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산 바라보며 해녀 고기 한 점에 와인 한 잔 어떤가요?
“해녀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아세요? 바로 돼지고기입니다. 물질이 얼마나 힘든데요!”
지난 1일 새벽에 호맹과 태왁(그물 바구니)을 들고 문어와 성게를 잡았다는 해녀 이유정씨가 점심시간 집게와 가위를 들고 불판 앞에 섰다. 그 앞에 앉은 손님은 방송인 마크 테토(43) TCK 대표. 이씨는 잘 구운 돼지고기 위에 멜젓과 깻잎 장아찌를 올려 그에게 건넸다. 그다음 한 입은 직접 잡은 성게 알과 미역을 김에 감싼 것. 제주 흑돼지와 성게 알을 번갈아가며 먹다니! 그의 얼굴에 함박 미소가 피어올랐다.
여기는 제주시 연동에 있는 ‘해녀고기’. 이달 11일부터 20일까지 제주 전역에서 열리는 ‘제8회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JFWF)’ 참가 식당이다.
5월의 제주에선 음식과 와인이 풍요롭게 만개한다. 가장 날씨가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JFWF 행사는 다양하다. 제주 맛집 200곳이 참여하는 ‘제주고메스푼 200′에서는 특별 메뉴를 선보이고, 13일에는 제주 유명 셰프 12인이 참여하는 ‘테이스트 오브 제주’도 열린다. 서울 유명 셰프들과 함께 만든 음식도 맛볼 수 있다. 행사와 식당이 너무 많아 어딜 갈지 모르겠다는 이들을 위해 JFWF 홍보대사 마크 테토, 이서진, 윤종신, 김구라, 히밥 5인이 속성 코스를 준비했다. 축제 기간엔 이들도 제주에 있다.
◇뉴요커와 제주의 딸
미국 뉴욕 출신인 마크는 스시라면 먹을 만큼 먹어봤다고 했다. 그러나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타쿠마 스시’에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출봉 슈토아에’라는 이름의 스시는 생선회와 아보카도, 수제 멍게 젓, 자연산 성게를 트러플 소스에 버무려 성산 일출봉 모양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비주얼”이라고 했다.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와인 바 ‘취향의 온도’는 그만의 아지트 같은 곳이다. 대표 메뉴는 제주 감자가 들어간 소시지 플래터. 마크는 곁들일 와인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의 ‘도우’를 선택했다.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으로 아로마가 풍부하고 우아한 깊이가 있어 잘 어울려요.”
바쁜 일정 중 잠깐 쉬고 싶을 땐 표선면에 있는 ‘오늘은 녹차한잔’에 간다. 성읍녹차마을에서 운영하는 찻집으로 창가에 앉으면 드넓은 녹차 밭이 보인다. ‘한라산 모양을 본뜬 말차 치즈 케이크’가 대표 메뉴다.
구독자 148만명의 먹방 유튜버 히밥(27·본명 좌희재)은 고향이 제주다. 그런 그에게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이 운영하는 제주시 연동의 ‘낭푼밥상’은 고향의 맛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모자반으로 만든 ‘몸국’과 돼지의 접짝뼈 부위로 만든 ‘접짝뼈국’. 접짝뼈란 돼지 갈비뼈 위에서 목까지 이어진 부위다. 조금밖에 안 나와 결혼식에서 신부에게만 주던 것이다. 그 국을 히밥은 능숙하게 뼈를 발라 밥과 함께 눈 깜짝할 사이 해치웠다. “걸쭉한 돼지 사골국과 비슷해요. 제주 방언으로 ‘놈삐’라고 부르는 무도 푹 익어 맛있고요.”
제주 요리에 ‘고사리 육개장’을 빼놓을 수 없다. ‘한식대첩 3′에 출연한 문동일 셰프가 운영하는 ‘녹차 고을’이 유명하다. 들깨녹차칼국수와 전복이 올라간 떡갈비도 맛있지만, 진짜 별미는 귤 김치. 그는 “상큼한 귤인데, 젓갈 맛이 나는 진짜 김치”라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생선이 갈치라는 히밥은 ‘동귀리 갈칫집’을 추천했다. 큼직하게 튀긴 ‘프라이드 갈치’를 파는 곳이다. 그는 뼈를 발라낸 갈치 살을 밥 위에 올린 다음, 소주 한 잔을 먼저 입에 털어 넣고 갈치 밥을 먹었다. ‘선주후면(先酒後麵)’보다 더 맛있다는 ‘선주후갈치’다.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제주한면가’는 한(韓)씨 형제가 고기국수와 돔배고기만 파는 곳이다. 고기국수는 돼지 뼈를 직접 손질해 12시간 동안 삶는다. 흑돼지는 강하게 압착해 냉장 숙성한다. 히밥은 “고기는 편육처럼 쫄깃쫄깃하고, 국수는 일본 라멘처럼 육수가 진하다”고 했다.
◇제주도의 스타 셰프들
배우 이서진(52)이 추천하는 식당은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해녀의 부엌’이다. 종달리 방파제 앞에 있는 이곳은 하루에 두 번 입장 시간이 정해져 있다. 해녀들이 직접 ‘해녀의 삶’으로 공연도 하고, 요리도 하기 때문이다. 축제 기간에는 직접 채취한 뿔소라로 담근 젓갈을 화이트와인과 함께 선보인다. 한라대 근처에 있는 ‘바토라브와르’도 와인 마시기 좋다.
제주시 연동에 있는 최용석 셰프의 ‘봉플라봉뱅’, 구좌읍에 있는 강병욱 셰프의 ‘넘은 봄’,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권영웅 셰프의 ‘스누즈’는 제주도 스타 셰프의 손맛을 볼 수 있는 장소다. 특히 이들은 이번 축제 기간 서울 셰프들과 협업한 특별 메뉴도 선보인다. 이서진은 “코로나가 완전히 끝나고 처음 맞는 제주 축제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개그맨 김구라(53)가 추천한 제주 선덕로에 있는 ‘앞뱅디 식당’은 원래 전갱이를 이용해 끓여내는 각재기국이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멜국과 멜조림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멸치는 ‘봄 멸치’가 최고! 5월은 멜의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제철이다.
고등어회 한 접시가 생각난다면 제주시 연동에 있는 ‘모슬포 해안도로식당’으로 갈 일이다. 관광지도 해안가도 아닌 멘션 1층에 있다. 소박한 상 가득 깔리는 밑반찬과 두툼하게 썰린 고등어는 밥과 함께 푹푹 먹을 때 감칠맛을 뿜어낸다.
제주 사람들도 회식할 땐 중국집을 간다. ‘덕성원’은 유니짜장과 꽃게짬뽕이 유명한 서귀포 최초의 중식당이다. 제주시에 있는 ‘어머니 빵집’도 1985년에 문을 연 오래된 맛집. 최근에 제주현무암돌빵이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끌며 빵지 순례의 필수 코스로 떠올랐다. “제주도는 내게 오랜 추억도, 먹고 싶은 음식도 정말 많은 곳”이라고 김구라는 말했다.
가수 윤종신(54)이 추천한 곳은 마스터셰프 코리아 1기 우승자인 김승민 셰프가 운영하는 ‘모리노아루요’다. 울창한 숲길을 달리다 보면 나오는 외딴 식당. 일본에 있는 산장 같은 느낌도 든다. 카이센동(해산물 덮밥), 메로동(메로 구이 덮밥) 등이 유명하다.
마스터셰프 코리아 4의 심사위원이었던 송훈 셰프가 운영하는 ‘크라운 돼지’는 10년 동안 연구해 복원한 제주 토종 돼지 품종 난축맛돈을 사용하는 곳이다. 갈치 속젓 베이스로 나오는 볶음밥도 일품이다.
그가 추천한 와인을 마시기 좋은 곳은 ‘뤼미에흐’와 ‘모디카’. 제주시 삼도이동에 있는 뤼미에흐는 훈연한 조랑말 등심으로 속을 채운 제주 양배추를 비롯해 프랑스 요리를 낸다.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모디카는 텃밭에서 기른 페넬과 민트 등으로 이탈리아 시칠리아 요리를 하는 곳이다. 윤종신은 “제주의 풍부한 식재료와 다양한 음식은 와인과 정말 잘 어울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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