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만원의 행복
20년 전 인기 예능 중 '만원의 행복'이란 게 있다. 연예인들이 1만원으로 일주일을 버티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몇몇 장면이 아직 기억나는 걸 보면 꽤 잘 만든 프로그램이었나 보다. 몇 년이나 지속된 인기 덕에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만원의 행복'이라는 간판을 볼 수 있다.
요즘 1만원은 점심 한 끼 값이다. 식당들이 탐욕스러워서 가격을 올린 것이 아니다. 인건비와 재료비, 임대료까지 치솟다 보니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다. 직장인도 부담스러운데 학생들은 오죽할까. 최근 확산되는 1000원 아침밥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버스 배차 시간이 길거나 정류장이 먼 농어촌과 산간 마을을 운행하는 수요자 맞춤형 '100원 택시'만큼 절실한 복지다.
100원 택시, 1000원 아침밥에 이어 '1만원 아파트'가 화제다. 전남 화순군이 지역 아파트를 직접 빌린 뒤, 신혼부부와 청년들을 대상으로 월세 1만원에 살게 해준다고 한다. 약 66㎡(20평)이고 거주 기간은 최대 6년이다. 월세 개념인 만큼 최소 관리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지난 4일 입주자 공고를 마감했는데, 1차 50가구 입주에 506명이 신청해 약 1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화순군은 총 400호를 공급할 사업비로 192억원을 책정했다. 가구당 4800만원꼴이다. 지난 3월 기준 이 지방자치단체 인구는 6만1800명, 이대로 두면 6만명이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실제로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는 획기적인 정책이라며 칭찬이 쏟아지고 있다. 다른 지자체도 도입해달라는 목소리도 높다. '2023년판 만원의 행복'이라 할 만하다.
다만 청년들이 정착하더라도 생활비를 어떻게 벌지가 문제다. 인구 6만명의 작은 도시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제아무리 혁신적인 복지정책이 나와도 일자리가 없으면 반쪽짜리다. 일자리 창출이 쉽진 않겠지만, 우선은 대한민국 최초 파격 주거복지실험에 기대를 걸어 본다. 이 글을 쓰면서 화순군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니, 문화관광 페이지도 아주 잘 만들어놓았다. 이번 여름휴가는 화순군으로 가야겠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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