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잘 추진되도록”…뒷돈 주고받은 동물테마파크 사업자·전 마을 이장 ‘징역형’

주민 간 찬반 갈등이 극심했던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과 관련해, 여러 차례 돈을 주고 받은 사업자 측과 전 마을 이장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자가 전 마을 이장에게 건넨 돈을 '부정한 청탁 대가'로 판단했습니다.

■ 돈 주고받은 사업자-전 마을 이장 나란히 '징역형'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재판장 강민수)은 배임수재와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로 기소된 선흘2리 전 마을 이장 정 모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과 추징금 2천750만 원을 명령했습니다.

또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된 제주동물테마파크 대표이사 서 모 씨와 사내이사 서 모 씨에게는 각각 징역 6개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사회봉사명령 4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서 씨 등은 동물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 반대에 부딪히자, 당시 마을 이장이었던 정 씨에게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3차례에 걸쳐 1천800만 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습니다.

또, 이 같은 금품 수수 이후 전 마을 이장 정 씨가 주민 신임을 잃고 민형사상 분쟁에 휘말리게 되자, 사업자 측에서 변호사 선임비용 950만 원을 대납하는 등 모두 2천750만 원을 공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피고인들은 "부정한 청탁은 없다"고 주장하며 공소사실을 부인했으나, 법원은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며 모두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 "마을 대표자의 부정 청탁으로 갈등 더 깊어져…공적 업무에도 혼선"

재판부는 "피고인 정 씨는 마을 대표자로서 주민 총의를 모아 신의 성실의 원칙에 따라 교섭할 의무가 있음에도 부정 청탁 등으로 신임을 잃고, 민·형사 소송에 휘말리며 변호사비까지 대납받았다"며 "이로 인해 마을 공동체의 갈등도 더 극심해졌고, 제주도의 공적 업무 처리에도 혼선이 빚어진 점을 고려하면 죄가 무겁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정 씨는 또 이 같은 사실을 감추려고 아들 명의 계좌로 돈을 받기도 하는 등 비난 가능성이 크다. 부정 청탁이 개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 여러 사정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직접 수수한 금액이 1천800만 원으로 액수가 아주 많다고 볼 순 없고, 이후 돈을 반환한 사정이나 대납된 변호사 선임비용이 일부 반환된 사실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 "금품 제공으로 마을 여론 왜곡…더 큰 갈등 일으켜"

재판부는 사업자 측인 서 씨 등에 대해서는 "전 이장에게 금품을 제공하면서, 마을회 의사 결정을 사업 추진에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마을이 더욱 큰 분열과 대립, 갈등에 직면하게 됐다"면서 "이를 투표권도 없는 신규 유입 마을 주민들이나, 이른바 반대 세력에 의해 촉발된 것처럼 주장하는 점에 비춰 피고인들이 진정으로 반성하는 지도 의문스럽다"고 판시했습니다.

한편 선흘2리 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법원의 유죄 판결을 환영한다면서 사업자에게 마을 갈등을 유발한 행위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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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