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경찰에 맞아 뇌진탕…“1인 모기장·팻말 가지고 있다가”

[이태원 참사]이태원 유족 국힘 당사 앞 농성 준비 중
경찰 물리력 행사에 전치 3주·뇌진탕
“집회용품 확인해보지 않고 폭력 진압”
경찰 “정당한 법집행 위해 물품 막은 것”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집회 과정에서 경찰의 물리력 행사로 부상을 입었다며 경찰청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른 정당한 법 집행이었다는 입장이다.

12일 오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및 시민대책회의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8일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임에도 경찰은 집회시위 물품 반입은 불법이라며 물리력을 동원해 유가족들을 둘러싸고 집회 물품을 빼앗아 유가족 2명이 다치고 다수가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했다.

이들은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이태원참사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참여 촉구를 요구하기 위해 철야농성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철야농성을 위한 1인 텐트, 현수막, 피켓 등을 1톤 트럭에서 내리는 것을 저지하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유가족들은 합법적으로 신고한 집회에 대해 경찰이 위법적이고 자의적인 집회 탄압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박은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당시 집회는 헌법 및 집시법 규정에 따른 합법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었는데도, 경찰은 집회 물품을 확인해보지도 않고 이를 내리려는 유가족을 포함한 집회 참가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집회 물품을 내리지 못하게 했다”며 “이는 명백히 집시법 및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상 등에 해당한다”고 했다. 시민대책회의 쪽은 영등포경찰서장과 경비과장을 다음 주 경찰에 고소할 예정이다.

유가족들은 충돌 과정에서 갈비뼈에 금이 가 전치 3주의 부상을 입거나, 뇌진탕 진단으로 치료를 받는 등 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며 경찰에 사과를 요구했다. 고 송채림씨의 아버지인 송진영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뇌진탕 증상을 호소한 유가족이 붙잡고 있던 것은 철야농성 중 벌레를 막기 위한 1인용 모기장과 1인시위 피켓이었다. 경찰의 불법적 폭력에 강력히 항의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날 항의 서한문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1시간가량 경찰청 민원실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12일 오전 10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및 시민대책회의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합법 집회 완력탄압·부당수사·무책임 행정 경찰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경찰은 당시 선순위 집회신고 단체가 있어 집시법에 따라 후순위 신고자에 대해 부분적인 금지통고를 내렸고, 영등포구청에서 도로법 위반으로 경찰에 협조를 요청해 정당하게 농성 물품 하차만을 막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천막 등 농성 물품을 내리는 걸 막기 위해 차량을 에워싸고 있었는데, 시민대책회의 쪽에서 경찰을 뚫고 들어가려다 넘어진 것이다. 물리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