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만 남기고 매각 B2B 고강도 '체질개선'
설립후 3년새 적자 4배 육박
1000여명 구성원 계열사 배치
새 대표에 이경진 부사장 선임
카카오가 인공지능(AI) 기술과 클라우드 등을 기반으로 한 기업용 서비스를 담당해왔던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구조조정 수술대에 올렸다.
그간 비효율적으로 운영돼 온 사업 구조와 그에 따른 인력 운용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서 창사 이래 최대 구조조정이 전개된다.
특히 네이버는 네이버클라우드를 중심으로 AI 기업용 서비스 등 B2B 사업을 재정비하며 관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브레인(카카오의 AI 전문 자회사) 등 카카오 공동체 내 다른 회사와 사업 영역이 줄줄이 겹치는 등 사업 경쟁력에 심각한 위기 징후가 노출됐다는 평가다.
2019년 설립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가 카카오톡 중심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에서 성장성 높은 클라우드 등을 중심으로 한 B2B 사업을 위해 야심 차게 출범한 회사다. 대표 사업군으로는 카카오워크(협업 툴), 카카오i클라우드(클라우드 플랫폼), 카카오i라스(물류), 카카오i커넥트센터(AICC)가 있다.
12일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사내 임직원에게 공지한 내용을 보면 클라우드 이외 사업을 '비연관 사업'으로 명명하며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내 클라우드 사업을 맡고 있는 이경진 현 부사장을 새 대표로 세워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공언했다. 이에 따라 클라우드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은 대부분 매각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사장도 이날 사내 공지를 내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제 클라우드 사업 중심의 회사로 전체적인 구조를 변경할 예정"이라며 "이 과정에서 저희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클라우드 비연관 사업의 축소와 양도 등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클라우드를 뺀 비핵심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140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설립 이듬해인 2020년(368억원)과 비교하면 적자 폭이 3년 만에 4배 가까이 확대됐다.
카카오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선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카카오의 매각 1순위로 보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국내외 클라우드 산업의 성장성을 감안해 나머지 사업들만 정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AI 사업은 카카오브레인, 물류는 카카오모빌리티와 겹치는 등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사업은 교통정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설상가상으로 외부 투자 자금까지 바닥나면서 모(母)회사 격인 카카오 입장에서는 갈수록 떨어지는 엔터프라이즈의 기업 가치를 제고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고민서 기자 /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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