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2부 승격 넘어 올림픽까지 갈래요"
아이스하키 철벽 골리 허은비
IIHF 세계선수권 대회서
15㎏ 넘는 보호장구 입고
125개 슈팅 중 119개 막아
아이스하키에서 골리의 중요성은 야구에서 투수, 축구에서 골키퍼 그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 시속 100마일(약 160㎞)로 날아드는 차갑고 딱딱한 퍽(공 대신 사용하는 작은 원반)을 막기 위해 최소 15㎏ 이상의 보호장구를 입고 온몸을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1그룹 A(2부 리그) 승격에 성공한 뒤 골리 허은비(20·코네티컷대)에게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허은비는 2023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1그룹 B(3부 리그) 5경기에서 자신에게 날아온 슈팅 125개 가운데 무려 119개를 막아내며 완벽에 가까운 A매치 데뷔 무대를 치렀다.
그 결과 허은비는 여자배구 도로공사의 우승을 이끈 박정아, 여자배구 최초 리베로 신인상을 받은 최효서, 여자체조 전국선수권대회 4관왕 신솔이,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 1위 임시현 등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2023 MBN 여성스포츠대상 4월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12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 나선 허은비는 "대표팀 모두를 대신해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음 대회에서는 더 좋은 실력과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당찬 소감을 남겼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동생과 함께 취미로 시작한 아이스하키에 반해버린 허은비는 "가끔은 아프고 무서울 때도 있지만 골리 포지션으로 퍽을 막는 것은 팀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주는 행위"라고 아이스하키의 매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만 해도 대표팀의 연습 파트너였던 허은비는 어렸지만 빠르게 성장했다. 청소년대표팀과 캐나다의 하키 아카데미 유학을 거친 뒤 지난해 미국 코네티컷대에 하키 장학생으로 입학하며 하키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대표팀을 이끄는 김도윤 감독은 "2018년 올림픽 때 대표팀 코치로 있으면서 만났는데 붙박이 골리였던 신소정 이상의 기술을 갖춰 눈여겨봤다"며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연락했다"고 말했다.
아이스하키를 위해 익숙한 한국을 떠나 캐나다 생활을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 휴학하고 아이스하키에 전념하고 있는 허은비는 "평소 선수와 학생의 비중이 6대4 정도였다면 대회를 앞두고는 10대0으로 준비했다"고 돌아본 뒤 "대표팀 데뷔가 긴장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지만 언니들이 도와줘서 금방 편안해졌다. (박)종아 언지, (김)희원 언니, (한)수진 언니 등 우리 대표팀은 정말 자랑하고 싶은 멋진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끝난 경기보다 앞을 바라보겠다는 것이 허은비와 대표팀 동료들의 생각이다. 허은비는 "우승하고 시상식이 끝난 뒤에 곧바로 선수들과 내년 세계선수권에서 꼭 잔류하자고 다짐했다. 체력, 체격, 기술 다 부족하지만 감독님 지휘하에 더 나은 팀이 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그의 선수 생활 최종 목표는 2부 리그 잔류를 넘어 랭킹 10위 안에 들고 올림픽에 자력 출전하는 것이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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