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으로 가린 곳만 골라 때렸다, 학폭으로 숨진 대구 중학생 유서 보니

최혜승 기자 2023. 5. 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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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학교 폭력으로 사망한 대구 중학생 권승민군. /SBS

2011년 학교 폭력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대구 중학생 권승민 군의 사연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권군은 동급생들에게 9개월가량 금품갈취, 협박, 폭행 등에 시달리다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범행은 대부분 권군의 집에서 이뤄져 담임 선생님과 반 친구들은 피해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지난 11일 방송을 통해 권군의 이야기를 전했다. 권 군은 2011년 12월 동급생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졌다. 당시 권군은 중학교 2학년이었다.

막내아들인 권 군은 집 안의 분위기 메이커로 이런 피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었다고 한다. 학교 폭력은 권군이 남긴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를 통해 드러났다. 이 유서에는 학기 초부터 동급생인 A군과 B군에게 당한 일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이들의 괴롭힘은 게임에서 시작됐다. 게임 레벨이 높았던 권군에게 자신의 캐릭터를 키워달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이후 해킹으로 캐릭터와 아이템이 모두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자 권군에게 책임을 돌렸고, 괴롭힘은 심해졌다. 특히 A군은 권군에게 “우리 형 조폭이다” “게임을 하고 있느냐” “때린다” 등의 협박과 감시를 일삼으며 대리 게임을 시켰다. 이에 권군은 160일간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게임을 대신해야 했다.

또한 가해자들은 권군의 돈을 뺏거나 권투 글러브, 단소, 목검을 사용해 폭행하기도 했다. 범행은 대부분 권 군의 집에서 발생했으며 권군은 A군과 B군이 떠난 후 집에 남겨진 흔적들을 스스로 치워야 했다. 권군이 숨지기 전 두 달 동안 30번의 구타를 당했는데, 가해자들은 옷으로 가려지는 부분만 골라서 때렸다고 한다.

권군이 숨지기 전날에도 가혹 행위는 멈추지 않았다. 유서에는 ‘12월 19일 라디오를 들게 해서 무릎을 꿇게 하고 벌을 세웠다. 내 손을 묶고 피아노 의자에 눕혀놓은 다음, 무차별적으로 구타했다. 내 몸에 칼을 새기려고 했을 때 실패하자 내 오른쪽 팔에 불을 붙이려고 하고, 라디오 선을 뽑아 내 목에 묶고 끌고 다니면서 던져주는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라고 했고, 우리 가족들을 욕했다. 걔들이 나가고 난 뒤, 내 자신이 비통했다’고 적혀있었다.

권군은 또한 ‘가해자들이 내가 없어도 들어올지 모른다. 도어락 번호 키를 바꿔달라’는 말을 유서에 여러 차례 적었다고 한다. 이런 글을 남긴 권군은 이튿날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해자 2명은 각각 징역 2년형과 3년형을 선고받고 소년원에 수감됐었다. 이들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지 몇 해가 흘렀으나 사과는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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