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interview] '숨은 보석' 발굴하는 이주현 대표, "꿈꾸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요" (2편)

포포투 2023. 5. 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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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IF'의 사전적인 의미는 '만약에 ~라면'이다. 은 '만약에 내가 축구 기자가 된다면'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누구나 축구 전문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고 있는 'No.1' 축구 전문지 '포포투'와 함께 하는 은 K리그부터 EPL, 라리가 등 다양한 축구 소식을 함께 한다. 기대해주시라! [편집자주]


축구에서는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멀티 플레이어‘라고 부른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인 이주현 대표도 축구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학창 시절, 동북고에서 우승을 경험하며 엘리트 선수로서 그의 축구 인생이 시작됐다. 이후 호원대에 진학하였지만 이른 나이에 군 입대를 선택한다. 전역 이후 K3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다 태국 리그로 진출한다.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지만, 부상으로 은퇴를 결심하면서 ‘축구 선수’의 커리어가 막을 내린다.


하지만 그는 축구를 놓지 않았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2017년 독립 구단 ‘하위나이트’를 창설하여 축구 꿈나무들이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하지 않도록 교육에도 힘썼다. 그뿐만 아니라 에이전트로서 선수들이 더 좋은 팀, 더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자신의 선수 시절을 바탕으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선수들을 돕고 싶어 시작한 일들이었다. 선수로서는 성공하지 못할지라도, 사람들에게 다른 분야로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해주고 있다.


# 해설 위원 이주현



‘제2의 인생‘을 시작한 2017년에는 해설 위원의 커리어도 시작했다. 멀티 플레이어답게 방송에도 진출했다. 전문 방송인은 아니지만, 선수 시절 경험담을 바탕으로 재밌고 신선한 중계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7년 SPOTV에서 K리그를 시작으로 현재는 SBS SPORTS 해설 위원으로서 프랑스 리그앙을 중계하고 있다. ‘선수 출신 해설 위원’ 이주현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Q. 2017년, 해설 위원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축구를 한 15년 동안 내가 뭘 잘하고, 좋아하는지 몰랐다. 내가 잘하는 걸 찾기 위해 생각하다가 SPOTV에서 K리그 해설 위원을 모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인의 추천으로 테스트를 받았고, 운이 좋게 합격을 했다.


Q. 현역 선수 출신 해설 위원이다. 중계를 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가?


상당히 어려웠다. 전문적으로 준비를 했던 사람이 아니라서 ‘단어 선택’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축구 선수들 간 은어를 중계에서 했던 적이 있다. 예를 들어 허벅지를 부딪히면 ‘시그니 먹었다’라는 표현을 선수들이 사용하는데, 중계에서 ‘저 선수 시그니 먹었네요’라고 말했었다. 선수 시절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하고 싶었지만 방송에서는 부적절하다 보니 단어 선택에서 실수가 잦았다. 끝나고 내 중계를 다시 들어보면 못 들어줄 정도였다.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듣는 사람이 편하도록 말하고자 했다. 또 책을 읽으며 고급 어휘력을 키워보기도 했다.


Q. K리그 현장 중계를 통해 해설 위원으로 데뷔했다. 국내 리그로 돌아와 중계를 하게 되었는데 감회가 어땠는가?


K리그 1, 2를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선수들에 대한 평가와 코멘트를 하는 데 있어서 조심스러웠다. 지적을 했을 때 ‘내가 이렇게 말해도 되나?’,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 됐다. 그렇지만 해설 위원의 역할이 그런 점을 짚어줘야 하는 것이므로 지금은 나의 주관대로 잘 설명한다.


Q. K리그 현장 해설 경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당시 K리그 1 대구와 전남의 경기를 중계했는데, 선수 시절 동기인 정우재 선수를 만나 인사했다. 동기가 뛰는 경기를 중계하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Q. 현재는 SBS에서 해설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K리그가 아닌 유럽 5대 리그 중 프랑스의 리그앙 중계이다. 리그앙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어린 유망주와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많아 성장세를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또한 리그앙을 발판 삼아 프리미어리그처럼 더 큰 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


Q. 해설을 하면서 많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았을 텐데, 요즘 리그앙에서 잘한다고 느껴지는 선수가 있는지?


OGC 니스에 있는 테렘 모피를 뽑고 싶다. 공격수인데, 직전 소속팀인 FC 로리앙에서도 팀 내 득점 1위를 했다. 키도 굉장히 크고(188cm) 스피드도 훌륭하다. 피지컬을 바탕으로 자기에게 오는 공을 간수하는 능력도 좋다. 모피라면 더 좋은 팀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 같다. 모피 선수가 이번 인터뷰를 봤으면 좋겠다. (웃음)


Q. 리그앙을 중계할 때, 특별히 초점을 두는 부분이 있나?


경기 전 공부를 많이 하고, 선수 시절 경험을 잘 녹여내려고 한다. 이는 SBS에서 원한 것이기도 하다. 선수 출신의 경험을 살려서 중계해 주길 원했다. 예를 들어 물을 마시러 갈 때 선수와 감독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축구화에 밟혔을 때 얼마나 아픈지 등과 같은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내용을 전달하고자 한다.


Q. 중계를 위해 경기를 보는 것 외에도 자주 축구 경기를 시청하는지? 시청한다면 직업병이 있진 않는지?


자주 시청한다. 시청하면서 중계진의 톤이나 단어 선택을 유심히 듣는 것이 나름의 직업병이다. 중계를 위해 고급 어휘, 좋은 단어를 선택해야 하다 보니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지 생각한다. 또한 ‘이 상황에서 나와 다르게 설명할 수 있구나’,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다른 관점에서 귀 기울인다.


Q. 해설 위원을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본인이 희망하는 종목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한다. 해설은 특히 말을 잘 해야 하는 직업이다. 경기도 많이 시청하고, 단어도 많이 공부하고, 듣는 사람을 위해 어떤 것을 신경 써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톤과 발음 모두 중요하다. 외모도 많이 가꿔야 한다. (웃음)


# 하위나이트 대표 겸 총감독 이주현


해설 위원을 시작한 2017년에는 ‘하위나이트’ 기관을 창설하였다. 하위나이트는 선수 매니지먼트와 축구 아카데미를 진행하며 축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전할 기회를 주는 기관이다. 그는 에이전트로서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하고 싶은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직접 훈련에 참여하며 선수들을 가르치는 코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위나이트는 어린 꿈나무와 비선출에게도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항상 희망적이지는 않다. 현실적으로 목표를 설정하여 달성할 수 있도록 옆에서 서포트 해주고 있다. 또한 다른 축구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미래를 섬세하게 컨설팅해 준다. 이주현 대표가 어떤 마음과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하위나이트를 운영하고 있는지 그의 ‘축구 철학’을 들어봤다.


Q. 2017년에 하위나이트라는 기관을 창설하였다. 하위나이트를 창설한 계기가 어떻게 되는가?


먼저 돈을 벌고 싶었다. 내가 잘하는 것으로 돈을 벌고 싶어 무엇을 잘하는지 고민했다. 나 같은 환경에 놓인 선수들을 도와주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하위나이트의 뜻은 ‘숨어있는 보석’이라는 뜻이다. 숨어있는 보석을 발굴해 가치를 인정받게 해주고 싶었다.


Q. 하위나이트는 비선수 출신에게 A팀이나 연령별 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운동을 그만두고 조기 축구를 꾸준히 나갔다. 조기 축구에서 인상 깊은 한 분을 만났다. 당연히 선수 출신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왜 선수를 하지 않았는지 물어봤더니 이유가 나와 비슷했다. 부모님이 반대해서, 시작하기엔 시간이 늦어서, 돈이 없어서 같은 이유였다. 훌륭한 실력을 가졌지만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말을 듣고 선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Q. K3, K4 프로 리그뿐만 아니라 2부 리그인 안산 그리너스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어떤 방법으로 활용 중인지?


A팀 독립구단은 상위 리그로 가기 위해 운동하고 있다. 이 선수들을 위해 협약을 체결한 구단과 월 1회 이상 의무적으로 연습 경기를 진행한다. 연습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노출된다. 좋은 선수가 있으면 데려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FA라는 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적시장이 열리는 여름과 겨울에 선수들에게 테스트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협약을 맺고 있다.


Q. 하위나이트는 운동선수들에게 운동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종사할 수 있도록 교육해 주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은퇴하게 되면 많은 선수들이 헤맨다. 선수 시절 ‘내가 하고 있는 것만 잘하면 된다’라는 무책임한 교육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선수를 하면서 나의 성향과 장점을 파악했으면 진로 결정이 수월했을 텐데, 그걸 알려주는 곳이 없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축구 선수라는 꿈을 위해 달려가지만, 꿈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상실감이 어마어마하다. 따라서 축구 선수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게 하지만, 축구 산업 안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알려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축구 선수를 희망하는 꿈나무들에게 연령별로 조언해 주고 싶은 내용이 있는지?


어릴 때는 축구가 즐겁다고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물론 선수로서 최소한의 기본기는 갖춰야 한다. 하지만 억압받는 상황 속에서 즐겁지 않은 축구를 하면 안 된다. 고등학교 때는 성인 직전 레벨이다 보니, 거취가 결정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해서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장이 더디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갔으면 한다. 선수로서의 결과는 아쉬울지라도, 제2의 인생은 살아갈 수 있으니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학업에 집중해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부상과 집안 환경 등 원치 않은 이유로 축구를 그만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에 과감하게 선택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Q. 하위나이트의 감독이자 대표로서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우리나라에 축구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의 엘리트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할 것이다. 적어도 내가 하고 있는 이 교육 기관 내의 친구들에게는 내가 겪은 걸 겪지 않게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이다. 축구에 자신 없으니 준비하는 것 아니냐고 손가락질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 선후배들에게 연락이 많이 온다. 나는 이런 부분에서 훨씬 성장했다고 느낀다. 작은 단체지만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고, 성공하지 못한 선수들도 나처럼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나는 축구가 항상 즐거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모든 일에 즐거움이 기반이 돼야 한다” 이주현 대표의 가치관이다. 즐겁지 않았던 자신의 선수 생활을 뒤로하고 멀티 플레이어로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그는 즐거운 날들을 보내는 중이다. 하위나이트는 더욱 광범위하게 다른 구단과 업무 협약을 맺으며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또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위해 시작한 일은 어느덧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이주현 대표의 축구 철학 덕분에 많은 축구 꿈나무들이 기회를 갖고 머지않아 더 큰 무대에서 날개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콘텐츠 제작=‘IF 기자단’ 1기


글=고민성, 이종관


사진, 영상=문선우, 윤세영


현장 취재=용환주, 고민성, 김아인


자료 조사=김상영, 박건영, 정예건, 황동건, 이종관, 김민재, 김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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