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문재인’ 네이버에 또 뜨나… 포털 네·카, 키워드 추천 부활

장상진 기자 2023. 5. 12. 16: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마워요 문재인” “조국힘내세요”

과거 인터넷 이용자들은 네이버 사이트에 접속하면 이러한 키워드를 강제로 봐야 했다. 이른바 ‘실시간급상승검색어’(통칭 ‘실검’) ‘뉴스토픽’ 등의 이름을 건 서비스였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네이버와 다음이 2~3년전 각각 폐지했던 이런 식의 ‘키워드 추천 서비스’ 부활을 추진한다.

드루킹의 정치단체 '경인선'이 2017년 자체 블로그에 띄운 글. 자신들의 노력으로 '고마워요문재인'이 실검 1위에 올랐음을 자축하는 내용이다. /경인선 블로그

두 회사는 ‘실검 부활’이란 표현을 부인(否認)한다. 실검처럼 단순히 ‘많이 입력된 검색어’를 추천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 추가로 다양한 해당 시간대 뉴스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런 서비스 역시 과거 네이버에서 ‘뉴스토픽’ 등의 명목으로 제공된 적이 있고, 당시에도 정치 편향성 논란을 빚었지만, 두 회사는 논란의 토픽 선정에 관한 의혹에 단 한번도 제대로 해명한 사례가 없었다.

◇네이버·다음, 추천 서비스 再시동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8일 사내(社內) 간담회에서 한 직원으로부터 실검 폐지를 아쉬워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네이버 실검 폐지 당시의 배경과 향후 콘텐츠 추천 서비스 재개 계획을 밝혔다. ‘올 하반기 검색화면 개편 계획을 포함해 실시간 주요 이슈 및 관심사들을 잘 노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고 한다. 앞서 네이버는 이른바 ‘트렌드 토픽’을 노출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지난달 12일 밝힌 바 있다.

포털 다음도 10일 ‘투데이 버블’이라는 키워드 추천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용자들이 더욱 유용한 정보를 얻고 사회의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주제를 발견하도록 돕는다’는 것이 서비스의 목적이라고 다음은 설명한다.

◇AGAIN ‘고마워요 문재인’?

‘실검’으로 대표되던 포털 사이트의 키워드 추천 서비스는 여론 조작에 악용된다는 비판 끝에 2020~2021년 폐지됐다. 정치 편향성과 상업적 이용 등 논란이 배경이었다. 폐지 전까지, 네이버와 다음은 ‘고마워요 문재인’, ‘조국힘내세요’, ‘한국언론사망’, ‘보고싶다청문회’, ‘나경원사학비리’, ‘나경원자녀의혹’ 등의 키워드를 ‘실검’이란 이름 아래, 홈페이지에서 눈에 띄는 위치에 배치했다.

키워드 '조국힘내세요'의 실검 순위 상승 추이. /네이버

2018년 한국언론재단 조사에 따르면, 당시 응답자 69.5%가 포털 이용 시 실검을 확인한다고 답했다. 또 2020년 한 유튜버가 실험한 결과로는 동일 시점에 약 5만~6만 명이 동일 단어를 검색하면 네이버 검색어 순위 1~2위에 오를 수 있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특정 정당과 결탁한 세력의 조직적인 움직임도 있었다. 2017년 8월17일 정오~오후4시 사이 네이버와 다음의 실검 1위는 ‘고마워요 문재인’이었다. 그 배후는 ‘드루킹’이란 필명으로 포털사이트 댓글을 문재인 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직적으로 조작하다 구속된 김모(49)씨의 정치그룹 ‘경인선(經人先·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이었다. 당시 경인선은 블로그에 회원만 볼 수 있는 게시물을 통해 자신들이 당일 12시, 14시, 16시에 해당 키워드를 입력해 실검 1위로 만든다는 계획이 성공했음을 자축하는 글을 올렸다.

여기에 연예인 팬들 사이에서도 특정시간대에 집중적으로 특정 검색어를 입력해 실검에 등록시키는 이른바 ‘총공’이 유행했다.

이런 논란이 이어지자 네이버는 2021년 2월 해당 서비스를 종료했다.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한지 16년만이었다. 당시 네이버는 공지에서 “풍부한 정보 속에서 능동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소비하고 싶은 커다란 트렌드 변화에 맞춰,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했다. 다음은 그보다 한해 일찍 ‘실시간 이슈 검색어’ 서비스를 종료했다.

◇ “文정부와 민주당 불리한 기사 찾기 어렵다”

네이버와 다음은 이번에 도입하는 서비스가 과거 실검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실검은 단순히 검색량만으로 결과물을 도출했지만, 새로 도입될 서비스는 해당 시점 사람들이 많이 보는 문서의 키워드를 ‘생성 AI’가 추출해서 ‘지금 사람들이 관심있어하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과거에도 이미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핫토픽 키워드’ ‘뉴스토픽’ 등의 이름으로 제공했던 적이 있다. 당시에도 네이버는 “언론사 기사에서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를 자동으로 추출해서 보여준다”고 했지만, 의혹과 논란이 잇달았다.

무엇보다 편향성 논란이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불리한 기사는 좀체 뉴스토픽에 오르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기사 건수 등 토픽 선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심증’에 불과했지만,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예컨대 2021년 1월22일 오전 11시30분~오후 2시30분의 뉴스토픽을 보면, 표출되는 1~10위 가운데 정부·여당에 불리한 기사는 단 한건도 없었다.

1위(누구의 공익인가)와 4위(법무부 압수수색)은 검찰의 법무부 압수수색에 대한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의 비판을 그대로 소개한 기사에서 추출됐다. 5위는 이른바 ‘K방역’과 연결되는 ‘코로나19 극복’, 7위는 ‘(코로나 극복) 캠페인 동참’, 8위는 ‘여수시 여순사건 홍보단’이었다. 나머지는 전두환 전 대통령 압류 소송 관련 기사(2·9위), 올림픽 개최 포기설(說)에 대한 일본 정부 입장(6위) 등이었다.

2021년 1월22일 오전 11시30분~오후 2시30분의 뉴스토픽이라며 네이버가 노출한 순위표. 정부·여당에 불리한 기사는 단 한건도 없다. 경기도지사 정책에 대한 토론회까지 포함됐지만, 정작 민주당 주요 인사의 징역형 선고 기사는 빠졌다. /네이버

특히 10위는 ‘국회서 공론의 장’이란 키워드였는데, 이 키워드가 지칭하는 기사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기본주택’에 관한 토론회를 국회에서 연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단순 행사 안내 성격의 기사였기 때문에, 조선·중앙·동아·한국·국민·세계일보나 한겨레·경향 등 일간신문은 물론 3대 공중파, 4대 종편, 연합뉴스 가운데 단 한곳도 쓰지 않았고, 경기 지역지나 군소 인터넷매체 중심으로 30여건 기사가 나왔을 뿐이었다.

반면 이날 오전 10시를 갓 넘긴 시각 발생한 이상호 민주당 부산사하을 지역위원장에 대한 징역형 선고 기사는 이 순위표에서 빠져 있었다. 이 위원장은 ‘미키루크’라는 필명으로 유명했던 친노(親盧) 인사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였다. 해당 판결에 대한 기사는 이날 하루에만 90건 가까이 나왔고, 주요 매체 대부분이 10시~정오 사이에 기사를 냈지만, 경기지사의 복지 제도 토론회 안내만도 못한 비중으로 네이버는 다룬 것이다.

◇자동추출? 기사에 없는 오타가 어떻게 키워드로 뽑혔나

네이버가 주장하는 ‘자동추출’에 대한 의심도 제기됐다. 실제로 기사에는 존재하지 않는 ‘오타 키워드’가 토픽에 오르는 일도 있었다.

네이버 뉴스토픽에 기사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키워드가 올라있다. /네이버

2019년11월20일 저녁 뉴스토픽에는 ‘개성공단 금강상관강 재개 촉구’라는 키워드가 올라왔다. 하지만 그날 ‘금강상관강’이란 오타가 담긴 기사는 없었다. 사람이 손을 대지 않는 ‘자동추출’이라면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더욱이 해당 키워드가 지목하는 기사는 전북 지역의 좌파성향 단체들이 모여 한반도기(旗)와 ‘유엔 대북 제재 중단’ 등 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기사였다. 전 국민 대상으로 추천하는 주요 뉴스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드는 선정이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하반기에 시작할 새 서비스는 정치, 사회가 아닌 생활·문화나 스포츠 등 연성 주제만 다룰 예정”이라고 했다. ‘투데이 버블’의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다음(DAUM)에서도 11일 오후 기준으로는 ‘경제’ ‘예능’ ‘스포츠’ ‘음악’ 등의 카테고리만 보인다.

하지만 두 회사가 해당 서비스를 시작한 실질적 목적이 ‘이용자 유인’인만큼, 총선 국면에서 이용자 유인 효과가 큰 정치·사회 분야 뉴스 추천 서비스를 결국엔 어떤 식으로든 다루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선 나온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