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부양한 아버지 폭행 살해한 50대 아들…2심서 감형

오래 부양해온 아버지를 술에 취한 상태로 폭행해 숨지게 한 50대 남성이 2심에서 감형받았습니다.

서울고법 형사11-2부(김영훈 김재령 송혜정 부장판사)는 오늘(12일) 존속살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 형은 징역 17년이었는데 2년 감형한 겁니다.

A 씨는 올해 3월 술을 마시고 귀가했다가 30여 년간 부양한 부친(사망 당시 85세)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그는 올해 들어 건강이 악화한 부친에게 병원 치료를 권유했지만, 부친이 거부하면서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부친을 살해하려는 고의가 없었고 범행 당시 만취해 심신 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1심은 수십 년간 함께 산 A 씨가 자신의 폭행에 따른 부친의 사망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습니다.

A 씨가 범행 직후 방바닥을 닦고 손을 씻은 흔적 등을 고려하면 심신 미약 상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심 재판부 역시 "피고인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가 '블랙아웃' 때문에 이를 사후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데 불과하다"며 심신 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존속살해는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로, 죄책에 상응하는 엄벌이 필요하다"면서도 "피고인이 만취 상태에서 자제력을 잃고 우발적으로 범행한 만큼 살해에 확정적인 고의를 가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범행에 대한 확정적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 점, 피해자 유족인 형제자매가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줄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하정연 기자h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