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올리버 스톤의 '뉴클리어 나우'
오랜만에 아마존에서 산 책을 읽었다. 'A Bright Future'라는 책이다. 이 책이 지난주 초 미국에서 개봉된 'Nuclear Now'라는 올리버 스톤 감독 최신작의 근간이 됐기 때문이다.
저자인 조슈아 골드스타인 미국 아메리칸대 정치학과 명예교수는 국제관계와 전쟁 전문가다. 인문사회 분야 저자가 쓴 책이라 모르는 단어도 꽤 나왔지만 기후변화와 원자력에 관한 내용이라 아주 흥미 있게 읽었다.
스톤 감독은 아카데미상 3회 수상에 빛나는 영화계 거장이다. 필자가 청년 시절이었던 1980년대 후반 '플래툰' '월 스트리트' 같은 영화를 봤기에 이름이 낯설지 않다.
스톤 감독은 베트남 전쟁의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다룬 3편의 반전 영화와 카스트로 등 좌파 지도자에 대한 지지 발언 등으로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영화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그가 원자력 확대 필요성을 역설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왜 지금 원자력인가.
예고편을 보면 영화는 기후위기 대처에 대한 절박감으로 시작한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대폭 줄이지 못하면 지구는 어느 순간 티핑 포인트를 지나 걷잡을 수 없는 기후 대재앙에 직면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우리 후손뿐만 아니라 우리 세대 자신도 기후위기에서 구하려면 화석연료 사용을 대폭 줄여야 한다. 이에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 전 지구적인 원자력 확대일 수밖에 없음을 이 책은 조목조목 설명한다.
책에서 영국의 권위 있는 의학잡지 랜싯에 게재된 논문 자료를 통해 설명한 대로 원자력의 치명률은 그간 반핵운동가들의 위험 과장에 의해 잘못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아주 낮다. 지난 50여 년간 다른 기저 발전인 석탄발전을 대체해온 원자력이 세계적으로 200만명 이상의 조기 사망을 막았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사용 후 핵연료의 안전 관리도 여지껏 가능했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세계 여러 중간저장시설에는 견실한 용기에 밀봉된 사용 후 핵연료가 수십 년간 아무런 문제없이 보관돼왔다. 사용 후 핵연료의 안전한 지하 처분은 스웨덴의 기술 개발과 핀란드에서의 처분장 실제 건설에서 입증된 바와 같이 현재 기술로도 가능하다. 이 책에 대비돼 있듯이 오도된 두려움과 실제적 위험은 다르다.
원자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자는 RE100 캠페인도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RE100은 풍력과 태양광의 간헐성과 변동성으로 인해 다량의 고가 에너지저장장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실현 불가능하다고 적시한다. 그 대신 감당 가능한 비용의(affordable) 원자력을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육성할 것을 다음의 말로 권고한다. "Nuables(Nuclear+Renewables) are doable." 이 말이 사실이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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