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옥살이’ 납북어부 32명 재심서 ‘무죄’ 선고···50년 만에 한 풀어

최승현 기자 2023. 5. 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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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납북귀환 어부들이 50년의 기다림 끝에 12일 오후 춘천지법에서 열린 재심에서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하거나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던 납북귀환 어부들이 50여 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12일 국가보안법 또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았던 납북귀환 어부 32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구속영장이 발부되기도 전에 불법 체포됐고 긴급구속 요건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당시 제출된 증거와 진술로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유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날 열린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들은 1971년 8월 승운호와 제2승해호, 제6해부호 등 어선 3척에 탑승해 강원 고성에서 오징어잡이 조업을 하던 중 납북됐다가 1972년 9월 속초항으로 귀환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불법 구금돼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국가보안법 위반과 반공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억울한 처벌을 받았던 피해자들이다. 당시 선장들은 1심 법원에서 징역 1년~1년6개월 실형을, 선원들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재심 신청인들이 북한에서 돌아온 뒤 불법 구금 상태에서 조사받은 사실이 인정되고 신문조서는 위법하게 수집돼 증거능력이 없다”며 “이에 기초한 법정 진술 역시 임의성이 인정되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거도 없는 만큼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어 “이번 재심 재판을 통해 뒤늦게나마 납북귀환 어부들의 무고함이 확인돼 명예가 회복되고, 그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에는 재심 신청인 32명 가운데 숨진 12명을 제외한 생존자 20명과 유가족 등이 참석했다.

선고 직후 납북귀환 어부들과 유족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최고령 생존자인 김영택씨(90·고성군)와 가족들은 “형사 처벌을 받은 이후에도 8년이나 감시를 당하며 지내는 등 큰 고통을 받아 왔다”며 “무죄를 선고받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동해안 납북귀환 어부 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 대표를 맡고있는 김춘삼씨(67)는 “아직도 과거의 상처와 아픔을 꺼내기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이들이 용기를 내 재심에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선고된 재심 사건 외에 올해 들어 추가로 재심을 신청한 납북귀환 어부 4명의 재심 개시 결정을 위한 심문기일도 진행됐다. 검찰과 변호인은 재판부에 재심 개시 결정을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른 시일 내에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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