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안쉬어져요"…요즘 출퇴근 직장인들 떨게한 '이것'
지옥철로 공황장애 동반 사례도
즉시 대처법 '안정화 기법' 조언
"요즘 출퇴근 지하철이요? 이미 꽉 찬 칸에 사람이 또 들어서면 그때부터 숨이 안 쉬어지고, 이대로 죽는 것 아닌가 싶어요. 지하철 타기가 무섭고, 타기 전부터 불안해요.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요"
평일 출퇴근 시간대 이른바 '지옥철'(지옥+지하철)로 불리는 서울 지하철 2호선 라인에 탑승 중인 직장인 이모 씨(27)는 최근 들어 '지옥철 포비아(공포증)'가 생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최근에 김포 골드라인에서 사람들이 실신했다는 뉴스를 보고 무섭기도 하고 공감됐다"며 "얼마 전 병원을 찾아 '지하철만 타면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더니, 공황 증상같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최근 일부 직장인들이 출퇴근 지하철 타기 전후 증상으로 '지옥철 포비아'를 호소하고 있다. 얼마 전 혼잡도가 극심한 김포골드라인 열차에서 승객 3명이 호흡곤란으로 실신하는 사고가 난 가운데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거나 어지럼증,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며 지하철 타기 전부터 불안감을 느낀다는 직장인들이 눈에 띈다.
'지옥철 포비아'를 겪는 이들이 최근 급증한 배경으로는 엔데믹과 이태원 참사 후유증이 꼽힌다. 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서 재택근무가 해제된 직장인들이 몇 년 만에 회사로 나가 지하철에 사람이 몰려든 데다, 지난해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가 벌어진 여파로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평일 출퇴근 지옥철을 탑승하면 일부 사람들이 이미 꽉 찬 칸에 몸을 욱여넣는 탓에 숨쉬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사람들에게 밀리면서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한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최근 재택근무를 마치고 다시 출퇴근하게 된 직장인 중에 혼잡한 지하철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 커졌다며 병원을 찾은 분들이 있다"면서 "기존에 앓지 않았던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을 동반하게 된 사례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사람이 꽉 찬 지하철 같이 몰리고 끼이는 곳에서 '밖으로 탈출하지 못하고 벗어나지 못한다'는 공포심이 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황장애란 극도의 불안과 함께 두통, 어지럼증, 식은땀, 호흡 곤란, 손발이 떨리고 차가워지는 느낌 등을 동반하는 전신 증상을 말한다.
2021년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도시철도가 가장 혼잡한 구간 1위는 김포골드 '고촌에서 김포공항', 2위는 9호선 '노량진에서 동작'이었고, 4호선 '한성대입구부터 혜화', 2호선 '방배부터 서초', 3호선 '무악재부터 독립문'이 그 뒤를 이었다. 통학과 출근 시간에 맞춰야 하므로 '지옥철'에서 만난 많은 사람이 "공황 증상을 느껴도 일단은 그냥 탄다"고 답했다. 심지어 '지옥철 포비아'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에도 "대처법을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사회 초년생 때는 지하철을 타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출퇴근 길에 사람들에 치이는 경험이 쌓이다 보니 요즘은 사람들이 줄 서 있는 모습만 봐도 속이 답답하고, 울렁거린다"며 "상담받아도 약물을 쓰기엔 증상이 심한 편이 아니고, 의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들으니 '어째야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현실적으로 극도로 혼잡한 지하철에서 어지럼증이나 호흡곤란과 같은 위험 증상이 지속되면, 즉각 내과나 신경과, 정신의학과 등 의료시설을 방문해 정밀 검사와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전문가들은 평소 복식 호흡을 동반한 '안정화 기법'을 숙지하면 좋다고 권고했다. 트라우마, 불안, 공황, 스트레스에서도 유용하고 전문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증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는 '안정화 기법'으로 △심호흡 △복식 호흡법 △착지법 △나비 포옹법을 해볼 것을 조언했다. 정 이사는 안정화 기법의 기본이 되는 '심호흡'과 관련, "긴장을 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후'하고 한숨을 내쉬게 되는데, 그게 심호흡을 하는 것"이라며 "숨을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후' 소리를 내면서 풍선을 불듯이 천천히 끝까지 내쉬는 것이 좋고, 가슴에서 숨이 빠져나가는 느낌에 집중하면서 천천히 내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복식 호흡법'에 대해서는 "복식호흡은 숨을 들이쉬면서 아랫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하고, 숨을 내쉴 때 꺼지게 하는 것으로, 코로만 숨을 쉬는 것을 뜻한다"면서 "천천히 깊게, 숨을 아랫배까지 내려보낸다고 상상한 뒤, 천천히 일정하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아랫배가 묵직해지는 느낌에 집중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착지법'과 관련해서는 "착지법은 쉽게 말해 땅에 발을 딛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것"이라며 "발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발이 땅에 닿아있는 느낌에 집중하면 되는데, 발뒤꿈치를 들었다가 '쿵' 내려놓고, 발뒤꿈치에 지긋이 힘을 주면서 단단한 바닥을 느끼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나비 포옹법'에 대해서는 "나비 포옹법은 갑자기 긴장돼 가슴이 두근대거나, 괴로운 장면이 떠오를 때, 그것이 빨리 지나가게끔 본인의 몸을 좌우로 두드려 주고, 이른바 '셀프 토닥토닥'을 하면서 스스로 안심시켜 주는 방법"이라며 "두 팔을 가슴 위에서 교차시킨 상태에서 양측 팔뚝에 양손을 두고, 나비가 날갯짓하듯이 좌우를 번갈아 살짝살짝 10~15번 정도 두드리면 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정 이사는 "혹시라도 지옥철 포비아 등으로 공황장애가 의심되면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공황발작이 반복되면 나중엔 아예 외출이 불가능해지고 지하철 타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 즉시 방문해 상담 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이어 "(지하철 탑승 전후 이외에도)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술, 담배, 커피 등을 자주 하는 것은 공황 인자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지하철 내에서 공황이 자주 나타난다거나,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점검하고 일상생활에서 적절한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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