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경영보고서, 8월 반기보고서 제출과 연동해야"

한수연 2023. 5. 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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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연-금투협 자본시장 세미나 '뉴노멀 대응전략'
"공시시차 감안" VS "이용자 위해 차등공시 고려"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가 의무화되는 가운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반기보고서와 연동하는 등 시기를 명확히 해야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란 기업이 친환경, 사회적 책임활동 등 ESG에 기반을 둬 의사를 결정하는 경영전략을 담은 보고서다.

또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 최근 공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이들 지역에서 사업을 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국내 기업들에도 ESG 공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이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까지 기후공시 관련 기준을 우선적으로 마련함에 따라, ESG 중에서도 기후변화 관련 공시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뉴노멀 대응전략' 세미나를 개최한 가운데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국내 ESG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한수연 기자 papyrus@

금융투자협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뉴노멀 대응전략'을 주제로 자본시장 릴레이 세미나를 연 가운데 '국내 ESG 공시제도 개선방안' 발표를 맡은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대부분의 기업이 매년 6~8월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하고 있는데, 사업보고서 제출일을 기준으로 5개월 이내까지 (공시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기업 176곳의 74%가 6~8월에 관련 공시를 마쳤다. 이 연구위원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들어가는) 기타 온실가스 간접배출(Scope 3) 수치는 재무제표가 확정돼야 나올 수 있다"며 "그런데 환경정보공개제도상 온실가스 배출량의 제출기한은 6월이라 공시시차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거래소 공시에서 법정 공시로 단계적으로 옮겨 가되 매년 8월까지는 제출하도록 시기를 명확하게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위원은 거래소 공시는 사업보고서 제출 이후 5개월 이내인 8월 중으로 하고, 법정 공시는 반기보고서 제출일인 7월 중순까지 내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12월 결산법인 기준으로 8월에는 모두 공시가 이뤄지도록 시기를 명확하게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공시 정보 이용자인 투자자나 인증 기관 입장에서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는 이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공시 평가기관들은 기업이 공시를 완료한 이후 매년 11월 말 즈음 이용자들에게 평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그런데 8월로 제출 시기를 못박으면 평가기간이 굉장히 짧아지고 평가 정보 이용자들도 정보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검증 가능한 정보는 빠르게 먼저 공시하고, 시간이 걸리는 정보들은 차등해서 공시할 수 있게 하는 부분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주요 선진국에서도 ESG 공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에 속한 국내 기업들도 이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공시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견해다. 미국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기후 관련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EU는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상장기업에 한층 강화된 ESG 공시 규율을 적용한다. ISSB는 내달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최종안을 발표한다. 

윤재숙 한국거래소 ESG지원부장은 이날 '글로벌 ESG 공시 논의 동향 및 시사점'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국내 기업이라도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나 해당 지역의 공급·판매망에 속한 기업들은 그들의 공시 규제를 따라야 할 수 있다"며 "특히 국내 기업이 미국에 상장하면 역시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SEC의 기후공시 의무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부장은 이어 "국내 기업 대부분은 실무 가이드라인이나 글로벌 공시기준의 국문 번역자료 등이 부족하다"며 "ESG 공시 컨설팅에 대한 지원 및 작성지침이나 모범사례 제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업계의 온도 차가 감지됐다. 윤철민 대한상공회의소 ESG경영실장은 패널토론에서 "국내외 경기가 안 좋아진 상황에서 ESG 공시까지 의무를 앞둬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굉장히 크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해외 기준을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맥락은 가져가되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기업들에도 선택권이나 자율성을 주고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재혁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1본부장도 "ESG 공시는 기업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투자인데, 이를 의무화하는 것은 결국 규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며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입장을 많이 수용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ESG 평가기관 간의 기준도 현재 너무 다양해 결과에 대한 객관성에 의구심이 든다"며 "평가기관이 전 세계적으로는 130곳, 로컬까지 합치면 600여개가 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스탠더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국내 상장기업의 ESG 공시기준을 망라한 ESG 로드맵을 오는 3분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세미나 축사에서 "국내 기업들에 적용할 ESG 공시기준의 경우, 초기에는 거래소 공시체계하에서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된 기후 분야를 중심으로 공시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며 "ESG 공시정보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독립 기관의 검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검증기관에 대한 규율체계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연 (papyru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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