 원 수준이며 연간 R&D 자금은 1조 5000억 원이다.

◇규모 성장 넘어 스케일업···2025년 유니콘 배출 목표=KIST는 2025년까지 홍릉강소특구 입주 기업 수를 500개, 연 매출을 847억 원으로 늘릴 뿐 아니라 기업들의 질적인 성장도 이룸으로써 보스턴 모델 구상을 본격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전무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이 비상장사)을 3개, 10건 미만인 상장·인수합병(M&A) 사례를 60건까지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KIST 관계자는 “규모 면에서는 홍릉강소특구가 세계 톱5 수준”이라며 “다만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가 입주한 메디센처럼 경쟁국과 비교해서는 질적인 부분에서 경쟁력을 더 키워나가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홍릉강소특구 입주 기업들이 보스턴의 병원·기업과 협업할 수 있도록 2025년까지 현지에 거점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역시 이날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 방안의 하나로 KIST와 함께 현지 거점 구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아울러 마곡(제약·신약)과 구로디지털단지(디지털 의료기기), 양재(인공지능·바이오) 등 서울시내 거점 간 연계를 강화하고 송도·오송·대구 등 지역의 바이오 클러스터와도 협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바이오 전문가들은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거점 구축뿐 아니라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을 위한 예산 확충과 투자 유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홍릉강소특구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감액됐다. 시프트바이오를 창업한 김인산 KIST 펠로우는 “보스턴 같은 ‘황새’를 우리가 (규모로만) 따라가려 하면 가랑이가 찢어질 수 있다”며 “바이오 클러스터 내 투자의 절반 이상을 미국으로부터 받는 이스라엘 같은 다른 전략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자국 바이오 클러스터 규모는 주요국보다 작지만 바이오 기업들이 창업 후 조기에 보스턴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투자의 53%를 미국 자본으로 유치하고 있다.

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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