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소통] '소통의 신' 손자병법 새롭게 읽기

2023. 5. 12. 1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같은 목표' '지피지기' 등
손자의 기본 전술 중심에는
소통의 기술이 있다

며칠 전 아들과 장기 입원 중인 어머니를 뵈러 갔다. 면회실에서 아들뿐 아니라 손자도 함께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자 흥분한 표정이 역력했다. 간병인 없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도 의사소통은 가능하기에 어머니는 만나자마자 손자에게 궁금했던 것부터 쏟아냈다. "여자친구 생기면 제일 먼저 할머니에게 얘기해줘야 해." "그래야죠, 할머니!" "여자는 인물보다 성격이 우선이다." "그래도 얼굴을 봐야죠, 할머니! 하하하!"

같은 병실에 있는 할머니 가족이 다녀간 뒤에 한동안 기운 없어 했는데 그날 이후 며칠 동안 기세가 역전될 것 같다는 간병인의 전언을 들었다. 자식에게 전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손자를 통해 간접화법으로 전하고 있음도 감지하게 되고, 그런 점에서 손자는 세대와 세대 사이에 일종의 '통역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지인은 이렇게 정의한다. "손자병법이네요, 손자가 병을 고치는 법이라는 뜻이지요."

손주들은 노인의 우울증과 마음의 병을 달아나게 하는 묘약인지도 모르겠다. 나이 든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서로 커피값을 내겠다고 하면서까지 경쟁적으로 손주 자랑을 하려 든다. 손녀가 보내온 편지, 함께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공유하는 심리도 비슷하다. 반면 가까울수록 더 어려운 게 소통이다. 5월은 가족 모임이 많은 달, 즐거움을 기대하고 나갔다가 불화와 소통의 부재만 씁쓸하게 확인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말귀를 못 알아듣네" "꽉 막혔어, 고집불통이야!"

'손자병법'을 다시 읽어본다. 리더들에게 끊임없이 읽혀온 고전 중의 고전이다. 손자는 전쟁의 신(神)이다. '백 번 싸워서 백 번 이기는 것이 최상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이라고 했으니까. 하루하루를 치열한 생존의 현장에서 버텨야 하는 기업인들과 리더들에게 날카로운 통찰과 해법을 주는 교과서 같은 역할도 한다.

무릇 고전이 그러하듯 손자병법도 시대마다 읽는 포인트는 달라져야 한다. 이 책에는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라는 문구가 있다. 상급자와 하급자가 동일한 목표를 가지면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뜻이다. 요즘의 리더십 용어로 풀어보면 리더와 폴로어 사이에 비전과 목표의 공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 대목이다. '적과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도 했는데, 노이즈와 시그널을 구분하는 능력, 즉 잡음과 신호를 구분할 줄 아는 판단력을 뜻한다. 리더는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정확한 정보를 취해야 한다. 세상의 큰 세력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핵심 전략과도 통한다. 국가의 운명을 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선보이고 있는 전략이 대표적인 경우다. 절대적으로 열세일 것이라는 전쟁 초기의 예상과 달리 선전하고 있는 이면에는 국제사회를 향한 여론전과 국민과의 능숙한 소통이 자리 잡고 있는데, 손자병법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리더가 해서는 안 될 5가지 사항 중 지나치게 용맹하여 죽기를 다해 싸우면 죽을 수 있다는 것과 화를 잘 내고 조급해하면 적의 계략에 말려 수모를 당하게 된다는 대목도 되새겨 보게 된다.

손자는 병세(兵勢) 편에서 대규모 병력으로 전투하려면 효율적인 진형과 정확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퍼지지 않아야 할 소문이 퍼지고, 의도되지 않은 명령이 전달되거나, 의도된 명령이 누락된다면 그 군대는 무용지물이 된다는 뜻이다. 조직 내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으로 이는 군대뿐 아니라 국가 공무원, 대기업, 사회단체의 작동 원리와도 다르지 않다. 위기를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해법은 나온다. 손자병법은 전쟁의 기술이기에 앞서 인간의 심리를 말하는, 인간 소통법이다. 손자는 소통의 신이다.

[손관승 리더십과 자기계발 전문 작가 ceonomad@gmail.com]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