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전 자구책은 곁가지, 중요한 건 전기요금 인상이다
한국전력이 12일 25조7000억원 규모의 자구책을 내놨다. 애초 발표한 20조원 규모의 자구책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에 알짜 부동산 매각과 임직원 임금 상승분 반납을 포함한 추가 자구안을 내놓은 것이다. 정승일 사장도 사의를 밝혔다. 한전은 시늉에 그치지 말고 자구책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대규모 적자를 낸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기본급을 인상해 억대 연봉자가 전체 임직원의 15%에 달하는 한전의 방만경영을 바라보는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을 외면해선 안 된다.
하지만 한전의 적자는 문재인 정부 5년간 잘못된 정책이 누적된 결과라는 점에서 이날 내놓은 자구책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문 정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는 와중에 탈원전 정책에 집중해 값비싼 LNG 발전 비중을 높였고, 선거를 의식해 전기요금 인상을 미뤘다.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한전의 경영 개선을 위한 근본 해법은 전기요금 인상이다.
당정은 다음주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할 예정인데, 문제는 인상 폭이다. 한전의 올해 1분기 적자는 5조원에 달하고, 추가 요금 인상이 없다면 연말까지 적자는 10조원으로 늘어난다. 전기요금 인상 폭은 kwh당 7원 안팎이 유력하다. 이 경우 한전 적자 축소 규모는 약 2조원에 불과하다. 한전은 지난해 32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는데 kwh당 51.6원을 올려야 누적 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 올 1분기 13.1원을 인상했고, 2분기 7원을 더 올리더라도 적자 해소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정부·여당의 정치적 부담은 이해하지만, 찔끔 인상은 한전 적자를 키울 뿐이다. 한전의 적자 확대는 하도급 업체로 번져 전력 생태계를 약화하고, 투자 여력을 축소시켜 전력 공급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한전채 발행 증가는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기도 하다.
원가를 밑도는 전기요금이 에너지 과소비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결정을 미뤄선 안 된다. 내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요금 인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전임 정부가 미룬 요금 인상의 후폭풍은 이미 경험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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