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푼에 담아 나눠 먹던 제주의 요리와 식재료, 세계로 전파되길”
미국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이 보이는 로이 야마구치의 식당. 정문선 현대비앤지스틸 부사장은 가족과 함께 어머니 생일 파티 중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부터 어머니 생일엔 온 가족이 모인다.
“음식은 마음에 드셨나요?”
식사가 끝날 무렵 야마구치 셰프가 인사하러 왔다. 어머니가 그에게 말했다. “너무 맛있었어요. 한국에 한번 초대하고 싶어요. 제가 조만간 제주에 박물관을 열 계획인데 한번 방문해주세요.”
정 부사장은 이 대화가 이렇게 커질 줄 예상했을까. 올해로 8회를 맞은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JFWF)’의 시작이다. 제주 미식 축제 JFWF를 만든 코리아푸드앤와인페스티벌 정문선 이사장은 요식업에 있던 사람은 아니다. 고(故) 정주영 회장의 넷째 아들인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둘째 아들로, 그의 어머니는 본태박물관을 창립한 이행자 여사다.
지금 JFWF는 제주의 음식 문화를 발전시키고, 제주 현지 셰프들을 알리며, 지역 요리 인재들을 양성하는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매년 5월 제주로 세계 셰프들이 모여든다. 코로나로 중단됐다가 3년 만에 다시 열리는 오프라인 행사를 앞두고 바쁜 그를 지난 1일 만났다.
-어떻게 이 행사를 시작했나.
“어머니가 초청한 야마구치 셰프가 제주를 방문했을 때가 제주도·하와이 자매결연 30주년이었다. 자연스럽게 원희룡 당시 지사와 자리를 갖게 됐다. 야마구치 셰프는 하와이푸드앤와인페스티벌 창립자이기도 했다. ‘제주에서도 이 행사가 열리면 참 좋겠다’는 말이 나왔다. ‘도울 일 있으면 돕겠다’고 말했는데 어쩌다 내가 맡게 됐다. 사실 할아버지 때부터 집안 문화가 페스티벌 이런 걸 장려하던 분위기가 아니라 상상도 못 했다(웃음).”
-해보니 어떻던가.
“정말 힘들었다. 제주도에서는 이런 행사가 처음이다 보니 식당 주인들의 참여를 끌어 내기가 힘들었다. 우리는 도와주는 것인데, 그들은 우리가 비용을 받는다고 오해했다. 그래서 나도 직접 행사 안내문을 들고 직원들과 지역을 나눠 식당들을 방문해 설득했다. 퇴짜도 여러 번 맞았다. 그러다 제주 애월에 있는 두부 전문점 ‘신의 한 모’를 방문했는데, 셰프가 행사 취지를 듣더니 ‘좋은 일 하신다’면서 동의해주고 맛있는 음식도 내주더라. 그때 뿌듯했다.”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인재 양성이다. 제주 음식 문화가 발전하려면, 훌륭한 셰프들이 제주에 터전을 잡고, 제주의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난 ‘셰프가 되려면 제주로 가라’라는 말이 나오도록 하는 게 목표다. 또한, 모든 음식 문화의 시작은 이야기다. 일본 고베규(소고기)가 유명한 것은 품질도 있지만, 마케팅 덕분이다. 난 제주도의 흑돼지도 마케팅이 더 잘된다면 더 유명해질 수 있다고 본다. 삼다수는 에비앙보다 맛있다. 우리 브랜드들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 목표다.”
-그동안 해외 스타 셰프들의 방문도 많았다.
“야마구치 외에도 앨런 웡, 폴란드의 카롤 오크라사, 일본 다쓰히로 다카야마 등 많은 셰프가 방문했다. 그들이 음식 문화를 전파한다. 시저 샐러드의 시저가 무슨 뜻인지 아나?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셰프 시저 칼디니의 이름이다. 그의 음식을 먹은 다른 셰프들이 자기들 식당에서도 음식을 내놓으며 유명해진 것이다. 제주 음식들이 그렇게 세계로 퍼졌으면 좋겠다. 올해는 스와니예 이준 셰프, 조희숙 셰프, 에빗의 조셉 리저우드 셰프, 이타닉 가든의 손종원 셰프, 소울다이닝 김희은 윤대현 셰프 등 미슐랭 별을 받은 세계적 셰프들이 온다.”
-올해 행사의 특징은?
“미래 식당을 체험해보는 것이다. 요즘 식당들의 가장 큰 문제가 인력이다. 로봇이 바리스타를 하고, 셰프가 메타휴먼으로 등장해 음식을 설명한다. 제이포인트라고 블록체인을 이용한 간편 결제 시스템도 도입된다. 기념품으로 NFT를 지급한다.”
-소울 푸드는?
“할아버지 때부터 한 달에 한 번 가족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고, 음식을 나눠 먹었다. 내겐 제사 음식이 소울 푸드다. 제주도의 낭푼밥상도 비슷한 의미다. JFWF가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축제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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