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조 뭉칫돈…몸집 더 커진 '공룡 ETF'
조단위 펀드로 투자자들 몰려
ETF 순자산 증가액 절반 차지
수익률도 두자릿수 넘어 매력
최근엔 채권형 ETF 인기 끌어
개별 종목이 급등락을 하는 등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순자산 규모 1조원이 넘는 초대형 상장지수펀드(ETF)가 투자금을 대거 빨아들이고 있다. 많은 투자자의 선택을 받은 검증된 상품으로 돈이 몰리는 이른바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체 상장 ETF의 순자산총액(AUM)은 올 초 78조9164억원에서 92조6149억원(11일 기준)으로 13조7000억원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자산 규모가 1조원이 넘는 '공룡 ETF'의 순자산 규모도 42조836억원에서 48조3763억원으로 6조3000억원가량 늘었다. 전체 ETF 순자산 증가액의 절반 가까이가 순자산 1조원이 넘는 초대형 ETF로 쏠린 것이다. 이들 초대형 ETF는 숫자도 1년 전 19종에서 최근 24종까지 늘어난 상태다. 국내 운용사 중 이러한 '1조 ETF'를 보유한 곳은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이 전부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규모가 큰 ETF는 개인은 물론 기관투자자들도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ETF 규모가 클수록 유동성 공급자가 많이 참여하고 호가가 잘 형성돼 거래 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1조 ETF가 연초 이후 두 자릿수를 넘어서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매력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순자산 규모 1조2000억원 수준인 'TIGER 2차전지테마 ETF'의 경우 올 초 이후 60% 넘게 올랐다. 미국 기술주 1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ETF'도 42% 상승세를 보였다.
국내 주식형 가운데서는 시가총액 상위권에 위치한 우량 기업에 투자하는 ETF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과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동시에 담은 'KODEX Top5PlusTR ETF'는 올해 들어 순자산이 7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해당 ETF는 이 기간 18%가량 가격이 뛰었다. ETF에 TR(토털리턴)이 붙은 것은 분배금을 지급하지 않고 재투자해 복리 효과를 노린 상품이라는 의미다.
시장 상황에 따라 ETF시장 지형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가령 2020년 1월 순자산 1조원이 넘는 ETF는 12종에 그쳤다. 코스피200지수 종목에 투자하거나 레버리지·인버스 등 지수 변화를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 주를 이뤘다. 테마형은 'KODEX 삼성그룹 ETF' 단 1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증시가 급등하고 다양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테마형 ETF시장이 성장세를 보였다. 당시 중국 전기차 종목에 투자하는 ETF는 투자자들의 최선호 상품 중 하나로 꼽혔지만 올 들어 오히려 순자산이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안정적 투자가 가능한 금리추종형이나 채권형 ETF로 투자금이 몰리며 시장을 이끄는 모습이다.
실제로 올해 순자산 총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1조 ETF 10종 가운데 3종이 채권형이었다. 양도성예금증서(CD)나 한국무위험지표금리 등 초단기 금리를 추종하는 ETF와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가 각각 2종으로 뒤를 이었다.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는 올 들어서만 순자산이 1조4000억원 이상 늘어나며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채권형 가운데에서는 만기가 정해진 ETF가 투자자들 선택을 많이 받았다. 'KODEX 23-12 은행채(AA+이상)액티브 ETF'는 올 들어 순자산이 9000억원 이상 늘며 채권형 중 자산 규모가 가장 많이 불어났다. 올해 12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에 집중 투자하는데, 금리 변동과 관계없이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과 정해진 채권 이자수익을 분배한 뒤 청산된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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