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 걸린 '양평 공흥지구' 경찰 수사…어떻게 진행됐나
수사관의 대통령 취임식 참석 사실 밝혀지며 '수사 압력' 의혹도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처가 비리 의혹인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마치는 데는 1년 6개월여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의혹이 처음 제기될 당시 유력 대권주자 중 한 사람이었던 윤 대통령은 이 기간에 대선과 당선인 신분을 거쳐 대통령에 취임했다. 검찰이 아닌 경찰이 현직 대통령의 친인척을 직접 수사해 송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2일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 의혹에 대해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은 2021년 11월 17일 한 시민단체가 '성명불상의 (공흥지구 개발사업)인허가 담당자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하면서부터다.
정치권과 여러 언론의 의혹 제기에 따라 같은 해 10월 15일 양평군청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내사(입건 전 조사)를 벌이고 있던 경찰은 고발장 접수 이후 해당 사건을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이 시기를 전후로 비슷한 내용의 고발장이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청 등으로 쏟아졌고, 대통령 일가의 이름이 고발장에 명시되면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장모 최은순 씨 등은 차례로 피고발인 신분이 됐다.
최초 수사는 양평경찰서가 도맡아 진행했지만,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같은 해 12월 8일 사건을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로 넘겼다.
이어 같은 달 30일 양평군청 토지 및 인허가 부서와 관련 공무원들의 자택 등 16곳을 압수수색 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비슷한 시기 경기도는 이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를 마친 뒤 최씨와 양평군 공무원 4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지난해 초에는 제대로 된 수사 진척이 이뤄지지 못했다.
최승렬 당시 경기남부청장은 대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 하루 전날인 지난해 2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사는 조용히 진행하고, 오해받을 일은 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동안 숨을 고르던 수사는 대선이 윤 대통령의 승리로 마무리된 이후인 지난해 3월 23일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면서 재개됐다.
이후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하는 등 통상적인 수사 절차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 정치권을 통해 공흥지구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관이 특별초청을 받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행정안전부는 해당 수사관이 국내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방지에 공로가 있어 초청했으며, 사건 수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역시 해당 수사관이 취임식에 참석하는 과정에 문제가 없었고, 그가 수사에 영향을 미칠 위치가 아닌 점 등을 고려해 수사에서 배제하지 않기로 했다.
야권에서는 즉각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강득구·정태호·김남국·강준현 의원은 같은 달 20일 경기남부청을 항의 방문해 공흥지구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촉구했다.
그해 10월 경찰청 국감에서는 수사 속도에 대한 추궁이 이어졌다.
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경기도에서 감사 보고서가 나왔는데도 경찰 수사가 매우 지지부진하다"며 "참고인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수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남구준 당시 국가수사본부장은 "절차대로 수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필요한 조치는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7개월 뒤인 이날 경찰은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고 윤 대통령의 처남인 김모(53) 씨 등 ESI&D 관계자, 양평군 공무원 등 모두 8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구체적인 횟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ESI&D 사무실을 비롯해 다수 장소를 추가 압수수색 했다고 밝혔다. 처남 김씨 등 피의자들에 대해선 여러 차례 소환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윤 대통령 처가의 가족회사인 ESI&D는 2011년 8월 양평군 공흥리 일대 2만2천411㎡에 도시개발 구역 지정을 제안, 이듬해 실시계획 인가를 받았다.
이어 ESI&D는 2014년 이곳에 35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로 하고 공사를 시작, 2016년 7월 준공해 사업을 마쳤다.
그러나 사업 과정에서 개발부담금이 한 푼도 부과되지 않고, 사업 시한이 뒤늦게 소급해 연장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st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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