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보육원에 방치하는 건 국가가 사회약자 양산하는 것"
"저는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운 동시에 미국의 한 가정 속에서 자라온 게 행복합니다(I am very proud to be Korean, and I'm very happy to have lived in the United States growing up in a family)."
입양인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 '입양인의 대모'라고 불리는 수잔 순금 콕스 씨(71·사진)가 입양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매일경제는 최근 콕스 씨를 비롯해 "가족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는 9명의 해외 입양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12일 이들은 무엇보다 가족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해외 입양의 비극적인 사례들이 강조되기보다는 입양을 통해 가족과 행복을 누린 대다수 입양아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1956년 미국으로 입양된 뒤 승무원으로서 입양아를 인도해온 킴 리 씨는 "우리 모두가 한국에 와 보여주고 싶은 것은 개개인이 특별한 입양아가 아니라 하나의 가정에서 자랐을 뿐이라는 점"이라며 "우리는 가족들 품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콕스 씨는 "비극적인 입양아의 이야기들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양 대신 보육원에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는 지적도 잇달았다. 콕스 씨는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은 사회에 나갈 시점에 상대적으로 충분한 교육과 지원을 받지 못한다"며 "보육원에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사실상 한국이 사회적 약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HP, 디즈니 등에서 일해온 수잔 타히르 씨는 "이를 인적자본의 손실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며 "보육원으로 아이들을 내모는 것은 감정적, 사회적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재정적 부담을 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보호 대상 아동'은 한국에서 매년 3000명 이상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한 해에만 보호 대상 아동이 3657명 발생했고, 2020년에 늘어난 보호 대상 아동은 4120명에 이른다. 보호 대상 아동들은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양육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 위탁가정 등에서 자라게 된다.
콕스 씨와 입양인 대표들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보호출산제 도입 지지 기자회견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콕스 씨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익명 출산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며 "정부가 유엔의 권고를 적극 수용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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