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 임신이 그렇게 큰 죄야?...임신중절 수술 강요에 약혼 해제 통보까지?

이은지 2023. 5. 1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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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 방송일시 : 2023년 5월 12일 (금요일)

□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김규리 변호사

- 약혼 성립 여부는 당사자들의 의사, 부모님의 결혼 승낙, 상견례의 유무, 예식장 예약·혼수품 구입에 대한 의논, 가족 간 호칭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 '부당한 약혼 해제'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 크게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손해'로 나누어

- 손해배상과 함께 약혼 시에 교환하는 금전을 포함한 약혼 예물의 경우 약혼이 해제되면 '원상회복'으로서 상대방에게 반환 청구할 수 있어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인섭 변호사(이하 조인섭): "지인의 소개로 만난 그 사람은 큰 사업체를 운영하는 재력가였습니다. 우리가 만난 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그는 '모든 게 준비돼 있으니 몸만 오면 된다.'라는 둥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쳤고 결국 저는 그와 결혼을 결심했죠.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상견례를 진행한 후, 동거하면서 결혼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말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예물로 고가의 차량을 달라고 요구했고, 생활비도 달라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그의 어머님은 '내 아들 돈 보고 결혼하는 거냐. 네 몫을 다해라'라며 저를 몰아세우셨습니다. 결국 저는 그에게 3억 원 상당의 고가의 차량을 예물로 줬고, 그와 동거하는 두 달간 2백만 원 상당의 돈을 생활비로 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예식장을 예약하던 날, 임신한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 사실을 그의 어머님께 말씀드리자 어머님은 '결혼식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아이가 생기는 건 흠이다.'라면서 임신중절 수술을 권하셨습니다. 아이를 지울 수 없다고 사정했지만 그 사람 역시 어머니 말대로 하자고 했죠. 결국 저는 강요에 못 이겨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는데요, 그 뒤 한 달도 채 안 돼서 일방적으로 약혼 해제를 통보받았습니다. 거기에 더해, 그의 어머님은 더 이상 대화를 할 수 없도록 그의 집에 있던 제 옷과 짐을 저희 본가로 보냈고, 현관 비밀번호까지 바꿔버렸습니다. 그는 정식으로 살림을 합쳐서 제대로 산 것도 아니고 결혼하려다가 깨진 것뿐인데 무슨 피해를 봤다는 것이냐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더라고요. 모든 것들이 전부 일방적이기 때문에 억울하고 분합니다. 저는 이 사람들을 상대로 어떤 것들을 할 수 있을까요?"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사연자분은 남자분과 결혼을 약속하고 약 3개월 동안 동거를 했습니다.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상견례를 하고, 또 결혼식 날짜를 잡고 예식장 예약을 했는데요. 이 두 사람의 법률관계는 약혼일까요? 아니면 사실혼일까요?

◆ 김규리 변호사(이하 김규리): 사연에서 상대방이 '정식으로 살림을 합쳐서 제대로 같이 산 것도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볼 때, 흔히들 아시는 사실혼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사실혼은 통상 결혼식을 올리고 이후로도 계속해서 함께 살면서 부부로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지만, 형식적으로 혼인신고만 하지 않은 경우를 생각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연의 경우에는 장차 혼인하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으면서 동거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결혼식은 하지 않았고, 그 동거 역시 혼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약 3개월간의 단기간으로 끝이 나버린 사안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주장처럼 사실혼 관계로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 조인섭: 하지만 약혼이라고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약혼 취소를 당한 상황이니까, 손해배상 청구를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 김규리: 네, 가능합니다. 사실혼 관계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약혼 관계가 성립된 경우에도 일방이 아무런 이유 없이 부당하게 약혼을 해제한 경우에는 그 관계에 있어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다만 약혼의 당사자 일방은 언제든지 상대방에 대한 의사 표시로서 약혼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약혼 해제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 조인섭: 하지만 거기에 따른 위자료 책임은 별도인 거죠?

◆ 김규리: 네, 맞습니다. 그리고 또한 약혼 해제로 인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약혼 관계가 먼저 성립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약혼 관계마저 성립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면 약혼이 성립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손해배상 등의 청구도 인정이 되지 않습니다.

◇ 조인섭: 그러면 이제 약혼 관계가 성립했다고 하는 것이 입증이 돼야 되는데, 약혼 관계였다고 하는 것을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 김규리: 약혼은 장차 혼인하여 부부가 되기로 하는 남녀 간의 진정한 의사의 합치를 말하는 것으로 특별한 형식을 거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판례는 약혼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당사자들의 의사는 물론 당사자들이 부모님을 만나 결혼 승낙을 받거나 상견례를 한 사실이 있는지, 또는 예식장 예약이나 혼수품 구입에 대해서 의논한 사실이 있는지, 또 가족 간 어떠한 호칭을 사용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조인섭: 특별한 형식을 거칠 필요는 없다는 거죠. 그러니까 결혼을 약속했는지가 가장 중요한 거네요. 사연자분 같은 경우는 예물로 3억 상당의 차량을 줬습니다. 또 예식장도 예약을 했는데, 그러면 이런 부분을 가지고 판단을 했을 때 이 사연 같은 경우도 약혼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김규리: 네, 그렇습니다. 이번 사연의 경우에는 두 당사자가 상견례를 하거나 결혼을 전제로 동거를 시작했고, 실제로 예물을 교부하고 예식장까지 예약하기도 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두 사람이 장차 혼인을 체결하려는 합의, 즉 약혼 관계가 성립되었다는 점이 인정됨에 큰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 조인섭: 아까 부당한 약혼 해제의 경우에는 책임을 져야 된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이 '책임'이라고 하는 거는 결국 위자료 책임일 것 같은데, 어떤 경우에 이런 위자료 책임을 져야 할까요?

◆ 김규리: 민법 제804조에서는 약혼 해제 사유를 크게 8가지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때 민법에서 정한 약혼 해제 사유가 없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약혼을 해제하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상대방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게 되는 것입니다.

◇ 조인섭: 이 사연자분 같은 경우는 강요받아서 임신 중절 수술까지 받았고, 그런 뒤에 다시 일방적으로 약혼 해제를 통보받은 거지 않습니까? 그럼 이런 경우에는 부당한 약혼 해제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김규리: 이 사연의 경우 상대방이 지속해서 무리한 금전 요구를 하다가 결국에는 임신 중절 수술을 강요했고 끝내 특별한 사유 없이 약혼 해제를 통보하였으니, 상대방이 그 손해 배상을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 그 모친 역시 상대방의 약혼 부당 파기에 관여한 것으로 그 귀책이 인정되어 상대방과 함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 조인섭: 그러면 손해배상을 해야 되는데, 손해배상은 어느 정도 범위에서 청구할 수 있을까요?

◆ 김규리: 부당한 약혼 해제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는 크게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손해, 즉 위자료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 조인섭: 그러면은 우선 위자료의 경우는요?

◆ 김규리: 위자료의 경우에는 당사자의 나이, 직업, 재산 정도, 교제 기간, 약혼이 해제된 경위와 시점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정해지는 것이고 통상 적게는 500만 원에서 드물긴 하지만 5천만 원까지 인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조인섭: 그리고 재산상 손해는 어떻게 청구할 수 있을까요?

◆ 김규리: 재산상 손해배상은 약혼 해제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에 대하여 청구할 수 있는데 예식장 계약금, 웨딩 사진 계약금 등 결혼과 혼인 생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소모한 비용임이 인정된다면 해당 약관 해제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습니다. 생활비의 경우에도 결혼을 전제로 동거하면서 불필요하게 소모한 비용으로 주장해 볼 수 있겠습니다.

◇ 조인섭: 그리고 또 약혼의 경우에는 원상회복의 개념이 있지 않습니까?

◆ 김규리: 네, 손해배상과 함께 약혼 시에 교환하는 금전을 포함한 약혼 예물의 경우에는 약혼이 해제되면 원상회복으로서 상대방에게 반환을 청구하기도 합니다. 우리 사안의 경우에는 예물로 지급한 차량 등의 반환을 구할 수 있겠습니다.

◇ 조인섭: 고가의 자동차가 여기에 해당하는 거겠죠?

◆ 김규리: 네, 맞습니다.

◇ 조인섭: 지금까지 상담 내용을 정리를 해보자면 사연자분은 결혼을 약속하고 준비 과정에서 상대방 집에서 3개월간 생활하기도 하셨습니다. 상대방의 요구로 3억 원 상당의 고가의 차량을 예물로 줬고, 또 강요를 받아서 임신 중절 수술도 했는데요. 갑자기 약혼 해제를 통보받으신 경우죠. 이런 경우 혼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약 3개월의 단기간 동거를 했기 때문에 사실혼 관계라고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약혼 관계로는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주셨고요. 부당한 약혼 해제에 해당한다면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고, 또 예물로 준 차량을 반환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고 정리를 해 주셨습니다. 지금까지 김규리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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