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이별 통보’…수베로 경질에 한화팬 ‘부글’

박연선 2023. 5. 1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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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좋은 기세가 그대로 나타난 경기였습니다.

이번 경질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수베로 감독 본인도 모르게 진행됐습니다.

경기 직후, 최원호 감독 선임 보도자료를 낸 구단 프런트조차 당일 오후에나 수베로 감독의 경질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팬들은 SSG와의 경기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면, 경질의 명분이 흐려질까 걱정한 구단이 급히 '이별통보'를 한 것 같다는 추측까지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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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최선화


■ 4-0 완승 후 날아온 ‘이별통보’…수베로 ‘전격 경질’

최근의 좋은 기세가 그대로 나타난 경기였습니다. 어제(11일) 대전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새로 합류한 외국인 투수 산체스는 4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노시환은 두 경기 연속으로 담장을 넘겼습니다. 올해 첫 승을 올린 남지민을 비롯해 계투진도 삼성 타선을 잘 막았습니다. 최근 6경기 5승 1패, 수베로 감독 부임 후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시점이었습니다.

승장에게 날아온 일방적 경질 통보라니, 낭만도 예의도 없다고 느껴집니다.
이번 경질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수베로 감독 본인도 모르게 진행됐습니다. 자진사퇴 그림을 만들기 어려웠다면 적어도 마음의 준비를 하게끔 해야 했는데, 짐 쌀 시간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리빌딩’을 하겠다며 베테랑 선수를 다 내보내고 FA 영입 하나 없이 2년을 맡겨놓은 감독에게는 너무 가혹한 처사입니다.

경기 직후, 최원호 감독 선임 보도자료를 낸 구단 프런트조차 당일 오후에나 수베로 감독의 경질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눈앞에 닥친 이별도 모르고 승리를 위해 달린 선수들이나 경기장에 찾아 응원한 팬들이나 그저 구단의 일방적 통보에 순응해야 하는 ‘제3자’에 불과한 걸까요?

■ 팬 커뮤니티 ‘폭발’…“경질 방식·타이밍 이해할 수 없어”

물론, 팀이 연거푸 꼴찌를 하면서 수베로 퇴진을 요구하는 팬들도 많았습니다.
아무리 리빌딩이라고 하지만 결국, 프로는 결과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한화이글스 팬 커뮤니티에는 구단을 성토하는 글이 그야말로 ‘폭발’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 가장 많았고, 팀이 반등하는 시기에 경질을 해야 했냐는 ‘시기적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 뒤를 이었습니다.

‘팀이 꼴찌를 할 때도 열심히 하는 선수들 모습에 응원을 해왔는데, 이번 일로 정이 뚝 떨어졌다’는 말도 많았습니다. 30년 ‘올드 팬’을 자처하는 한화 ‘보살 팬’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한화이글스 측은 “승률 2할대에서 허덕이던 4월에 경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고, 그룹 재가에 시간이 걸리면서 어제(11일) 경질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급히 할 일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습니다.
팬들은 SSG와의 경기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면, 경질의 명분이 흐려질까 걱정한 구단이 급히 ‘이별통보’를 한 것 같다는 추측까지 하고 있습니다.

일부 팬들은 다음 홈 경기가 열리는 화요일(16일) 트럭 시위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 ‘리빌딩’한다더니…인내 호흡 가장 짧았던 ‘구단’

수베로 감독 부임 첫 해, 한화는 팀의 구호로 ‘This is Our Way’를 내걸었습니다.
‘리빌딩’을 이유로 이용규 등 즉시 전력감인 베테랑 선수들을 내보내고, FA 영입 하나 없이 ‘우리만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수베로 감독은 “결과보다 과정을 봐달라”고 했습니다.

수베로 감독의 계약 기간은 3년,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약속한 ‘리빌딩’에는 진심이었습니다.
팀의 주포 노시환은 수베로 감독 밑에서 ‘일취월장’하며, 대부분 지표에서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각별한 관리를 받은 문동주는 차기 ‘국가대표 에이스’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팬들도 ‘리빌딩’이라는 단어에 구단의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했습니다. 팀의 수위 타자와 프랜차이즈 선수가 나가도, 마땅한 FA 영입이 없어도, 팀이 연거푸 꼴찌를 해도 말입니다.

그런데 구단의 인내는 여기까지였습니다. ‘윈 나우’, 당장 이기길 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책을 2군 리그인 퓨처스리그 우승을 이끈 ‘최원호’ 감독에게 맡겼습니다.

‘리빌딩’을 맡겨놓은 감독을 ‘성적 부진’ 이유로 경질했으니, ‘성적’을 위해 선임한 감독에게는 그 기준이 더욱 날카로워야 할 것입니다. 또 외국인 선수 선발 실패 책임이 있는 ‘손혁’ 단장도 성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이상 더는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박연선 기자 (zi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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