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자구책 짜낸 한전·가스공사, 요금결정 정치논리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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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누적으로 경영 위기에 처한 한국전력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앞두고 12일 25조7천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놨다.
정부는 내주 초 당정 협의를 갖고 2분기 요금인상 폭을 결정할 예정인데, 전기료는 ㎾h당 7원, 가스요금은 지난해 인상분인 메가줄(MJ)당 5.47원 안팎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임직원들의 보너스 잔치 등 방만경영 탓도 있지만, 정치 셈법에 따라 요금을 제때 올리지 않은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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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부채 누적으로 경영 위기에 처한 한국전력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앞두고 12일 25조7천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놨다. 서울 남서울본부 등 알짜배기 부동산 자산 매각과 임직원 임금 동결, 조직 축소, 인력 감축 등이 담겼다. 한국가스공사도 이날 임금인상분 반납과 관리소 무인화를 골자로 한 15조4천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했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올 초 각각 20조1천억원, 14조원대의 자구안을 내놨다가 국민 요구에 매우 미흡한 수준이라는 여권의 질타를 받자 이번에 추가 대책을 제시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정승일 한전 사장은 여권의 사퇴 압박에 버티다 이날 자구안 발표와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정부는 내주 초 당정 협의를 갖고 2분기 요금인상 폭을 결정할 예정인데, 전기료는 ㎾h당 7원, 가스요금은 지난해 인상분인 메가줄(MJ)당 5.47원 안팎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두 공기업이 노조 등 내부 반발 속에 나름 최선의 고통분담 대책이라고 내놨지만, 경영 위기를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액수다. 한전의 경우 2021년 2분기에 7천500억원가량의 적자를 낸 이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 2021년 5조8천억원, 2022년 32조6천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부채 규모가 어느새 200조원에 육박했다. 가스공사 처지도 한전 못지 않다. 도시가스 미수금이 올해 1분기에만 3조원이 쌓여 전체 미수금이 14조원을 넘어섰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책임은 정치권에도 있다. 임직원들의 보너스 잔치 등 방만경영 탓도 있지만, 정치 셈법에 따라 요금을 제때 올리지 않은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이런저런 이유로 한전의 젖줄인 전기료를 동결하면서 경제계의 우려에도 탈원전을 밀어붙였다. 그 와중에 특별법을 만들어 한전 본사가 있는 전남 나주에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도 세웠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대한 현 정부의 접근 태도도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국내 물가상승분, 두 공기업의 적자 누적 추이를 고려하면 조속한 요금 정상화는 불가피하지만 2분기 전기요금 결정을 한 달 이상 미뤄왔다.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 사태를 경험한 여권으로선 요금 인상이 여론에 미칠 영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문제를 언제까지 정치 논리에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한전의 적자 규모가 현 수준에서 더 커지면 회사채 추가 발행과 공사대금 지급이 어려워지면서 채권시장이 마비되고 전력산업 생태계가 붕괴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한다.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지면 어느 정도 숨통은 트일 전망이지만, 역마진 구조 해소까지는 부족한 수준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여당엔 정공법이 필요하다. 공기업이 빚더미에 오르게 된 원인과 사태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가감 없이 알리는 한편 국민의 에너지 과소비 구조를 손보는 등 근본적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여권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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