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감수성 없는 판사와 제 역할 못 하는 검사, 가해자 온정주의 불러”
디지털 성폭력 사건을 담당한 한 공판검사는 디지털 자료의 기본단위인 jpg, mp4, KB 등의 의미도 몰랐다. 한 1심 판사는 성폭력 범죄로 기소된 피고인의 감형 이유로 ‘고도비만’을 들었다. ‘무슨 아줌마를 여자로 본다고…’ 경찰은 성폭력 피해를 신고하러온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출간된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동녘)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맞닥뜨려야 했던 현 사법시스템의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이 책의 지은이인 ‘연대자D’는 지난 10년간 전국의 수많은 성폭력 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사법시스템을 감시하고 비판해왔다. 그 자신 또한 성폭력 피해자이면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힘든 고통의 시간을 마주해야 했다. 그는 지금의 사법시스템이 성폭력 피해자를 배제·소외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사법시스템 변화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법원도 인터뷰·강연 등을 요청하며 피해자로서 연대자로서 사법시스템을 비판해온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지난 5월 9일 화상으로 ‘연대자D’를 만났다.
-지난 10년간 성폭력 피해자들 곁에서 연대 활동과 사법시스템 감시 활동을 해왔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형사사법 절차를 통해 본인의 피해를 인정받고 회복해 일상을 다시 만들어 나가려는 선택을 한다. 나 역시 그런 과정을 밟았다. 하지만 ‘법대로’라는 선택지는 많은 걸 잃어버리게 한다. 내가 당사자인데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른 채 배제되고 소외되는 경험이 고통스러웠다. 피해자인데도 당사자가 되지 못했고, 사법시스템에 대한 무지에서 생기는 억울함이 있었다. 혼자 그 과정을 거쳐야만 했던 내 경험을 돌이켜봤을 때, 다른 피해자들은 이러한 고통을 덜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 사이다 같은 해결책을 주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어느 길로 가야 그나마 덜 고통스럽고 돌아가지 않을 수 있는지 길 안내를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법시스템 전반에 대한 비판과 변화를 촉구하는 활동으로까지 발전하게 됐다.”
-어떤 방식으로 연대하고 있나.
“피해자와 일 대 일 직접 연대를 할 때는 수사·재판 전 과정에 대해 조력을 하고 대응전략을 논의한다. 먼저 피해자가 ‘법대로’를 선택하면 준비 단계에서 해야 할 체크리스트를 준다. ‘지연 고소(피해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고소하는 것)를 할 때는 준비 없이 혼자 수사기관에 가지 말고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세요’, ‘기록과 녹음을 생활화하세요’ 같은 것들이다. 단계별로 증거자료를 수집해야 할 때, 기관상담을 해야 할 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정보를 제공한다. 변호사 선임 시 변호사와 어떻게 협업하면 좋을지, 고소장 작성과 제출은 어떻게 해야 할지, 진술 과정에는 무엇이 필요하고 인권침해가 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 전 과정에 대한 대응방법을 함께 고민하며 신뢰관계인으로 수사기관 및 법원에 동석한다.”
-흔히 형사재판에서 검찰이 피해사실을 적극적으로 입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성폭력 피해자가 증거를 찾고 검사를 설득하는 등 하나하나에 다 개입해야 유죄 입증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대개 피해자들은 입증책임이 있는 검사가 사건과 피해자에 대해 충분히 알아본 후 재판에 임하리라고 기대한다. 실제 재판에서는 그러나 공판검사가 피해자의 상황이나 상태에 대해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건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로 법정에 출석하는 경우가 많다. 성폭력 사건은 물적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사건과 물적 증거 없이 피해자 진술로 가야 하는 사건으로 나눠볼 수 있다. 예컨대 디지털 성폭력은 물적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사건이다. 이런 사건은 범죄를 입증하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으리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사건조차 검사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무죄가 선고될 수 있다. 내가 연대한 한 디지털 성폭력 사건에서 공판검사는 디지털 자료의 기본단위인 jpg, mp4, KB 등의 의미도 몰라 피해자들이 유죄 입증을 위해서 디지털 매체와 환경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한편 물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사건은 피해자의 진술이 직접 증거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도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거나 피해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검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물적 증거가 없는 사건에서 피해자의 개입 없이 온전히 피해를 인정받기란 더욱 어려운 현실이다. 잘 알려진 안희정 성폭력 사건, 조덕제 성폭력 사건도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었다. 이 사건들은 피해자가 절차에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서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그렇다면 공판검사나 재판부가 피해자들의 개입을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이 부족한 상태이다 보니 당사자도 아닌 피해자에게 입증책임이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판결에 판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판사 뒤에는 검사가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 진행 과정에서 공소장 변경이나 보완 수사 요구 등 범죄 입증을 위해 검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지만, 이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심지어 결과가 나와도 항소를 포기한다. 유사한 범죄인 n번방 사건과 박사방 사건의 형량을 비교해보자. n번방 사건 범죄자들의 평균 형량은 7.9년인데 박사방 사건 범죄자들의 평균 형량은 14.3~14.8년으로 2배 가까이 된다. 그나마 34년형을 받은 문형욱(n번방 운영자)이 검거되기 전에 재판이 진행됐던 5명의 공범은 실제로 성폭력을 저질렀음에도 평균형량은 3.2년밖에 안 된다. 이유는 검찰이 항소를 안 해서다.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그제야 검찰이 항소하기 시작했다. n번방 사건 이후에 드러난 박사방 사건의 형량이 2배 가까이 늘어난 이유다. 성범죄 사건에서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는 사례가 정말 많다. 그러면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에 의해 항소심에서는 1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 판사들이 정상참작 감경을 적용하면서 ‘고도비만’을 유리한 정상(감형 이유)으로 판결문에 적시해 논란이 됐던 사건이 있었다. 1심 판사는 아동청소년 음란물(성착취물) 제작 배포 및 강제추행’으로 기소된 피고인의 형량을 ‘고도비만 등 외모 콤플렉스로 인해 인터넷상에서 타인과 교류하던 중 경솔한 판단으로 사건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는 사유로 감경했다. 이 사건 또한 피고인은 항소했는데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2심은 ‘피고인이 스스로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거나 하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해서 경위에 참작할 바가 없다’고 1심 판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검사가 항고를 포기하면서 1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었다.”
-솜방망이 처벌에는 판사의 정상참작 감경 또한 문제로 보인다.
“정상참작 감경의 작동 원리를 보자. 형은 법정형-처단형-권고형-선고형의 단계를 밟아 정해진다. 법정형은 법률 조항에 규정한 형벌이고 처단형은 법정형에서 형벌의 종류를 선택한 후 이를 토대로 법률상 가중, 법률상 감경, 재판상 감경을 적용한 형이다. 정상참작 감경은 처단형을 정할 때 활용하는 재판상 감경으로 재판부 ‘재량’으로 법정형 하한을 절반으로 깎을 수 있다. 권고형은 양형기준에 따른 형량이고, 선고형은 처단형과 권고형을 모두 고려해 최종적으로 피고인에게 선고하는 형이다. 일례로 2018년에 남자 대학생이 부산대 여자기숙사에 침입해 여학생을 성폭행하려다 주먹을 휘둘러 다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의 경우 법정형의 하한은 징역 10년이었다. 이 건의 경우 절반을 깎아내도 집행유예(징역 3년 이하)가 안 나온다. 그러자 재판부는 법률상 감경 요소인 심신미약(음주로 인한 블랙아웃) 감경을 먼저 적용한다. 절반이 깎여 5년이 나왔다. 여기에 다시 정상참작 감경을 적용해 2년 6개월이 나오게 됐다. 여기에 양형기준인 3~9년을 적용해 최종 선고형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돼 가해자는 풀려났다. n번방 사건에서 징역 3년이 나온 공범들도 100% 정상참작 감경이 적용됐다.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인 공분을 불러오자 이들과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박사방 공범은 13년형을 선고받았다. 박사방 사건에서는 정상참작 감경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박사방 사건에 형법 제114조 범죄단체 등의 조직 같은 추가적인 범죄명이 적용된 점도 있지만, 유사하거나 동일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이렇게 형량의 차이가 나는 것은 정상참작 감경 때문이다. 부당 감형(꼼수 감형) 시도에 힘을 싣는 게 판사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고 하는데, 꼼수를 판결문에 반영하면 가해자들이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박사방 사건의 강훈이 왜 장기기증 서약을 한다고 했겠나. 2016년 한 건강검진센터의 대장내시경 센터장이 환자들을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는데, 1심에서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이 깎였는데 장기기증 서약을 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3000만원을 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특별한 기준 없이 고도비만, 학업 스트레스, 코로나19 등 각양각색의 이유로 정상참작 감경 등이 적용돼 가해자들이 선처받고 있다.”
-왜 이렇게 감경해주나.
“흔히 ‘피해자의 눈물이 있어야 유죄’라는 말을 하는데, 성폭력 재판에서는 ‘피고인의 눈물로 무죄나 감형’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판사들이 피고인에게 과몰입하는 셈이다. 피해자는 법정에 보이지 않는데 피고인은 계속 눈에 보이고 볼 때마다 읍소를 하니까. 공판검사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피해자 변호사도 증인신문 이외에는 재판에서 보기 어렵고, 나온다 하더라도 공판 참여에 제한이 있다. 재판이 길게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판사가 피고인 측에 라포(상호 신뢰)를 형성하기 훨씬 더 쉬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양형조건이 피고인 위주로 구성돼 있다 보니 판사들은 ‘피고인의 반성’, ‘사회적 유대관계’ 등 피고인의 상황과 사정에 온정적 시각을 갖게 되고,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집착하게 된다.”
-형사재판 절차의 문제인가.
“형사재판에는 검사와 피고인의 당사자성만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의 절차 참여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헌법상 재판 절차에 피해자의 참여가 권리로 보장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피해자는 재판 과정에서 배제·소외되고 있다. 일본이나 독일은 강력 범죄의 경우 피해자나 유족들이 직접 나와 신문할 수 있고 양형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다. 우리는 피해자 변호사의 의견진술도 상당히 제약돼 있는데, 다른 국가는 원고에 준하는 위치로 재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심지어 스웨덴은 피해자가 원고의 위치에서 검사와 같이 있다.”
-법원은 성인지감수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반대로 법원은 피해자들이 왜 그렇게 예민한지 묻는다.
“법원에서는 피해자들이 왜 죽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에 대해 전혀 파악을 못 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을 예민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판사들에게 수사·재판 경험이 없는 피해자, 수사 경험만 있는 피해자, 재판 경험까지 있는 피해자로 나눠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여줬다. 피해자들이 판사들 앞에 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고 무엇을 느끼는지를 알도록 했다. 법원에 증인지원절차가 만들어진 게 2012년이다. 2011년에 성폭력 피해자가 증인신문을 거친 후 모멸감을 느껴 자살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나 역시 수사·재판 과정을 거치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증후군(PTSD) 진단을 받았다. 지능지수가 30이나 떨어질 만큼 인지체계와 언어체계가 망가졌다. 판사들에게 피해자가 이런 단계를 거쳐야만 당신들을 만날 수 있는데 어떻게 예민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말한다. 성인지감수성은 용어 자체가 감수성이라 감정으로 파악되는 지점이 있지만, 사실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능력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사건마다 피해자가 놓여 있는 상황 상태 등을 고려해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은 저절로 길러지는 게 아니라 노력을 해야 한다. 관련 교육이나 훈련이 법원에서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보니 상당수 판사의 성인지감수성은 처참한 수준이다. 제대로 된 판결은 판사 개인의 역량에 기대야 하는 형국이다.”
-경찰수사 문제도 지적했다.
“검경수사권 조정 전인 2020년까지 나는 지연 고소를 결심한 피해자들에게 고소장 접수는 검찰에 하도록 권했다. 경찰은 접수 단계부터 다양한 이유를 들어 고소장을 반려·거부하면서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긴다. 반면 검찰에 접수하면 제출만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그 단계에서 겪어야 하는 추가 피해는 없었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여성 대상의 폭력 및 살인사건은 경찰 단계에서 수사 종결을 할 수 있게 됐다. 피해자들이 고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가면 경찰은 고소장 접수를 반려하거나 고소취하를 유도한다. 방식은 다양하다. 예컨대 가해자의 신원을 특정하기 어려운 디지털 성폭력 사건에 피해자에게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아오라고 한다. ‘고소장 쪼개기’로 고소취하를 유도하거나 수사를 지연할 때도 있다.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한명이더라도 연관된 범죄가 여럿인 경우가 많다. 고소장을 범죄별로 쪼개라고 하면서 여성청소년계에 가서는 성범죄 관련 진술을 하고 사이버수사대에 가서는 명예훼손 등을 진술하는 등 동일한 내용의 조사를 수차례 감당하게 한다. 어렵게 고소장이 접수된다고 해도 수사는 지연되고 경찰의 법리적 검토 능력도 떨어져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고 검사가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법리적인 검토나 보완 수사를 꼼꼼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수사와 공소 유지를 위해 검사와 경찰이 협력해야 하는데 협력이 안 되다 보니까 결국 유무죄에 대한 판단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한다.”
-성범죄 변호는 하나의 시장이 됐다.
“전문 법인이 연결된 인터넷 카페 등에서 반성문, 기부자료 등 성범죄 감형 자료리스트를 공유하고 심지어 교육기관 등과 연계해 돈벌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판사들은 그 같은 감형자료가 양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판결문에 유리한 정상(형을 감경하는 요소)에 반성문 등에 대한 언급이 나오게 되면 일반인들은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고 보게 된다. 이들 법인의 또 다른 세일즈 포인트는 피해자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다. 증인 신문이나 결심 공판 최후 변론 등에서 피해자를 난도질해 버린다. 변호인 입장에서는 의뢰인인 피고인의 입맛에 맞게 피해자를 비난하는 방식으로 변론함으로써 만족감을 주면, 패소하더라도 피고인들이 불만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법리적인 검토 능력도 떨어지는 데다가 검찰과 경찰이 상호 협조를 제대로 안 하는 상황에서 가해자 측의 피해자 공격이 심해지다 보니 결국 피해자도 법률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방청연대 활동을 해왔다. 시민들의 감시로 달라질 수 있나.
“단순히 인상비평을 하는 차원으로 모니터링을 하게 되면 재판부도 아무런 변화나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형사재판 절차에 대한 교육을 병행하면서 방청연대 활동을 해오고 있다. 단순히 판사나 검사의 태도나 언행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절차별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체크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를 배포했다. 예를 들면, ‘모두 절차에서 공판검사가 공소장 요지를 낭독하기 전 재판부가 피해자의 개인정보 유출 등을 삼가라는 요구를 미리 합니까’ 같은 것이다. 절차별 체크리스트로 모니터링을 하면 재판 일시, 장소, 재판부, 공판검사 등에 대한 분석을 구체적인 자료를 토대로 할 수 있게 된다. 누군가 와서 재판을 보면서 뭔가를 적는 과정 자체가 감시 효과가 확실히 있다. 재판부도 방청객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피해자와 사법시스템 사이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마녀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다가 ‘디’라는 닉네임으로 바꿨다. 연대자D라고 할 때의 D는 알파벳 D가 아니라 우리말 형용사의 연결어미다. ‘순하디순한’, ‘강하디강한’ 할 때의 ‘디’다. 처음에는 내 역량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더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겼다. 이제는 해야 할 일을 하는 자리까지 온 것 같다.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을 거쳐 닉네임에 걸맞은 형태의 연결과 가교역할까지 연대자로서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하려고 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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