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벤처투자 77% ↓… 전문가 “中 시장에 기회”
“내수 확대하는 중국, 韓 기업 기회 될 것”
벤처투자 경색으로 스타트업 업계에 기업공개(IPO)를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대어(大漁)’였던 컬리와 오아시스가 상장을 미뤘고 국내 액셀러레이터(AC) 1호 상장을 노리던 블루포인트파트너스도 도전을 미뤘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벤처투자 시장을 ‘역대 최악’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글로벌 창업에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단법인 한국창업학회는 12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글로벌 창업 생태계와 IPO’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창업 생태계 활성화와 관련된 각 대학 연구진의 학술세션을 비롯해 김윤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부사장의 기조 강연과 스타트업·투자사 임원들의 특별세션이 이어졌다.
오후엔 ‘민간 투자시장의 트렌드’를 주제로 특별 세션이 열렸다.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 투자 유치금은 올해 들어 매달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김민서 서울여대 교수는 “월 평균 투자 유치금은 2018년 5년 만에 최저를 기록해 ‘역대급’ 투자 한파가 닥쳤다”며 “올해 1분기 스타트업 투자 유치금은 89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했다. 투자 건수도 27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감소했다”고 말했다.
최근 초기 단계 투자 라운드를 마쳤다는 김윤진 시그니처레이블 대표는 “가장 어려웠던 것이 매출 구조 관련 요구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초기 창업 팀은 매출을 발생시킬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주로 비용을 들여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투자사들은 얼마나 실질적으로 매출을 발생시키는지를 보더라”라며 “창업자의 배경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더 꼼꼼히 평가하는 경험을 했다. 기업가치 역시 이전에는 창업 팀이 원하는 가치에 맞춰 투자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투자사와 함께 조율한다. 시그니처레이블 역시 목표 금액만큼 투자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투자사 고민도 컸다. 시리즈 A~C 단계 위주의 벤처캐피털(VC)인 위벤처스의 박혁진 수석은 “펀드 운용사 입장에서는 (투자 호황기 동안) 높은 가치의 스타트업에 투자했기 때문에 남은 투자 기회를 활용해 기존의 위험요인을 상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지금까지의 투자 관점보다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또 투자가 활발해도 상장 시장이 어려워 상장이 연기되다 보니까 LP(출자자)들이 VC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오픈AI ‘챗GPT’ 붐으로 투자업계에선 생성형 인공지능(AI) 분야가 새 투자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지만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 수석은 “VC들은 비슷한 팀을 20개씩 만날 정도로 (생성형 AI 분야) 창업 팀이 많다. 그러나 아쉬운 건 실험 단계의 팀이 정말 많다는 것”이라며 “아직 연구원들은 많은데 기술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서비스를 하는 팀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곧바로 투자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초기 스타트업 AC 스파크랩의 이희윤 상무도 “특히 생성형 AI의 경우 한국어 데이터로 학습된 한정적인 시장에서 탄생한 기업이 많은데, 한국이라는 시장은 작은 시장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는지에 대한 태생적인 고민이 있다. 정확히 겨냥하는 시장이 어디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창업 활성화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 시장에 기회가 있다고 봤다. 중국에 진출한 김희종 써클푸드 대표는 “중국 정부의 가장 큰 미션은 내수 확대다. 내수 구매력이 생기면 중국의 위안화가 미국 달러에 대항할 힘이 생기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기업들이 최근 중국을 잇따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이후에 중국 소비자들의 휴대전화 사용과 구매 패턴에 큰 변화가 생겼다. 특히 건강·다이어트, 신선식품, 인테리어, 반려동물, 아웃도어 분야 소비가 크게 늘었다”며 “중국이 내수를 확대할 것이 분명한 만큼 이 시장을 잘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성호 한밭대 교수는 “중국의 변화한 소비 트렌드를 정확히 알고, 이를 반영한 브랜드 콘셉트를 만들고, 이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면 중국 시장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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