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단기는 아파트 청약, 장기적으론 재건축이 유망"
◆ 2023 서울머니쇼 ◆
최근 부동산 시장은 가격 하락폭이 줄어들며 급매물이 속속 소화되고 있다. 이제 관심은 시장 관련 각종 지표가 정말 바닥을 찍었는지 여부다. 하지만 '2023 서울머니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전세가격과 미분양, 매매 거래 추이 등을 좀 더 지켜봐야 본격적인 반등세를 확인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올해는 경제 상황을 제외하면 전세가격 향방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역전세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상태가 생각보다 나빠 부동산 경기 회복 시기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빌라시장은 '전세런(부도난 은행에서 예·적금을 빼가듯,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걱정하는 세입자들이 전세시장을 떠나는 현상)'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붕괴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보증금 미반환 대란이 자칫 아파트 시장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걱정 섞인 전망도 나온다.
12일 서울머니쇼에 참석한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전세시장이 움직이면 대개 1~2분기 이후 매매시장으로 영향이 온다"며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전세가격 추이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 소장도 "서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60%까지는 올라가야 시장이 회복할 체력을 지니는데 지금 상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0.8%로 2011년 12월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매매 거래도 지난해 말보다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본격적인 회복은 아니라는 주장이 많았다. 김 소장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가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한 달에 2000~3000건"이라며 "평년 수준(5000~6000건)의 80%까지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고 움직여도 늦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울머니쇼에서 제시된 집값 반등의 또 다른 전제조건은 미분양 감소다. 전국 미분양은 재작년 12월 1만7710가구에서 급증해 올해 3월엔 7만2000가구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 등을 포함하면 9만가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미분양이 급증하면 건설사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할인 판매 등을 실시해 주변 아파트 시세를 끌어내린다. 고 원장은 "지금까지 전국 평균 미분양이 5만~6만가구이고, 가장 좋지 않았을 때가 16만가구"라며 "미분양 추이가 아래로 꺾이지 않으면 불안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주택구입부담지수'를 부동산 경기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로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의 대출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수다. 100이면 소득의 25%를 원리금 상환에 쓴다는 뜻이다. 가계 소득과 금리, 집값을 모두 아우르는 지수로 집값의 저평가와 고평가를 판단할 수 있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교수는 "2004년 조사 이후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 평균이 126인데, 지난해 4분기는 198.6"이라고 설명했다. 지수가 200에 가까우면 소득의 약 50%를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다는 계산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불황 등 급격한 환경 변화가 없으면 내년 2분기 정도가 '바닥'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서울 핵심지는 이보다 조금 빠른 올해 말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회복 형태가 'U자형'이나 'V자형'은 아닐 것 같다는 예측이 많았다. 김 소장은 "집값이 바닥을 찍어도 횡보하는 분위기가 조금 더 갈 듯하다"며 "개인 의견을 전제로 완전 회복은 2025년 이후에 시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이 좋지 않음에도 부동산 흐름은 계속 들여다보고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고 원장은 "지난해 같은 급락은 없을 가능성이 많다"며 "경기가 회복할 때 따라가려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청약시장을, 장기적으로는 재건축을 주목하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올해 청담동과 반포동을 비롯해 방배·잠실 등 강남권에 좋은 청약 물량이 많다"며 "강북권에서도 자양동이나 이문동, 수도권은 광명이나 성남 구도심, 수원 재개발 물량은 도전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에서 주택을 공급하려면 재건축·재개발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이상 장기 투자할 생각이라면 재건축도 고려할 만하다"고 추천했다. 그는 "강남권 말고도 목동, 상계동 등 서울 전체가 재건축 사업 대상인 데다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까지 있어 정부가 이 사안을 해결하지 않을 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별취재팀= 한우람 차장(팀장) / 손동우 차장 / 차창희 기자 / 최근도 기자 / 명지예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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